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se.Theatre

빈센트 반 고흐 생애 마지막 마을, 오베르 슈아즈Auvers-sur-Oise에서

eunbee~ 2013. 8. 14. 03:48



작은딸내외랑 나는 어제 오후에 Sceaux에서 베르사유쪽으로 내려가다가, 파리 북서쪽으로 차를 몰았다. 

강을 왼쪽으로 끼고  30여분을 달려 A15(15번 고속도로)로 진입한지 20분쯤 후, 

L'Oise강에 걸친 다리를 건너니 오베르 슈아즈(Auvers-sur-Oise) 기차역 부근이었다.

강을 따라 가느라 지름길을 두고 먼길을 돌았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

반 고흐의 그림자를 밟을 생각에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고 있었다.





우리는 오베르 기차역에서 가까운 도비니의 정원이 있는 돌담 앞에 차를 세웠다.

반 고흐가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던, 그 당시 크게 성공한 도비니(Charles François Daubigny 1817-1878 프랑스 화가)의 

정원 앞이다. 반 고흐는 이곳에서 자주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평소의 그림과는 다른, 울긋불긋 다양한 색채와 차분한 표현으로 그림들을 그리며, 

다소간 희망적인 심정적 기미를 엿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도비니의 정원은 문이 잠겨있었다.

긴 돌담 한 곳에는 '도비니의 정원'이라는 반 고흐의 그림이 걸려있다.

같은 구도의 두 작품이 있다는 '도비니의 정원'이라는 그림 중 '고양이가 있는'그림이었다.

또하나의 '도비니의 정원' 그림에는 고양이가 없다고.... 



도비니의 정원과 이어진 긴 돌담 끝에서 반 고흐 공원이라는 안내판을 만났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자드킨(Zadkine)이라는 러시아 출신 프랑스 조각가의 작품으로 

화구를 잔뜩 둘러매고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결의에 찬 표정인듯한 고흐의 말라깽이 초라한 동상이 먼곳을 바라보고 서 있다.

내게 새겨진 반 고흐의 인상과는 너무너무 멀어 나는 실소했다.





도비니의 정원에 있는 반 고흐의 동상 뒤로 있는 하얀집이 그때는 이랬나 보다.

반 고흐가 그린 이 정원의 하얀집 그림을 보니 지금과는 그 분위기나 품격이 다르게 와닿는다.



도비니 정원 맞은 편에 있는 건물은 없는 것은 없고 있을 건 다 있는 만물상점.ㅎ

은비아빠는 이곳에 들어가더니 나오질 않는다. 아니, '소피SHOPI'에 소피보러 갔나 왜 이리 안나온대? 한참을 기다렸더니

8월에 파종할 수 있는 꽃상추씨앗과 꽃씨 두봉지를 사들고 온다. 한국에 가서 심으세요~ ㅎㅎㅎ 자상하기도 하지. 그런데

꽃을 보며 반 고흐를 생각하도록 하려면 해바라기꽃씨를 들고 나왔어야지.ㅋ



으흠~ 여기도 '평화 다방'이 있군.ㅎ




반 고흐가 '오베르 시청'을 그리던 그 옛날과 지금과 너무나도 닮은 시청. 

메리 오베르라고 쓰여있지않고 그냥 오텔 드 빌이라 쓰여있는...



우리가 간 날이 월요일.

오베르 슈아즈에 가려면 '월,화요일은 피해야 한다. 그날이 미술관 등이 쉬는 날.

그리고 연중 개방이 아니고, 3월부터 10월말까지이니, 가장 좋은 시기가 반 고흐가 죽은 7월, 밀이 무르익어 일렁이는 

계절에 가는 것이 좋겠다. 반 고흐의 노오란 밀밭과 푸르디푸른 하늘을 보려면 밀밭 추수가 끝나기 전을 택해야 한다.


그림 설명보드의 붉은번호는 아마도 그림을 그린 장소와 그작품을 번호로 표시해 두고, 번호를 따라가며 찾아보기

쉽게 안내해 둔 것 같다. 그렇다면 저 번호만큼의 그림과 그린장소들이 안내되어 있단 말인가?

반 고흐는 1890년 5월 20일에 이곳에 와서 7월 27일에 죽었으며 

그동안 8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니 저 번호도 많은 것이 아니긴 하다.

여행자안내센터도 미술관도 어디도...모두 휴관이니,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ㅋ


우리 이렇게 산다. 우리 하는 짓이 원래 이렇다. 완벽하면 우리가족이 아니지.ㅎ

그래서 우린 언제나 즐거울 수 있다. 대강철저히 사는 건 참으로 평화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니까...

이런 상황을 투덜거리거나 후회하는 일, 절대 없다. 움직이는 날이 곧 최상의 조건의 날이 되는 것이로다. 하하핫



곗돈 받으러 가는 폼의 여인이 향하고 있는 집이 반 고흐가 살던 마지막 집.

79일동안을 이곳에 살았다니, 정이 들기도 전에, 알기도 전에, 그는 갔구나. 

이곳에 머물던 기간동안 80여점의 그림을 그렸으니 그는 오로지 그림만 그린 셈이다. 

건물 맨꼭대기 지붕밑 그의 좁은 방에는 그림을 둘 곳이 없어 의자 밑에 침대 밑에 쌓아두었다지. 

한 점도 팔리지 않는 그림, 그러나 그는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마치 죽기전에 한 폭의 화폭이라도 더 채우려는 듯.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무엇이 있었겠는가.

가엾는 빈센트.



그가 이곳에 살던 1890년, 라부 여인숙 앞 풍경은 이랬나 보다.

