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모두 사하촌에 살고 있었네.

eunbee~ 2012. 6. 17. 18:23

 

 

 

다르질링에서 온 편지

 

                        -  류 시 화 -

 

지금 지구는 외롭고 바람 부네

사람이 그리워 사람의 마을로 간 것을 파계라 하던가

여기는 별이 너무 많아

더러는 인간의 집을 찾아들어

몇 점 흐린 불이 되기도 하네

 

 

 

 

히말라야의 돌은 수억 년 전의 조개를 품고 있다지

이 생의 일인데도 어떤 일들은 아득한

전생의 일처럼 여겨져

꽃 같은 기억, 돌 같은 기억이 너무 많아

세상이 나를 잊기 전에 내가 나를 잊었구나

농담을 하듯이 살았네

 

 

 

 

해발 2억 광년의 고산을 넘어와

밤마다 소문 없이 파계하는 별들 보며

전생의 내가 내생의 나에게 편지를 써서

거꾸로 읽어 보네

여인숙 옆 사원에서 들려오는 주문인 듯

네부람바고롭외.....

 

(詩의 원문은 聯이 나누어지지 않았음을 밝혀둠.)

 

 

 

 

 

 

 

 

 

10여년 만에 찾은 작은 절.

도반이랑 함께 산을 넘어

태재고갯마루 머슴촌에서 선지해장국 먹던 그 때

일주일이면 사흘은 지나치던 곳.

참으로 오랜만에 찾았는데도 절 모습이 여전하다.

그래서 반갑다.

툭하면 불사한다고 파헤치는 절집 세월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절집은 어쩜 이리도 그대로 일까.

그래서 더욱 반갑다.

 

 

 

 

작은 법당 뒤로 돌아가면

허술한 임시건물 산신각이 있다.

대웅전에서 절 마치고 산신각으로 올라가서

부처님 말씀 쓰여진 책을 읽던 그 때

그 때는 지금보다 덜 허허로웠는데...

 

오늘도 어느 젊은 여인이 홀로 앉아 경전을 읽는다.

마음을 닦기 위해서거나, 염원할 무엇이 있어서거나 간에

부처님 앞에 앉아 경전 읽고 간절한 몸짓으로 절을 하는 순간보다 더

나를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은 없으리라.

 

 

 

 

10년 동안의 시간이 흘러갔어도

조금도 변함없는 절집이 고마워 이리저리 휘휘 둘러본다.

물말라 서글픈 계곡에도 내려가 본다.

이곳에 앉아 손발 담구어보던 물맑던 그때처럼

오늘 내일 비가 많이 와주어서 철철 넘쳐 흐르기를 바란다.

그 일이야 곧 그렇게 되겠지.

 

그러나 절동무랑 함께 했던 산너머 태재고개 머슴촌 해장국 안부는

그때처럼 사흘 머다않고 맛 볼 수 있을까.

나나 절동무나 이세월에는 무릎걱정해야하고 마냥 게을러졌으니

사흘에 한 번은 못되더라도 열흘 쯤에 한 번은 그리했으면 좋겠다.

 

 

 

 

그래,

우리모두는 寺下村에서 살고 있구나.

그 아래 산진수회처山盡水廻處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멀뚱히 부처님 얼굴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고들 있었구나.

 

산고개 넘나들며

산새소리 염불삼아 노닐던 어제들을 글어모아

다시 내앞에 펼쳐놓고 살아볼 일이다.

.

.

 

법당 마루에 방석하나 놓아두고

살포시 절하는 춘천 올케님 모습이 어여쁘다.

참으로 맑게 사는 내올케님.

 

오늘은 멀리서 온 올케님이랑 부처님 앞에 나란히 서서

합장하고 있다.

 

 

 

사진  : 10년 만에 다시 찾은 骨安寺. 열흘 전에 들렀던 절 모습.

춘천 동생은 절 이름이 좀...그렇단다. 내 생각엔 매우 좋은데...뼈가 편안할 수 있는 곳이 명당 아닌가? ㅎ

 

 

 

18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산책길에  (0) 2012.07.19
나 역시 그것을 좋아한다  (0) 2012.07.05
유월, 그 푸르름 속으로  (0) 2012.06.01
부처님 오신날에...묵은 포스팅  (0) 2012.05.30
time to fly...again ^^  (0) 201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