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기
염 명 순
나는
이 도시에서 조난당했다
안전이란 얼마나 좋은 것이냐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끝내 도시는 나를 버린 게다
대열을 따라 목묵히 걸어왔건만
그 흔한 보험 하나 들지 못한 나를
도시는 분명 비웃은 게다
도시는 제게 이르는 모든 길을 차단한 채
단호한 옆모습으로 돌아누워 버리는데
가파른 빌딩의 능선을 타고
얼어붙은 잔설 위에 발자욱 찍으며
홀로 만나는 고요
홀로 만나는 죽음
문득, 가던 길이 끊어져 돌이킬 수 없는
내 생의 구조신호는
잔고가 바닥난 내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린 당신과 나의 암호
길 없는 산에 길을 만드는 다급한 짐승처럼
가다보면
기력이 쇠잔하도록 도시를 버틴 사람들이
어두운 거리 곳곳에
흰 고사목으로 서 있었다
사진 2013. 3. 25 sceaux에서
새소리가 제법 시끄럽습니다.
새들은 이 도시에서 조난당할 일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창 밖에서 새소리 요란스러우니, 작은딸 하는 말이
"거 봐~ 시절이 무르익으면 새는 운다니께~" ㅎㅎㅎ
뭔 한국연속극을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작은딸, 잠들었습니다.
시장가자 하더니....
은비 수학여행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났더니
피곤하답니다.ㅋㅋ
엄마는 컴 앞에 앉아 이러고 있는데....
그나저나 블친네 방으로 옮겨가면 한글타자 안되네요.
에잉~ 어쩐대. 은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ㅠㅠ
내가 사랑하게 된, 앞 집에 사시는 시인 염명순 님의 詩集을
아예 끼고 삽니다요. 블친님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으니 자주 올려 드리겠어욤~
시인께 허락도 받지않았으니... 많이 죄송합니다.
지금 여기는 오후 2시 12분.
따님의 낮잠 속에서 나는 조난 중입니다.ㅋㅋ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명순 님의 詩 읽기 (0) | 2013.04.03 |
---|---|
나무처럼 (0) | 2013.03.28 |
사랑의 자세.... 詩 염명순 (0) | 2013.03.23 |
시인을 만났어요 (0) | 2013.03.10 |
마음이란 눔이... (0) | 2013.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