Auberge Ravoux는 반 고흐가 죽은 후 호텔 겸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다가 

프랑스정부가 1985년에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하고 반 고흐가 살던 때와 똑같이 복원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아랫층은 라부가 운영하던 그때 그모습의 카페모습으로 꾸며졌고, 2층은 기념품점으로 사용되며 

빈센트가 살던 방엘 들어가 보려면 뒤로 들어가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가 맨끝 다락방,

작고 답답한 방으로 들어서야 한단다. 넓이가 7제곱미터인 작은 다락방은 그당시 이곳에서 가장 싼 방이었는데

1일 방세가 3프랑.

지금은 작은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고도 하고, 초라한 스프링 침대 하나가

놓여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가 볼 수가 없었으니 그냥 아무말이나 믿기로 했다. 아무렴은 어때. 빈센트가 살던 집이면 됐지.


파리에서 에꼴드보자르를 나온 은비아빠가 내게 묻는다. 

"그런데 반고흐의 그림 중 '고흐의 방' 그림이 이곳에 있는 방을 그린 건가요?"

내가 그걸 알면 파리 에꼴 드 보자르를 입학할 사건이렷다.ㅎㅎㅎ 

그걸 내게 묻는 우리 사위, 참 이쁘다는 기분이 살짝 스쳤다.^*^

사위님이 묻던 그 그림은 아를르에서 그린 것.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를르의 고흐의 방'.

문닫힌 월요일에 온 것이 잘못이지.ㅋ 라부 여인숙 2층 꼭대기방은 천정으로난 작은 창이 있다고 하던데...



라부 여인숙 옆 건물도 반 고흐의 기념관으로 쓰인다지.

그 내부에 들어가면 저런 소품들이 반고흐의 체취를 풍기고 있단다.

그가 쓰던 접시, 그가 마시던 압생트술병...


내가 이 곳에 들어가 봤다면 목메이고 눈물 흘렸을까? 한숨 쉬었을까? 아니, 반가웠을까?

만나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그리움이니... 그래, 남겨두자. 

내가 좋아하는 '그 어느날엔가'...의 여운은 더러는 마침표보다

몇배는 멋진 기약이지 않던가.




라부 여인숙에서 모퉁이를 돌아 안내문을 따라 가면



빈센트가 화구를 들고 부지런히 오가던 길을 걷게 된다.


이 길 위에서 발걸음 멈추고 휘어진 길끝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빈센트의 걷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비틀거렸을까? 나는듯이 가벼운 걸음이었을까? 처연한 마음이 되어 맥없이 걸었을까? ........ 

멍하니 그렇게 서 있던 내가 그의 슬픈 실루엣을 그리며 길게 한숨을 내쉰게 분명하지, 아마.



그 길 담벼락 어딘가에는 이런 그림이 걸려있다.

'아들랜느 라부의 초상화'

라부 여인숙의 어린 딸을 그린...

[이번 주에는 내가 사는 집 딸, 아마도 열여섯 살쯤 되었을 딸을 그렸다]라는 반 고흐의 말이 적혀있다.

돈이 없는 그는 파리에서도 어디에서도 모델을 써본일이 없단다. 그러니 늘 이렇게 이웃이 그의 모델.



굳게 닫힌 기념관 문틈으로 안마당 풍경이나마 담아봤다. 월요일, 화요일은 피할 것. 명심.



'오베르의 계단(몇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아래 사진 속에는 가느다란 철제계단난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림 속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 길 풍경이

그림 속 시간과 오늘의 그것을 자꾸만 비교해 보게 한다. 현실과 빈센트의 영혼속에서 걸러져 나오는 다른 현실, 빈센트의 세상.

압생트의 환각이 빚어내는 노오란 마술이 선과 면을 취한 몽환으로 몰아넣는... 




그 길에 있는 

도비니 미술관도 문이 닫힌 채 묵묵부답.



저 여인은 곗돈을 다 걷었는지 무게를 못이겨 가방을 끌어안고 가고 있구나.ㅎㅎㅎ

테오와 빈센트의 무덤을 찾아 오르는 길.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곁을 스친다.





고양이를 만난 완만한 비탈길 끝에는 또 한층의 길이 새롭게 이어진다.

빈센트와 테오가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가 보자.

빈센트가 수없이 오갔을 이길, 이 골목들, 한적하기 그지없어 쓸쓸한 길을 

빈센트, 가엾은 빈센트, 그를 생각하며 걷고...걷고.. 길모퉁이를 돈다.







밀짚으로 장식한 집집들이 자주 보인다.

그들도 밀밭을 그리던 빈센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에서가 아닐런지.




골목길을 자꾸만 걷다보니 갑자기 심상찮은 교회가 나타났다.

빈센트의 푸르디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그 교회일테지?



이 담벼락, 이 집 창문들... 변하고 또 변했겠지만

그래도 빈센트의 시선이 머물렀을 것만 같아...

골목길도 창문도 그곳을 채우고 있는 공기까지도 빈센트 만큼이나 초라하고 쓸쓸하다. 

창문들의 안색이 너무도 피곤해 보여, 빈센트를 그려보는 내 심색(마음 빛깔)도 노랗게 바래가는 듯하구나.ㅎ





조금 전, 교회 뒷문을 지나쳐왔으니,

이 길모퉁이를 돌아 조금만 오르면 빈센트의 '오베르 교회'와 만나게 될듯 싶다.

그런데, 반 고흐에게 중요한 이 위치에 도비니가 있다니....도비니의 흉상은 성공한 화가다운 풍모로군. 흠~

왜 그가 이곳에 버젓이 위풍당당 있단 말인가. 이제 잠시 도비니를 만나보고 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