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조난기 詩-염명순

eunbee~ 2013. 3. 26. 22:12




조난기


                                        염 명 순


나는 

이 도시에서 조난당했다

안전이란 얼마나 좋은 것이냐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끝내 도시는 나를 버린 게다

대열을 따라 목묵히 걸어왔건만

그 흔한 보험 하나 들지 못한 나를

도시는 분명 비웃은 게다





도시는 제게 이르는 모든 길을 차단한 채

단호한 옆모습으로 돌아누워 버리는데

가파른 빌딩의 능선을 타고

얼어붙은 잔설 위에 발자욱 찍으며

홀로 만나는 고요

홀로 만나는 죽음

문득, 가던 길이 끊어져 돌이킬 수 없는

내 생의 구조신호는

잔고가 바닥난 내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린 당신과 나의 암호


길 없는 산에 길을 만드는 다급한 짐승처럼

가다보면

기력이 쇠잔하도록 도시를 버틴 사람들이

어두운 거리 곳곳에

흰 고사목으로 서 있었다




사진  2013. 3. 25  sceaux에서



새소리가 제법 시끄럽습니다.

새들은 이 도시에서 조난당할 일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창 밖에서 새소리 요란스러우니, 작은딸 하는 말이

"거 봐~ 시절이 무르익으면 새는 운다니께~" ㅎㅎㅎ


뭔 한국연속극을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작은딸, 잠들었습니다.

시장가자 하더니.... 

은비 수학여행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났더니

피곤하답니다.ㅋㅋ

엄마는 컴 앞에 앉아 이러고 있는데....

그나저나 블친네 방으로 옮겨가면 한글타자 안되네요.

에잉~ 어쩐대. 은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ㅠㅠ


내가 사랑하게 된, 앞 집에 사시는 시인 염명순 님의 詩集을

아예 끼고 삽니다요. 블친님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으니 자주 올려 드리겠어욤~

시인께 허락도 받지않았으니... 많이 죄송합니다.


지금 여기는 오후 2시 12분.

따님의 낮잠 속에서 나는 조난 중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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