[ 파리는 완전 겨울여. 날씨가 추워서 미역국을 한솥 끓이는 중이야.
푹 달여서 먹어야 맛있거든. 국이란 걸 먹어본지가 석달은 됐어.ㅋ
오랜만에 이집에서 어릴 적 충주에서 맡던 냄새가 나네.ㅎㅎ
이런 냄새가 내겐 마르셀의 마들렌느야.
마늘 많이 넣고 국을 푹 끓이는 냄새, 이모네 집에서 맡던 냄새
그리고 커다란 나무괘종시계에서 추가 흔들리며 내는 똑 딱 똑 딱 거리는 소리.
적막하고 어둑어둑한 옛기와집 안방과 대청마루...그곳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곳에 배어있는 냄새.
아직도 아련하지. 우리들의 유년기,아동기의 추억은 뭐니뭐니해도 충주 외갓집과
이모네 집에 잠겨있어. 언듯언듯 살아나는 그 마들렌느. ]
오늘 오후, 은비엄마가 보낸 메일이에요.
언젠가 큰딸이 보낸 편지인지 메일인지에서는
'로베르가 여행중에 갑자기 아프다해서 병원엘 갔는데,
그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충주 이모네집이 생각나는 거야.
왜 그럴까 참 이상하다,하면서 한참을 그 느낌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했더니
병원에 켜진 형광등 불빛이라는 걸 알아냈어~ 형광등 불빛을 보는 순간 충주 외갓집과
이모네 집이 떠오르게 되었나봐.' (프랑스에서는 창백한 형광등불빛은 병원에서만 볼 수 있어요)
.
.
이렇게 우리들의 마들렌은 어디엔가 깃들고 숨어있다가 불현듯 나타나서 옛날을 그립게 하지요.
<기억이 아니라, 감각이에요~>라고 말하던 블벗님이 생각났어요. 은비엄니의 오늘 메일을 읽고서...ㅎ
엄마 겨울이, 아들 여름이.
이번 주말에는 아들내외가 내 집에 올 수 없었다우.
겨울이가 그동안 많이 아팠다고 해요. 내가 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는데, 응급실로 갔다가
중환자실에서 4일동안 입원했었답니다. 신부전, 심장, 췌장염, 게다가 갈비뼈 골절로 붕대까지 감고 있었다네요.
골다공증으로 혼자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힘이없어 넘어지면서 생긴 골절인 것 같답니다.
4일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없으니 의사가 '병원에서는 더 이상 조치할 것이 없다'라며 퇴원을 시키더랍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히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으니, 좀더 좋아지면 엄마가 와서 겨울이 회복된 모습 보라고 했어요
24시간 지키고 앉아, 코에 호스꽂아두고 음식과 물을 주고 있는 중이라고.(토요일 아침에 전화 받고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에 아들이 전화를 했네요. 겨울이가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으니, 엄마가 내일 일찍 오시라고...
그래서 또 많이 울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우는 일 뿐이네요.
토요일, 며느리는 문자로 '엄마~ 겨울이 회복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며
'겨울이가 견디려고 너무나도 애를 쓰는 것이 보이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엄마~'라고 했어요.
우리에겐 자식같은 겨울이 여름이랍니다. 나는 설명절 때는 세뱃돈도 그들에게 줬지요.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요. 그러던 겨울이에요. 겨울이가 떠나려나 봐요.
아들 며느리에게 문자 보냈어요. 너무 슬퍼할 그애들이 나는 더 가엾거든요.
그런다고 위로가 될까마는.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다 그래>
잠이 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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