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크루즈'13

산토리니..그러나

eunbee~ 2013. 5. 20. 19:50



작은딸과 내가 이곳에 머물던 시각, 산토리니 마을 정상에 있는 성당에서는 미사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성가가 들려오기에 그 노랫소리에 이끌려 성당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성가에 취해 있었지요.

그리스 정교회의 노래였겠죠? 러시아에서 듣던 러시아정교회당의 그레고리안 성가와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이제 이 꼭대기에서 내려가야 할 시간.

구불구불거리는 돌길을 따라 내려갈 참이라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선착장 부근에서 긴 줄을 서 있을 무렵부터 심한 말똥냄새가 났지요.

마굿간이 있는 곳에서 날아오르는 냄새였어요.

그곳이 나귀 정거장이었나 봐요.

나귀를 타고 긴긴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관광객이 많았어요.

그 나귀들의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는 내 마음은 어찌나 가엾고 서글픈지...


나귀들도 고달프고 지쳐 보이고, 나귀 등에 앉아 흔들거리며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결코 즐거워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제발로 걸어다니지...

가엾은 나귀들을 생각한다면 차마 그 잔등에 올라 앉을 생각은 못하련만.. 에혀~









말똥냄새가 코를 찌르고

곧바로 머리를 혼곤하게 합니다.

말똥에 취해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취해서

비몽사몽... 꼬불거리는 길을 내려옵니다.


내려오다가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쉬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났어요.

나도 도저히 더 내려갈 수 없는 지경이라 함께 쉬었답니다.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했더니, 단박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은,' 오빤 강남 스타일'이었어요.

그렇게도 좋을까. 그 노래와 춤이.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ㅎㅎㅎ

그래서 덕분에 나도 그들에게 환대받는 입장이 되었다우. 강남이란 단어의 의미도 설명해 주고.. 우린 그 노래로 인해

금방 친해?졌어요. 참 신기한 현상이야. 이들도 마지카 시민이더라구요.ㅎㅎㅎ



한 두 구비를 돌아 내려오다가 그녀들을 다시 만났어요.

그녀들은 반색을 하며, 이번엔 함께 사진을 찍자하네요. 호호홍~

나도 인기인? ㅋㅋㅋ

싸이~ 대단해요. 이 할마씨까지 '함께 사진찍고 싶은 대상'으로 올려 놨으니...ㅎ

코스타 마지카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또는 두 번씩 싸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지요.

온 시민이 들썩이며... 갑판에서도, 수영장에서도, 점잖은 레스토랑에서도....


그러고 보면 사람들, 차암~ 단순해요.

즐거움은 단순한 것에 더 많이 담겨 있어요. ㅋ






나귀를 모는 남자.

분위기 그럴듯하죠? 

이 사진 내가 좋아해요.ㅋㅋ





이 사진도 좋아요.ㅋㅋ




선착장으로 내려왔어요.

이제 우릴 우리들의 도시 마지카로 데려다줄 배를 기다려야 해요.


은비네는 소식도 없고...

은비엄마는 해변 카페에서 날 기다리더니, 내가 사진 몇 컷 찍고 해변 한바퀴 돌고 와보니

없어졌어요. 아마도 배를 먼저 탔나 봐요. 그새를 못참고서리~ ㅎㅎㅎ




부두에 놓여있는 배는 십자가인지 엥커의 윗부분인지..

저런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내 눈에는 특별해 보였다우.

작은 배에 정겨운 십자가. 참 좋았어요.


산토리니!

소문 무성한 그 섬.

아름답다고 말을 할까. 실망했다고 말을 할까.

아니야, 아니야, 난 그렇게 말 못해.

서글프다고 말할테야.


소문에만 현혹되었던 내 설렘이 서글펐고, 상혼이 서글펐고, 왁자한 분위기가 서글펐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가엾은 나귀들의 눈이 슬펐다고 말할테야.

온 섬에 풍기는 말똥냄새는 또 어떻고.

말똥냄새에 취해서 내려오느라 정신이 몽롱해졌다우. 

산토리니! 하면, 슬픈 나귀의 눈과 말똥 냄새! 그렇게 연상될 지경이어요.ㅠㅠㅠ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노라고 말해야 겠죠?

