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크루즈'13

카타콜론Katakolon, 올림피아Olympie

eunbee~ 2013. 5. 24. 22:59

산토리니를 돌아보고 코스타 마지카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긴 뱃고동소리가 들려 왔어요. 이 배에 승선하고 처음 듣는 뱃고동 소리예요.

그 소리가 참으로 구슬펐지요.

웬 뱃고동을 그리도 처량하게 울리는지요.

항구를 떠날 때마다 늘 울렸는지도 몰라요.

 

지난 해의 코스타 마지카는 항구를 떠날 적마다 Time to say goodbye(Con Te Partiro)가 

이탈리아어로 울려 퍼졌다네요.

그 노랠 불러주면 엄마는 울겠잖아,라고 딸들이 말합니다.

그렇게 해주지. 이번엔 왜 안 들려 주는 거야.ㅠㅠ

 

배를 타고 항구를 떠날 때, 길게 울리는 기적소리는 얼마나 구슬픈지요.

더구나 함께 떠나고 싶은 연인을 가슴에 안고, I'II go with you(Con Te Partiro) 라니요.

 

오후 두 시를 훨씬 넘기고  우리의 마지카는 산토리니 항구에서 천천히 선수를 돌렸습니다.

이제 밤을 도와 254마일의 바닷길을 천천히 항해해서 이튿날 아침에는 카타콜론항에 닿을 거예요.

 

 

산토리니를 떠난지 열여덟 시간 후, 우리는 카타콜론항 도크에 접안했습니다.

겨우 다섯 시간의 정박입니다. 

조식을 마치고 서둘러 하선 했다우. 오늘은 택시를 타고 올림피아엘 갈 참이에요.

올림픽의 발상지, 올림피아 말예요.

나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습니다.

올림픽, 온 세계가 4년 마다 벌이는 축제. 내가 무척 좋아한다우. ㅎㅎㅎ

축제 잖아요. 그것도 스포츠 축제, 더구나 세계적인 축제. 하핫

그 발상지를 찾아가는 길이니 신이 날밖에요.^^

 

 

카타콜론 세관 앞에서 우리는 택시를 탔어요.

명랑하고 믿음직한 덩치의, 이 지방 주민인 택시기사 님은 유쾌했습니다.

유쾌해도 너~무 유쾌해서 택시는 날아가듯 달렸어요.ㅠㅠ

 

우리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서북쪽에 위치한 엘리스 지방에 속한다는

크로노스 언덕(해발 123m)을 향해 달립니다.

카타콜론 시내를 벗어나자 총알택시는 규정 속도를 훨씬 넘어서 마구마구 앞차를 추월하며...

에구구~ 이 기사님 영어로 수다는 어쩜 그리도 신나게 늘어놓으시는지.

기사님 옆자리에 앉은 나는 브레이크를 밟느라 다리에 쥐가 날 지경.ㅋㅋ

정말 위험하게도 달리시네요. 시속 110-120으로 달려서 4-50분을.. 간 떨어지게...에구구~

 

 

도로 주변으로는 푸른 숲, 사이프러스, 낮은 언덕과 먼 산들이 스쳐지나가고...

주민들의 생업은 농업이라네요.

채소가 주요 농산물이고, 해변에 사는 사람들은 어업에도 종사한대요.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뭐~. 길가의 풀꽃들도 정답지요? 풀들이 사는 모습도 다 그래요.ㅎㅎ

내가 좋아하는 사이프러스가 많아서 눈도 맘도 즐거웠다우. 

난 사이프러스만 보면, 남국의 낭만스런 기분이 마구마구 솟아요. 호홍~ 거의 조건반사적이에요.ㅋ

 

 

세계문화유산인 올림피아의 유적들을 보기로 해요.

고대 올림픽의 시초가 된 이곳은 BC 2000년 경부터 성역으로 조성되기 시작하여

BC1000년 경부터 제우스신을 모신 곳이랍니다.

초입에는 김나지움이 있었다고 해요. 이제는 기단부분만 남아있지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기술을 연마하고 경기 전에 몸을 풀던 장소라고 해요.

 

고대 올림픽은 제우스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함과 올림피아라는 폴리스의 국민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행사였다지요?

남자만이 참여했었다는 것은 당연지사였고요. 처음에는 192.3m를 누가 빨리 달리나,를 했다네요. 

