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Bari에는 성 니꼴라 성당이 있어요.
그곳엔 성 니꼴라 두개골이 안치되어있다고 합니다.
그 성당을 잠시 둘러 보기로해요.
성당 문 양쪽에는 양으로 보이는 동물 석상이 있는 것이 이채로웠어요.
소문난 성당이라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우. 단체로 온 학생들도 있고요.
십자가의 예수님 옆에 아기천사들이 촛대와 촛불?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은
내 기억 속에는 없는 처음보는 고상이에요.
성당 지하로 내려가는 문 옆에는 아름다운 성수대가 벽에 비치되어 있는데
이런 성수대도 처음 봐요.
지하 성당에 있는 성 니콜라의 두개골이 안치되어 있다는 방이에요.
성 니콜라.
따로 마련된 작은 기도실은 철제울타리로 되어있습니다.
기적의 기둥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철망 사이로 손을 넣어 어루만지며 기도를 합니다.
기적, 모두에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기도하나 봐요.ㅎ
그들이 바라는 기적이 그들에게 일어나 주기를, 나는 기도했습니다.
바리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산책합니다.
우리를 싣고 온 커다란 유람선이
이렇게 먼 항해에서 잠시 발길 멈추고 항구에 머물며, 낯선 도시에 우리들을 부려놓으면
그곳을 한 나절 쯤 혹은 반나절을 산책하고 돌아 오지요.
코스타 마지카라는 환락의 도시 한 귀퉁이에 옹송그리고 있는 한칸짜리 우리집으로.ㅋㅋ
작은딸은 이미 우리집으로 혼자 발길 돌렸어요.
그녀의 따님은 아예 하선 조차 하지않았구요.
아마도 우리가 들어가면 그녀 둘은 자던지 먹던지 둘이 뱃전을 어슬렁거리던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이미 이곳은 지난해에 와서 봤다 이거지요. 열 번을 봐도 똑같지 않다는 걸 생각지 않아요. 게을러서? 관심없어서?ㅋ
골목길에서 골목길로 휘돌던 큰애랑 나는 어느 성당 옆 막다른 모퉁이에 있는 바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지나온 이야기, 잊혀지려하던 이야기, 다가올 것에 대한 이야기, 고국에 있는 아들,동생 이야기...
종횡무진 중구난방 이야기꽃이 만개합니다.ㅎㅎㅎ 그러다가는
전선에 앉은 비둘기도 보고, 아이스크림 먹고있는 사랑스런 애기들도 바라보고....
지난날 여행길 위에서 만났던 스친 인연들과의 순간으로 지나쳐간 이야기에까지 이르릅니다.
이 또한 여행길 위에서 펼칠 수 있는 색다른 맛의 순간이지요.
바리의 특산물인가 봐요.
이 골목에선 집집마다 이러한 모양의 빠뜨(파스타)를 만들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댕글댕글 마른 파스타를 저울에 달아서 고객에게 팔고 있었지요.
아직도 손으로 직접 만든 파스타를 오래된 저울에 달아 파는 모습이 정겹고 따스했어요.
이 할머니도 파스타 만드는 선수이신가 봐요.
우리들의 저녁만찬 레스토랑에서도 이런 모양의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아마도 이곳 바리의 특산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확인된바 없으니... 믿지는 마세요.ㅋ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길 하나 사이.
윤기나는 신시가지를 보면서, 연전에 갔던 라스페치아의 거리를 떠올렸지요.
이딸리아의 작은 항구도시는 느낌이 이렇게 비슷하네요.
떼아뜨르 건물이 산뜻합니다.
우린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몰라, 작은애가 쥐어주던 버스 티켓을 주머니에 넣은 채
터덜터덜 걸어서 항구의 깔끔한 해변로를 따라 환락의 도시 속 우리집으로 가고 있답니다.
가방 속 지갑에 넣어둔 '주민증'이 잘 있나 확인하면서...ㅋ
저기 저어어어기, 오른쪽 끄트머리 둥근 노란 굴뚝이 우리집 굴뚝이어요.ㅎㅎㅎ
한참을 더 걸어야 되겠죠?
큰딸 표정을 보니 다리가 아픈가 봐요.
앙큼스런 나는 다리 안아픈 척하면서 홍~홍~ 콧노래 부르며 걷고 있었다우.
사실 다리가 쬐끔 아팠거든요.ㅠㅠ
그리고 우리큰애 살짝 삐친 눈치에요. 버스티켓 사장시키며 걷고 있는 내게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요?
눈치를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만, 우린 서로 모른 척 안그런 척하면서 걷고 있습니다.ㅋ
걷기에 강한 엄니랑 걷기 싫어하는 딸들이랑 어디 다니면 누가 더 눈치 볼까요?
물론 걷기 좋아하는 편이 눈치 보게 돼있어요. 다리 아프고 고달픈 쪽은 걷기 싫어하는 사람일테니까요.
이제 집으로 돌아왔어요. 화면에 땟자국이 주루루 흐르는 것은 유리창 너머로 본 풍경을 담았다는 증거예요.
항구에는 저런 배들이 정박해 있네요.
레스토랑에서 써빙받는 만찬을 마친 후, 갑판에 나와 먼 바다를 봅니다.
이렇게 머물고 떠나고 또 다시 가 닿고....
어딘가를 향해서 길 떠난다는 안도감이 나른하고 무력하게 하네요.
팽팽함이 없는 마냥 늘어지는 시간이에요.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문 하나 사이를 둔 환락과 고요'. 그 차이였어요.
음악소리 드높고, 춤추고, 환호하고, 더러는 웅성대는 군중 속에서 휘감기는 분위기를 타고 있다가
문을 하나 열고 밖으로 나가면, 먼~ 수평선의 아스라함이 적막함에 뒤덮여
숨막히는 침묵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지요.
그 망망한 대해의 아찔한 현기증 이는 넓디넓은 공간을 채우는 적막은
정말 숨 막혀요.
초저녁 해가 막 기울고 난 후 노을마져 걷히고 나면, 회색빛이 섞인 연두색으로 천지가 변해요.
바다 위, 거무스름한 하늘, 뱃전부터 눈길 닿는 먼곳까지 온통 연두빛으로 휩싸여요.
이상스런 신비감이 몰려 오지요.
작은딸은 이런 저녁을 늘 신기해 하며, 감탄하더라고요.
나는 그냥 숨이 막힐 뿐이에요.
질식할 것 같아요. 그 적막감에 얹힌 요상스런 연두빛이 주는
포근한 기괴함...
신비한 경험이에요.
이렇게 또 하루가
아드리아해 바닷물결 위에서 흐르고,
나는 칠흑같은 밤 하늘에서 별을 찾다가.. 그리움에 젖다가... 시름겨워 긴 한숨도 쉬다가..
내 인생에게 고마웁다는 인사를 잊지않고 속삭이고는 집으로 들어와 잠에 빠지지요.
대해를 떠다닌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않고, 편안하고 익숙하게 선상생활을 합니다.
크루즈 여행이 가져오는 특별한 경험,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떠들썩함(환락과 혼돈이 섞인)과 고요로움(안온과 평화로움이 깃든)의 세상이
마치 우리네 마음 같아서
이쪽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가, 저쪽으로 향한 문을 열고 나가는가에 따라 마음 모양새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랍니다.
이쪽 저쪽 드나들며 놓여진 것들을 즐기는 여행자의 마음가짐도
굳세게 고수하고 있었더랍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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