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크루즈'13

생애 처음으로 그리스땅을 밟았어요.

eunbee~ 2013. 5. 14. 21:57


저녁 일곱 시에 이탈리아 바리항을 떠난 코스타 마지카는 느리게 느리게 아드리아해를 미끄러지더니

5월 3일 아침 일곱 시에 그리스 항구 코르푸에 닿았습니다.

내 수첩을 보니 '푸르고 아늑한 해변 마을'이라고 적혀있네요.

우리는 아침을 먹고 느지막히 9시 30분이 되어서야 하선을 했다우.

언제나 어딜가나 느림뱅이 여행자들이에요.


내 생애 처음 그리스 땅에 발을 들여 놓는 날.

작은 감동이 일었어요. 그동안 그리스를 와보고 싶어서 속으로는 은근히 손꼽았었거든요.

영화에서 그리도 좋게, 낭만스럽게 다가오던 그리스의 작은 섬..

그러나 이곳은 섬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그냥 발을 들여 놓았어요.ㅎㅎ (섬이 아니고 그냥 작은 항구일 거예요)





코르푸 항구 근처 구시가지엔 상점들이 즐비해요. 유람선의 관광객들이 짭짜름한 수입원이겠지요.

옷가게엔 하얀 브라우스가 많았어요. 면에 레이스로 장식한 보드랍고 가벼운 옷.

그리스 전통의상다운 디자인이네요.

작은딸은 쇼핑의 여왕답게 이 작은 마을에서 모피에 홀려 흥정을 마쳤으나, 수선시간이 배 출항시간과 맞지않아

포기해야만 했는데,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우.ㅋㅋ 못말리~

그런데 그 모피 정말 헐값이에요. 

그리스에서 모피 사면 싸다는 소문은 자자해요. 유럽에서는....ㅋ


큰애는 10유로주고 스카프하나 장만했고(정말 잘 샀어요. 가격대비 품질좋고 디자인좋고-세겹으로 된 특이한-

감촉 좋걸랑요. 나는요? 수영복 위에 함께 걸치고 나가면 좋을 원피스 하나 장만했지요.ㅋㅋ

사면서, 이 건 완전히 고갱의 타이티풍이다,했어요.


큰 눔 노리다가 헛탕친 작은애는 빈손. 하핫 

아니다, 낑깡으로 만든 술 두병 샀어요. 친구랑 남편이랑 준다고... 

달큰한 것이 참 맛있는 술이에요. 붉고 맑은 분홍 장미 빛깔 술은 그 빛깔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에요.

은비요? 그애는 집에서 자요. 쿨~쿨~









이 꽃은 그리스의 국화라고 해요. 올림피아 갈 때 운전기사에게 물어봤는데.. 그 이름 까먹었어요.

우유병 씻을 때 사용하는 솔처럼 이상하게 생겼으나 그 색깔이 아름다워 온 거리를 밝게 치장해 줍니다.

세관 앞에는 귀가?^^하는 코스타 마지카 시민들로 북적이네요.

게으름 피우다 나온 우리는 세 시간 남짓 코르푸를 어슬렁거리다가 이제 집으로 가요.



돌아와서 뷔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수영장 앞에서 수영하는 여인들의 어여쁜 몸매도 감상하고

왈렌(댄스 선생)이 가르쳐주는 살사, 차차차 등을 배우기도 하며, 지중해의 햇살과 노닐고 있어요.






방에 들어가서 수영할 채비를 하고 왔어요.

코르푸에서 장만해온 원피스를 입고

수영복을 안에 입고...

이제

수영장으로 뛰어들 참이에요.

원피스 훌러덩~벗기 편하겠죠?

정말 편해요.



저녁 만찬 후에는 선장님을 비롯한 이 선박의 엔지니어들이 몽땅 인사하러 나오는

선장이 초대하는 '칵테일 파티'에 갈 거예요.

그래서 나는 파리에서 큰애랑 장만한 꽃무늬진 분홍드레스를(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롱원피스) 입었어요.

우리 가족 모두 성장을 하고 왔다는데... 저 모양들이에요. 큰애는 사진에 생략이네요.ㅋㅋ

자기 시누이 결혼식날 입었던 진달래빛이 아른아른 들어간 야시시한 원피스를 입었다우. 나름 우아했어요.

작은애는, 여행준비할 때 옷 챙기느라(고르느라) 이틀 동안 가방 문 열어두고 고민고민 하며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더니,

나는 뭔 엄청난 의상을 준비한줄 알았지요.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군. 흐흐흐



만찬, 

저녁마다 지정레스토랑에서 먹어야하는 만찬 코스는 일곱가지예요.

전식부터 시작해서 샐러드, 스프나 파스타, 본식, 여러가지 치즈와 견과류 코스, 후식, 몽땅 주문할 수도 있는데

모두 먹으면 일곱 접시에요. 그 일곱 접시의 음식을 포크 나이프 접시 모두 다른 것으로 바꿔와요.

(우린 서너 가지 또는 다섯가지를 먹어요.)

프랑스 정통식사코스와 같아요. 써빙하는 사람들은 코너마다 지정되어있고, 

여드레 동안 그사람들이 써빙해요. 식사 테이블도 지정되어 있어요. 

메뉴판도 고객의 네이티브렝귀지로 프린트되어 있고요. 써빙맨들도 고객의 언어를 사용해요.

이태리어, 불어, 영어, 에스파냐어, 그리스어 외의 언어권 고객은 영어로 통하지요.


