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선술집 -- 詩 빈센트 밀레이

eunbee~ 2013. 11. 4. 14:17

 

 

 

 

 

선술집

 

- 빈센트 밀레이 -

 

높은 언덕 꼭대기 밑에서

나는 선술집을 하겠다

거기서 회색 눈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거기엔 먹을 것들이 충분히 있고

마실 것들이 있어, 어쩌다 그 언덕으로

올라오는 모든 회색 눈의 사람들에게

추위를 녹여 주리라

 

거기서 나그네는 푹 잠들어

그의 여행의 끝을 꿈꿀 것이고

그러나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사그라지는 불을 손보리라

 

 

 

 

 

애를 쓴다

꼬진 디카 하나 달랑 들고, 세상을 읽고 있는 나는

그믐달의 어여쁘고 사랑스러움과

수면 위에 누워 흔들리는 그의 몸짓을 담기 위해

몇 번째의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흔들리는 세상

 

내 사진기에서도

내 마음에서도

 

흔들리고 난반사되는 세상 속에서

나는 오늘도 눈물 한방울 찍어내고

체념을 익힌다.

 

새벽은,

새벽의 오묘한 신비로움이 고여있는 공기는

그러한 나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그러면 됐다

더 바랄 것이 무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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