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장맛비 속 탄천 산책

eunbee~ 2012. 7. 19. 19:59

 

 

비가 옵니다. 복더위가 장맛비 덕분에 조금은 사그러들었습니다.

많은 강수량으로 탄천도 풍성한 풍경입니다. 오늘은

왕복 6km를 산책하는 동안 탄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그냥 걷는다면 그 먼길이 심심하잖아요.ㅎㅎ

 

 

옛날 옛날 한옛날, 삼천갑자동방삭은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처먹고 삼천갑자를 살게 되었는데

정해진 18만년이 지났으나 저승사자에게 잡히지 않아 염라대왕은 애가 탔답니다.

 

 

저승사자가 꾀를 내었답니다.

 

 저승사자가 젊은이로 변장하고 흐르는 냇물에서 몇 날 몇 일 세월아 네월아 기약없이 숯을 씻고 앉았습니다.

오늘에나 내일에나...그눔이 언제 나타날까 끈기있게 기다리며 매일 매일 숯을 씻습니다.

어느날 냇물을 건너던 어느 사람이 숯을 씻는 젊은이에게 말을 건냅니다.

 

 

여보쇼~ 어이하야 숯을 씻고 있는 것이오?

아~ 나말이우? 왜 숯을 씻겠소? 하얗게 되라고 씻는 것이지. 묻는 그대는 바보천치 아니우?

 

 

허허헛, 세상에나~ 숯을 물에 씻다니...그 게 하얗게 될 것 같소?

오래오래 씻으면 하얗게 된다고 합디다.

허허헛,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숯을 씻어서 하얗게 만든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소.

바보천치는 바로 당신이구료.

 

 

옳다구나 됐구나. 니눔이 그토록 나를 애먹이던 바로 그눔이구나.

 

이렇게 삼천갑자를 살고서도 이승이 그렇게나 마아아~이 좋아서 더 살고자 온갖 잔꾀를 부리던 동방삭은

생각없는 입놀림 땜시 저승사자에게 잡혀 갔다는 전설~ㅎㅎ

 

 

저승사자가 숯을 씻은 냇물은 그 숯검댕이 빛깔 물 땜시 '숯내/탄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炭川은 용인시 수지 광교산과 구성 법화산에서 시작되어 분당을 통과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총 90리의 한강 제1지류라고 합니다요.

 

은비메메는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따라 한강으로 나들이를 곧잘 가고는 했습죠.눼~ㅎㅎ

왕복 50km이니 다닐만 했습니다. 눼~

 

 

동방삭을 잡은 저승사자가 앉아 숯을 씻던 곳이 어딜까 생각하면서

탄천을 걷노라면 재밌습니다. 그렇죠? 지금...재미있죠? 암~ 그럴 거예요.

 

 

까치들도 물구경 하고 있어요.

사실은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도 오늘 아침산책의 주요 테마는 물구경이었걸랑요.ㅋㅋ

 

 

 

 

물이 세차게 흐릅니다.

흐르는 물을 한군데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이 물을 따라 둥둥~ 둥둥~ 떠내려 갑니다. 유속과 같은 속도로...

어질어질 해져요. 그것은 정신을 아득하게도 하면서...참 재미나고 신기해요.

한 번 해보세요. 나는 어릴때 장마진 개울에 나가서 이 놀이를 자주 했어요. 장마 때마다...

 

 

겨울에는 그 개울이 얼지요.

그러면 얼음궁전이 꿈 속같이 아름답게 만들어져서, 또 겨울 한나절을 개울에서

죽치고 앉아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도 보고, 얼음이 만들어낸 이런저런 어여쁜 모양도 보면서

얼음 궁전에 사는 공주가 되어 놀았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심심할새는 없어요. 공상 망상 환상 명상...

그리고....상상까지 합쳐서 살면 절대 심심치 않아요. 흐흐흐~

 

 

 

 

Parc de sceaux의 콜베르의 푸르고 푸른 정원을 상상하며 이잔디를 바라봅니다.

내가 지금 팍 드 쏘에 있는거야~ 하면서.  쏘가 그립거든요.ㅎ

 

 

 이 많은 갈대는 모두 비바람에 누웠고요. 작은 나무들도 잠시 누워서 휴식중..^&^

 

 

자귀나무 향기는 달뜨는 밤에 맡으면 정말 환상인데....

 

 

반환점에 왔네요. 오다보니 어느 다리는 물이 넘쳤던데, 그래도 이다리는 이만하길 다행이에요.

이다리마져 넘쳤다면 몇킬로를 더 걸어야 했을테니...참으로 대책없이 시작한 산책이었군요.

위험 표지를 촘촘이 매달아 두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산비탈 아래, 예쁜 나뭇잎이 물위에서 살랑살랑....

 

 

산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철철철철~ 장마때문에 생겨난 임시/잠시 폭포예요.ㅋ

 

 

 

 

이 계곡에서도 물소리가 경쾌합니다.

 

 

 

 

칡꽃이 피는 계절이군요. 몰랐어욤~~

 

 

아침에 햇님이 거짓처럼 반짝 비추더니, 다시 비가 와요. 빗방울..정말 예쁜 애들이에요.

우산 위에 듣는 빗소리는 또 얼마나 경쾌하던가요.

 

 

물오리 두 마리

주둥이 박고..

 

 

언니 물오리, 애기들이 뭘하나 보살피러 왔어요. 급물살타며 놀더니...

 

 

 

 

까치도 뭔가 먹을 것을 찾느라...

 

 

 

 

 

참 멀리도 왔네요. 탄천을 산책해도 이쪽방향으로 이렇게 많이 올라오지 않거든요.

오늘, 다리 아프게 생겼네요.

 

 

 

비바람이 불면 이렇게 순종하며 누워버리는 것이 편해지네요. 그렇죠?

자연 앞에서만은 항상 무조건!! 순리/순종이 최고야요.

 

 

이곳에 오니 산너머 산도 보이고, 비구름이 쉬어가는 풍경도 보고...

좋습니다요~

 

 

 

 

내가 건너야 하는 돌다리가 물에 잠겼습니다.

그러니...어쩌겠어요. 돌아돌아서 건너가야죠. 메디슨카운티 다리를 찾아서...호홍~

 

오늘은 매우 멀리까지 산책을 했군요. 편히들 쉬세요. 마감운동으로 따순물에 샤워하는 일 잊지 마시구요.^*^

 

2012년 7월 19일 아침에 찍어서 오후에 올립니당~^&^

부지런쟁이~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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