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염명순 님의 詩 읽기

eunbee~ 2013. 4. 3. 18:48



사진 - 어느해 parc de sceaux 동쪽 작은 분수에서는 연꽃이 웃고 있었지. 올봄 가보니 연꽃은 흔적없고 빨간색 물고기들이...




심학규 1


                                                   염 명 순


인당수엔 물안개만 자욱하다더라

청아, 울며 불며 네가 가고

그 매섭던 겨울이 가고

죽은 여인의 무덤이 둥글고

보드라운 젖가슴마냥 솟아오르는

꽃샘바람 어여쁜 올 봄엔

담장 옆에 꽃 한 송이 심어놓고

귀 기울여 물 흐르는 소리 듣는다

담 모퉁이엔 아직 네 울음소리 흩어져

밤마다 사립문 서성이는

그리움과 회한의 목 메인 귀곡성은

제 설움에 겨워 머리 풀고, 여기는

살아갈수록 첩첩한 불명不明의 땅이다

속쓰림과 헐벗음, 오랜 외로움 같은 것도

지팡이 하나로만 짚어온 길이건만

이상하다, 왜 내게는

살아온 날들만 보이는 것이냐

나는 자주 작은 도랑 앞에서도 막막하다


헤어나지 못해 몸부림치는 물살에 실려

돌아보면 쓰러지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여,

네가 결국 걸림돌이었구나




분수가 솟아오르는 노즐 부분엔 그랑꺄날을 누비는 단 한 마리 백조가 태풍의 눈에 올라앉아있는 듯이....

마치 백조가 분수를 뿜어 올려대는 것처럼 보이기도.ㅎ 

착각은 제맘이야.ㅋ





심학규 2


                                         염 명 순



불현듯 등이 젖는다

네가 모질게 등이 밀려

깊은 바다에 떨어지자

풍랑은 더욱 심해지고

해초는 엉켜들어 우리 목을 조른다

깨워다오 이 꿈을

우린 모두 눈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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