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그리스 피레Piree에서, 2013. 5. 2
낯선 곳에서
염 명 순
낯선 곳에서 하룻밤
가숙의 성긴 잠 속으로
별빛은 쏟아져 베갯잇에
잔잔한 꽃무늬를 수놓는다
그 꽃길을 따라가면 어린 시절
강둑으로 지나가던 흰 상여
상두 소리 구슬픈 긴 강이 흐르고
괜스레 눈시울 적시며 가만히 손을 펴서 바라보던
손바닥의 손금들 이리저리 얽힌
가늘고 여린 선들 따라
하늘에 그려진 별자리 따라
나 오늘 여기까지 왔으나
지도를 보며 찾았어도 끝내 찾지 못한
추억의 성(城)이여
문 굳게 걸어잠그고 보이지 않는 전생의 마을인 듯
낯선 곳에서 나는 길을 묻고
내 운명의 별자리 위에
고단한 몸 누이고
잠시,
반짝이다 가리라
은비아빠가 그린 '자화상'. 그 아래 은비가 빚은 '아빠'
오늘 저녁에 은비아빠가 주말 휴가를 온다고 한다.
떠나는 뒷모습 보며 서글퍼 했는데 빨리 볼 수 있다니 내맘이 좋구나.
우리 모두 인생길 위에 서 있는 나그네들
무슨 인연으로 서로 만나
살뜰한 사랑 나누는지.
우리 여행 보내두고
깔끔깔끔 반들반들 닦아두고 간 것 처럼
나도 사위가 온다니 청소나 한바탕 해야겠다.ㅋㅋ
이번주 내도록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5월이라고 난방도 들어오지 않으니, 더욱 옹크리게 되네. 에잇참
뭔 날씨가 이랬다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으니.
세탁해서 잘 넣어둔 스웨터와 가디건을 다시 꺼냈다.
엇그제는 시인 염명순 님 아드님의 첼로 연주회엘 다녀왔다.
와우~ 얼마나 감탄스러운 연주인지...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흐믓하고..
인터넷 사정이 허락하면 연주 모습 동영상으로 담아온 것
올리고 싶었으나 여의치가 못해 서운하다.ㅠ
우리 모두 타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감사한다.
감사해서 자꾸만 기도하게 된다.
2013. 5. 24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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