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반 고흐의 편지 그리고...

eunbee~ 2012. 7. 28. 23:09

 

테오에게

 

오늘부터 내가 방을 얻어 살고 있는 카페 내부를 그리기 시작할 생각이다.

저녁에 가스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이곳을 '밤의 카페'라고 부르는데, 밤새도록 열려 있는 카페다.

돈이 없거나 너무 취해서 여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밤의 부랑자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가족이나 조국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매력적인지 모른다.

우리는 가족 뿐아니라 조국에서도 떠난 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으니,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항상 어떤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 '목적지'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아주 솔직하게 들리겠지.

 

(................)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게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한낱 꿈에 불과하고, 우리도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가벼운 존재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요람에 누워있는 아이를 바라보면, 눈 속에 무한無限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는 이느낌이 현재의 우리삶을 단순한 철도여행에 비유할 수 있게 해준다.

기차를 타고 빨리 전진할 때면,아주 가까이서 지나치는 대상도 분간할 수 없고 무엇보다 기관차 자체를 볼 수 없다.

 

1888년 8월. 반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옮김.

 

 

 

 

30회 런던 올림픽 성화. KBS tv화면에서

 

런던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개막식.... 감동이었다.

역시 문화강국답다.

 

 

 

지난 수요일 은비랑 고향엘 갔다.

 

오빠네서 언니네로 가려면 어릴적 걸어서 학교 가던 개울을 따라 걷는다.

반달이 곱게 뜬 개울가를 걸으며 내어릴적의 풍경을 그리워한다.

수십 년전 복개覆蓋를 했다가 수년 전 다시 복원한 시내복판을 흐르는 개울은 볼품이 없다.

반달은 나를 자꾸만 따라온다.

나 어릴적에도 달은 늘 나를 따라 걸었었지.

 

은비는 외5촌이랑 만화이야기에 빠져 도서관으로 어디로 만화보러 다니느라 즐겁다.

오늘 나혼자 분당집으로 왔다.

은비가 없는 저녁을 혼자 보내니... 조금은 심심하고, 조금은 마음이 한가롭다.ㅎㅎ

은비가 귀찮게 하는 애도 아니건만.

 

박태환의 수영, 두손모아 쥐고 보았는데,

실격이란다.

되돌리기 화면을 봐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안타깝다.

 

2012. 7. 28.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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