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후안 헬만의 시 두 편에 덧붙여

eunbee~ 2013. 8. 22. 09:00



                                                                                                                                                       2013. 5. 2  에게해에서..



Gotan


- 후안 헬만 -

 

그 여자는 "결코"라는 말과 닮아 있었지
목덜미에서부터 독특한 매력이 솟아났어
두 눈에 담긴 걸 간직해 둔 일종의 망각이랄까
그 여자가 내 왼편 옆구리에 자리를 잡았어


주목 주목 내가 주목하라고 외쳤지만
그 여자는 사랑처럼, 밤처럼 밀려왔어
내가 가을에게 보낸 마지막 신호들이
그녀 손의 물결 아래 평온히 잠들어 있었지


내 안에서 성마른 소음이 터져 나왔고
분노, 슬픔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리는데
고독 속에 멈춰 선 내 뼈 위로
여자는 감미롭게 비가 되어 내렸어


여자가 가 버렸을 때 난 사형수처럼 벌벌 떨었어
거친 칼로 내 목숨을 끊었지
여자의 이름을 품고 누워, 죽음을 다 지나쳐 버릴 테야
그 이름으로 마지막 한 번 내 입을 움직일 거야


 

(아르헨티나 시인.

'탱고(Tango)'의  음절을 바꾼..고탱.)


***



묘비명


  - 후안 헬만 -


새 한 마리 내 안에 살았다.

꽃 한 송이 내 피를 떠돌았다.

내 마음은 바이올린이었다.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

나를 사랑해주었다, 봄.

맞잡은 두 손, 행복함에 나도 즐거웠다.

 

내 말은 사람은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새 한 마리 눕는다.

                                  꽃 한 송이.

                                                바이올린 하나.)


.

.

.


 

***

 

지금은, 8월 23일 오후 8시를 지났네요.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 창 밖에 넘실대던....새벽달.

 

 

 

잘 도착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이미 어둠이 드리운 저녁을 맞이하고는 놀랍니다.

 

한 낮에는 뿌옇고 회색빛나는 이상스런 조도아래 빚어지는 공기의 답답증과 후텁지근함이 심란합니다.

그럼에도 초록숲으로 싱그러운 먼 산을 휘감는 구름이

역시 내땅이구나...반갑고, 아름답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