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유월, 그 푸르름 속으로

eunbee~ 2012. 6. 1. 23:05

 

 

 

혼 자

- 헤르만 헤세 -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사진 : 오늘 저녁나절 탄천에서

 

 

불곡산에 있는 절에 간다고 집을 나섰다.

가다가 냇물에서 긴 다리로 성큼거리며 물고기를 노려보고 있는 쇠백로랑 놀았다.

검은 등을 물 밖으로 내놓고 꿈틀거리며 물살을 가르는 커다란 고기랑도 놀았다.

망초랑도 놀고

키를 넘는 갈대랑도 놀았다.

가던 길 멈추고 그렇게 놀다가

아파트숲으로 넘어가는 해를 보고 돌아서니, 어느새 숲너머엔 달이 얼굴을 내민다.

에구머니나~ 너무 늦어서 절엔 갈 수 없게 되었다.

불곡산 오르는 길에 있는 작은 절엘 가려면 밝을 때 가야한다.

큰맘내서 먼곳까지 걷기로 했는데

이렇게 딴청을 부리다가 가려던 곳에 당도하지 못했구나.

유월 초하루 기도는 개여울에 빠트려 버렸다.

 

어느 숲 주위를 지날 때는 밤꽃향기가 벌써 코를 스치고

어느 나무아래를 지날 때는 쟈스민향 닮은 강한 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힌다.

돌아가는 길에는 꽃향기랑 노닌다.

 

집에 돌아오니 밤 아홉시 반.

해작부리다가 엄마에게 야단맞던 어린날이 떠오른다.

 

오늘도 이렇게 지나 간다.

 

나는 어제 일기를 잘 썼다고 블친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하하하하핫

 

 

 

 

쇠백로 한마리 안고 가세요.

섹쉬하지는 않지만 목이 길어서 착하기는 하다우.

 

 

2012. 6.1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