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나무처럼

eunbee~ 2013. 3. 28. 01:01






나무처럼


                                 염 명 순


두고 온 고향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리움도 지나면 한 줄기 강으로나 흐를 것을


갸론강 가에 발 담그고 머리 푼 버드나무 가지

휘늘어지도록 때로는 살아온 날들이

힘겹게 아래로만 처지고

서둘러 소실점으로 사라지기 위해

길은 황금색으로 물든다


그러나 한때는 얼마나 폭풍우쳤던가

한낮을 가로질러 크게 두 팔 벌리고

한마디 외침도 비명도 없이

그렇게 활활 타올라 분신해버린 쇠잔한 세월


이제는 검게 그을려 뚝뚝 부러지는 굵은 획으로

검초록의 그늘 밟고 고요히 서서

너무 많이 산 늙은 나무처럼

나이테를 목에 두르고

오래 침묵하는 나무처럼



* 갸론강 -  프랑스 뚤루즈 市를 흐르는 강

시인 염명순 님은 뚤루즈2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수학하심.



사진  2013. 3. 20 오후 sceaux에서




parc de sceaux 의 내 나무 아래로 갔다.

언제 어느때 가봐도 늘 그렇게 의연하게 서서 나를 반겨주는 내 나무.

오늘 날씨는 흐림, 구름 하늘가득, 바람 약간.

한참을 앉아 콧노래부르며 먼 하늘을 바라 본다.


바람은 차고, 해는 구름 속에서 질식한 채 힘이 없다.

앙상한 가지로 서 있는 마로니에나무들에겐 봄은 한참이나 멀었다.

목련꽃 봉오리는 제법 크게 봉긋하구나.

벚꽃도 예서제서 살며시 웃기 시작한다.

휘늘어진 버드나무는 연두색으로 하늘거린다.

내일은 은비네가 전에 살던 벨포거리로 가봐야 겠다.

목련꽃거리에 목련화는 피고 있으려나.


나무처럼 살자.

죽어 한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

.


고운 하루가 또 간다.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2013. 3. 27.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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