여행기간 동안 최고의 테이블 서비스를 받으니, 우리 또한 최고의 테이블 매너와 복장으로

그 써비스와 음식에 답례해야죠.

기분 정말 좋아요.

와인 곁들이며 담소 나누며, 

품위있는 모양새로 차려져 나오는 음식을 자연스러운 몸가짐과 손놀림으로 우아하고 즐겁게... 

이 시간 멋져요. 하하항~ 

나는 귀족이 된 기분으로 늘 마음 속 허영을 채웠어요. 혼자 몰래~ㅋㅋ

살근살근.. 오물오물... 가끔 입술가를 우아하게 눌러주기도 하면서. ㅎㅎㅎㅎ



만찬 후엔 이렇게 노을을 봐요.

나는 갑판으로 올라가 노을을 보며, 디카에 담고

내려와서 얘네들을 찾았지요.

아들이 사진 몇장 보내라해서, 아들,며느리에게 보낼 사진 몇 컷 찍었어요. 가족사진.ㅎ



저녁 아홉 시에 벌어진 선장이 초대한 '칵테일 파티'가 벌어졌네요.

선내에 있는 대형 극장이에요. 스펙타클이 진행되고 있군요. 

여자 가수의 노래, 더러 무대에 올라와 춤추는 용기있는 부부, 연인들..



유람선의 스텝들 소개가 있은 후, 선장이 뭐라뭐라 한다음, 칵테일 잔 높이높이 축배를 들고.

남자 가수가 멋드러지게 등장하더니 우리 귀에 익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히 불렀을 흘러간 노래들을 열창했어요.

마이웨이부터 뉴욕뉴욕..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한시간을 열창하는 그 남자 가수, 생김도 짱!!

정말 잘 부르던걸요.



쇼가 끝나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갑자기 하얀 슈트의 어느 신사분이 내옆자리에 앉더니

(나는 우리애들과 떨어져 앉아있었거든요. 그애들은 높은 층. 나는 그 아래 서너층계 낮은 곳에) 

스펙타클이 좋았어요? 하며 말 걸어오기에, 방긋 웃으면서 좋았어요. 하는데

어머머~ 눈치도 없지, 은비엄마가 나를 데리러 온거예요. 얼떨결에 그 신사에게 인사하고.. 끌려가면서, 

얘, 이제 막 작업 들어오는데 왜 그리도 눈치가 없어~ 오늘 저녁에 드디어 한껀 하는 건데.. ㅎㅎㅎ

은비엄마도 천연덕스럽게, 어머? 그러던 참이었어? 다시 가자. 그 신사 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아이구~

우리 모녀 그렇게 웃으면서, 밤마다 우리가족 모두 가서 멋지게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곳, 5층 덴스파티장으로 갔다우.

이곳을 은비가 무척 좋아해요. 그애는 틴죤에는 절대 가지 않아요. 이상하죠? 

그리고 부부가 추는 볼룸댄스를 그리도 좋아하더라구요. 이상한 일이얌~




그곳엔 동양사람은 없어요. 더구나 동양 여자가 플로어에 발들여 놓는 일 없지요.ㅎ

사흘을 남의 인생만 바라보다가 급기야 이 할마씨 라인댄스 시간에 엉덩이 일으켜세워~

은비가 '할머니 내가 사진 찍을테니 나가서 춤춰'라고 응원을 하기에. 하하핫

저 꼬라지를 보세요. 우화하하핫

그러나 뒤에서 부인과 함께 춤추던 신사분이(이사진 속엔 없네요.사진은 파티장의 일부만 나왔어욤)

 두어번을 브라보~ 크게 외치며 내 곁으로 와서, 손뼉까지 치던걸요. 호호홍~


다음날엔 그 신사분이 아내와 함께 몇 곡을 추시더니, 월츠가 흐르는 대목에서

내게 춤을 신청했어요. 아휴~ 부끄러워. 못 춘다고 사양하고는.. 좀 미안했지요.

사실 못 추거든요. 그냥 월츠를 추라면 추지만, 남자랑 함께 추는 비엔나월츠를 정식으로

파트너랑 추어본 일이 없어요.ㅠㅠ

맹꽁이.. 맹초...이제껏 뭐하며 살았대~ㅠㅠ

다음 날,

저녁 만찬 때 그분 부부를 발견했어요. 강남스타일을 부르는 레스토랑스텝들을 보느라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을 내려다 보다가  같은 윗층 장소에서 식사하시는 분인걸 그제야 알았어요.

우린 서로 인사를 건냈지요.

그분은 식사후 우리자리로 오더니, 사진을 함께 찍자했어요.

그 부인이 신사와 나의 다정한 모습을 그들의 사진기에 담았어요.

별일이다,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은 좋았지요. 이것이 여행에서의 일들이니까.^^



코스타 칵테일의 시리즈 중 코스타 드림이에요.

나는 매일 밤, 코스타 드림, 코스타 스카이, 코스타 윈드, 코스타 씨를 골고루 마셨어요.

집에 가서 만들어 마시려고 메모해 뒀어요.

비슷하게 칵테일하면 되겠지요 뭐~

이름도 내 맘대로 붙이고...

분당가면 그렇게 할 거예요. 내가 만든 내가 이름붙인 칵테일, 언젠가는 선보여 드릴게요. 기대하세요~~^^



부끄러우니, 이 포스팅은 친구들께만 공개합니다. 후후훗

저 엉성한 살사와 차차차 라인댄스 폼 보시는 즉시 잊어주세욤~~ 부탁해용~!!

우리가족들도 은비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즐겁게 웃었다우.ㅎㅎㅎ

그리고 금방 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