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길상사 뒤뜰을 거닐며...

eunbee~ 2012. 8. 19. 04:01

 

 

 

막내동생네 가족이랑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길상사엘 갔다.

참으로 오랜만에 갔더니 입구부터 낯설다.

세월 속에서 변치 않는 것이 있으랴만, 길상사는 그새 너무도 많이 변했구나.

 

 

 

 

극락전에서 삼배올리고,

뒤뜰을 거닐었다.

막내올케님은 자주 이곳에 들러 기도를 드렸으니, 경내 곳곳을 잘 안다.

너무도 많이 변해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이곳저곳 안내한다.

이곳을 시주한 분과 시인 백석을 이야기하며 걸었다.

 

 

 

 

수라(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한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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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일삼는 무서운 귀신. '아수라'라는 말이 있죠? ㅋㅋ

 

백석 시인은 마음이 참으로 여린사람이었나 봐요.

수라라는 저시는 일본강점기의 우리백성에 대한 애달픈 마음을 읊었다죠.

 

 

 

백석이 사랑했던 여인 김영한

그녀를 '자야'라고 불러주던 운명같은 남자, 백기행白夔行

 

이 땅과 건물을 시주할 때, 1000억을 선뜻 내놓는 것이 아깝지않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녀는 말했다지.

"1000억원 그 돈, 내사랑 백석의 詩 한줄만도 못해"

 

아~~!!!

.................

 

참으로 행복한 여인이었네!

 

 

 

 

길상사 뒤뜰에는 붉은 능소화 몇 송이

돌담 기대어 곱게 웃고 있다.

 

길상화(김영한 할머니는 시주 후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았단다)가 된 '자야'는 능소화로 웃고 있을까

석불로 다듬어져 관세음보살로 웃고 있을까

 

비도 오락가락

우리네 상념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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