제우스신께 제사를 지낸 후 하룻동안 경기를 하고 먹고 마시고 축제를 벌였답니다.

BC 176년 부터 경기 종목을 늘리기 시작하여 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레슬링 승마 복싱 전차달리기 종목으로

늘어나고, 경기 기간도 5일로 길어졌답니다.

그리고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 대부분이 경기에 참가함으로서 선수들의 숙박시설도 늘려서 건설되었다지요.

지금은 폐허로, 잔해들이 수풀더미와 함께 놓여있네요.

 

 

이 유적지에는 제우스 신전, 헤라 신전, 스타디온, 레오니데온 등이 있답니다.

유적지를 지나다가 알아낸것만 이야기할게요.ㅎㅎ

블로그 친구님들이 워낙 잘 아실테니 그럴 필요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성의를 보여드려야지요? ㅋ

 

 

팔레스트라 라고 하는 곳인데요. 레스링 복싱 등의 경기가 열리던 곳입니다.

 

 

선수들의 숙소로 쓰이던 곳이겠지요?

은비엄마의 설명은 믿거나 말거나이니 참고 하세요.ㅋㅋ

이 여행도 그리스 섬여행이라고 하더니, 새빨간 거짓뿌렁이었잖수?

걔가 참으로 똑 소리나는 앤데...이번엔 왜 그랬나 몰라요.

정신을 어디 다른 곳에 팔고 있나 봐요. 아무래도...ㅎㅎ(뒷 조사 들어가 봐? 하하핫)

나는 문맹이니 뭐~ 할말도 없어요.ㅠㅠㅠㅠㅠ

 

 

 

 

'엄마, 아까 그 숙소 터에서 개 봤어?'

'아니, 못 봤는데..'

그런데 사진에 보니까 개가 구석진 곳 그늘에 얌전하게 앉아있더라고요.

내 눈엔 따님 모습만 보였지요.

 

 

이 건 다 뭘까요?

올림피아의 유적 중 무슨무슨 터!!!예요.

묻지 마시고, 궁금해 하지도 마시고...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하기 없기~

 

 

이 유적지의 하일라이트 제우스 신전의 유적, 남은 돌들입니다.ㅎ

건축 당시 길이 64.12m, 폭 22.66m로 파르테논 신전 버금가는 웅장한 신전이었답니다.

신전 내부에는 13.5m 높이의 제우스상이 있었다고 하네요.

 

 

다른 각도에서의 제우스신전 유적.

은비엄마 하는 말이, 이곳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곳만 잘 기억하셔~ ㅋㅋㅋ

 

 

제우스 신전을 지나면 스타디온으로 들어가는 작은 아치문이 있습니다.

기원 전 4세기 중반에 건설된 것이랍니다. 그러나 저 아치부분은 로마에게 지배 당했던 기원전 2세기 것.

 

 

그 시대, 건장하고 단련된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한다고 상상하며,

뒤돌아 서서 숙소와 훈련장과 신전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그리스 도시국가의 어느 선수, 어느 폴리스를

응원할까 그런 마음자세로 되어 보세욤~

 

 

스타디온.

고대 올림픽 경기를 그려 보세요.

타임머신을 타고...ㅎ

경기장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겠지요.

더 넓고, 더 긴장되고, 더 신성한 분위기의 장소였겠지요.

 

 

 

출발선은 돌로 되어있고..

자~ 출발!!

 

휫슬을 불었을까요? 총소리 신호를 했을까요?

준비~ 뛰!!! 그랬을까요. ㅎㅎㅎ

 

 

 

언덕에서 내려다 본 스타디온이에요.

폭 30 여m, 길이 193.3m.

이 언덕은 관중석이었다네요. 약 250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니...대단했어요.

스타디온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신전들이 웅장하게 위용을 떨쳤을 장소들과 만나게 됩니다.

 

헤라신전이 저만치 보이네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불타오를 성화를 이곳 헤라신전에서 채화를 하잖아요.

신의 포스가 흐르는 그리스풍 드레스를 걸친 여인들이 채화를 하는 장면은 더러더러 보아왔지요?

헤라가 누구냐구요?