그 섬에 대한 예의, 그 섬을 꿈 꾸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그리고 산토리니를 그리도 꿈 꾸던 내 설렘에 대한 예의로.


한꺼풀 접고 이쪽으로 눈을 돌리고 이쪽으로 마음을 가진다면

매~우 아름다운 섬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아름다움과 그렇지 못한 것 뿐만아니라, 세상 모든것들은 대개가 양면을 함께 가지고 있으니...



집에 왔더니, 우리 동네는 이렇게 난리버거지~ 하하핫

사람 많은 곳에서 내 알러지는 심해져요. 정신적인 알레르기. ㅋㅋ

이렇게 많은 사람 속에서 여드레를 살았으니...


바다가 있었길망정이지. 



우리의 레스토랑 스메랄다에 앉았어요.

이 남자는 우리 좌석을 책임진 써빙 스텝(4명이 여섯테이블 정도 써빙) 중 팀장. ㅋ

이 코스타 마지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엔 동양인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서양 크루즈가 아니고, 동양 어느나라의 소속 선박같은 느낌이 강했지요.



우리 테이블 옆 테이블의 이 소녀는 자리를 뜰 때마다 아빠 엄마에게 무어라 소곤거리고는 비쥬를 하고 가더군요.

곧 되돌아 오면서도... 그 정경이 참으로 좋았어요.

우리도 그렇게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허그와 뽀뽀를 자연스레 잘 하는 내아드님과 나는 지금도 만나면 언제라도 허그랑 볼키스를 정겨움에 넘치게 하지요.

아니, 사랑이 넘치게..ㅎㅎ

나는 그런 습관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요. 딸들이랑은 공항에서 만나면 해요. ㅎㅎ

사위들이랑은 만날 때마다 하구요. 좋아요. 그런 습관. 장려합니당~~^^


 


찬을 마치고 11층 갑판에 올랐어요.

에게해의 황혼. 

아름답지요.


뱃전에 기대 서서 오래도록 바라보는 먼바다와 아득한 수평선과 

저녁놀은 오만가지 상념을 싣고 와

내 가슴 속에 부려두고 가요.

매일 저녁 그랬어요.



모처럼만에 우리 애들도 저녁놀 본다고 꼭대기층 갑판으로 왔군요.

하루 중 각자 따로 놀기 시간이 많아서,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어요.ㅋㅋ



해가 지면 우리는 어김없이 환락의 장소를 찾아들지요.

피아노연주 바, 노래연주 바, 그리고 이곳 댄스 바가 우리들이 즐겨 찾는 장소예요.

디스코텍이나 5060 전용 스펙타클을 보여주는 극장도 더러 기웃거리구요.


바다와 하늘은 검은 커튼에 휩싸여, 그 둘을 분간키 어려워진 시각.

우리 모녀들은 술 잔 앞에 두고, 

행복한 표정으로 우아하게 춤 추는 사람들의 춤맵시와 각 커플들의 특징을 감상하고 있지요.

밤이 더욱 깊어지면, 우린 집으로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집니다.

내일의 환락을 위해. ^^

마지카는 흔들림없이 고요롭게 대양을 미끄러져가기 때문에 

육지의 내집인지, 유람선상인지 구별이 가지 않아요.

또 그렇게 코스타 마지카의 하루는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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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이야기 해드릴게요.^*^

있잖아요~ 산토리니에서 내려올 때, 은비는 나귀를 탔고, 그애 이모는 그애가 탄 나귀의 고삐를 잡고 내려왔대요.

가엾은 나귀. 더 가엾었을 우리 큰따님. 에구구구~

은비 이모 하는 말, 땀을 뻘뻘 흘리며 나귀 고삐 잡고 내려와 주고 있는데, 은비는 이모! 고삐 잘 잡고 잘 몰아야지!!! 하더래요.

ㅎㅎㅎㅎ~ 그애 둘은 그런 궁합이에요.

나귀 타는 사람 흉봤더니, 그 인물이 바로 내 손녀였을 줄이야.ㅎㅎ

그러게~ 내 엄마 하시던 말씀, '자식 키우는 사람과 짐승 키우는 사람은 남의 말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란다', 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