제우스 마눌님! ㅎㅎㅎ

 

헤라 신전은 그리스에 남아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신전이라죠?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난리예요. 이 기둥은 헤라신전의 세 기둥 뒷편으로 보이는, 기단과 주부가 남아있는

유적입니다. 이 기둥 양식이 이오니아식인가요? 코린트식인가요? 알 수가 있나. 도리아식이 아닌것은 분명한데...

 

 

우리를 태우고 간 택시는 한시간 이상을 우릴 기다려 주었고.

기다려준 그 택시를 타고 우리는 올림피아를 떠나와, 카타콜론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항구 세관 앞까지 가지않고 시내 도로에서 내려달라 했다우.

시내가 예쁘거든요. 우리 애들이랑 헤어져서 사진 몇 컷 담았어요.

집에(배)돌아오니, 딸들이 묻습니다."엄마~ 그 택시기사님 만났어?" 

그 택시기사님을 애들이 다시 만났는데, 엄마는 어디갔느냐고 묻더라네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니네 엄마 나이스 우먼이야, 보고 싶어서.." 그러더래요.ㅎㅎㅎ

그 기사님이 나에게 사진을 찍자면서, 자기 차 번호판도 나오게 찍으라고 

우리애들에게 부탁도 하고.. 내게 정말 친절했거든요.

왜 그리들 사진은 찍자고 하는지..원.ㅋㅋ

그래서 우리 딸들이 그 기사님에게 "우리 엄마는 여기서 살기로 했어요."라고 했다네요. 우리애들도 웃겨~

아마도 그 택시기사 님은 아직도 나를 찾아 헤맬지도...우화하하핫

이런 소소한 웃음꺼리가 여행의 양념들. ^*^

 

 

 

 

 

 

 

 

세관 앞 광장에서 그래피티인지 벽화인지.. 근사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저 커다란 우리집으로 들어갔더라눈..ㅎ

 

 

 

저녁 식사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더니

신사 숙녀 여러분이...

 

 

내 의상은 하루종일 이런 모습.

저녁만찬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갈 때는 모자랑 선그라스를 벗었을 뿐.

옷 바꿔입는 일도 귀찮더라고요.

짧은 원피스이니 신발은 편안한 검은색 에나멜 엥글부츠.

 


우리 가족들은

그냥 하루 종일 입었던 옷 입고 레스토랑에 왔더니.

모두들 정장 차림이에요. 엥? 뭔 날이래?

오모나야~ '디너 드 갈라 들 로 흐부아' 라네요. 이거이 뭔 소리여~

투데이 신문 안읽어서 우리는 또 이렇게...

그래도 은비랑 은비엄니 복장은 좀 나은 편이라우. 큰애는 청자켓에 엉덩이 보일랑말랑 숏바지에 엥글부츠. 키키~

 

 


 

특별 만찬날은 매뉴판도 달라요. 인쇄도 특별나고, 돌돌 말아서 리본으로 예쁘게 매어서 접시 위에 올려 두지요.

샴페인 잔에 샴페인을 따른 후

소등을 하고, 촛불을 켜고, 써빙스텝 모두가 돌면서 인사를 하더니

테이블에 앉아있는  마지카 시민들과 춤을 추고... 

큰애랑 한바탕 춤추던 팀장은 나랑도 한 곡 밟으시고.

밥먹으러 와서 이게 뭔 일이래. 우리의 여행 쉐프의 근무태만으로 

우린 이렇게 써프라이즈가 되니,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더랍니다.

이 저녁만찬은 써빙맨들이 우리들에게 샴페인을 서비스하면서, 

그동안의 만남을 기억하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날인가 봐요.

이별의 특별 만찬, 디너 드 갈라 드 로 흐브와~~

 

불이 켜지자 써빙맨들은 손에 손에 깃발을 들고

흔들며.. 음악은 울리고...

왁자한 분위기가 잦아들자 

우리의 식탁을 위해 애쓴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만찬을 즐겼지요. 

맛있게 맛있게.^^ 그리고 고마움과 정이 담긴 팁을 잊지않고, 접시 아래.^^

(우린 매일 팁을 놓지않고 이날 한꺼번에 30유로를)

 

이제 저녁을 먹었으니 우리는 댄스파티장으로~ 

하루를, 춤추는 것을 보며(혹은 춤추며) 춤추는 마음에서 끝을 냅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어요.

마지카 시민 자격 박탈당할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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