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부처님 오신날에...묵은 포스팅

eunbee~ 2012. 5. 30. 22:12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입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의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 법정스님의 2004년 하안거 결제법문-

 

 

 

 

부처님 오신날에 절에 함께 가자던 여행친구는 고단한 여행으로

내가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무런 연락이없다.

집에서 TV를 뒤적이다가 얼마전 방영된 듯한 '법정스님의 의자'라는 다큐를 봤다.

 

이제는 뵐 수 없는 스님을 이런 방송으로라도 뵙게 되니 다행이다. 

 

 

 

 

어느해, 스님이 떠나신 이암자엘 갔었다.

스님이 강원도로 떠나신 직후인 듯하다.

스님의 투박한 나무 의자가(티비에 소개된 그 의자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처마밑에 놓여져 있었고, 스님께서 손수 지으셨다는 해우소에서는 밖이 훤히 보여

매우 인상적이던 기억이 새롭다.

 

제행무상,

스님께서 가신지도 벌써 이태가 훌쩍 넘어버렸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스티커를 내 차 뒷유리에 붙이고 다니던 세월들이 아련하다.

스님께서 그 운동(?)을 시작하시던 때부터 무던히도 오래 붙어있던 스티커.

그 차도 폐차되고, 그 기억도 가물거린다.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리는구나.

 

(여기까지는 부처님 오신날에 쓴 글. 나는 지난 일요일이 부처님 오신날인줄 알고

이튿날 월요일에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엘 갔다. 우체국앞에서 월요일이 부처님 오신날이란 걸 알았다.ㅋㅋ

뭘 하고 사는 건지....)

 

 

 

 

오늘은 스님의 웃는 모습을 뵙자니 살짝 눈가가 젖어온다.

 

참으로 맹꽁이 같은 나는 길동무가 절에 함께 가자고 전화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친 여행중에 나를 그토록 보살피고 배려한 길동무의 마음을 알기에

내가 먼저 '절에 갈 때 나 좀 델구가'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길동무가 나때문에 마음 많이 쓰게 될까봐... 안그런다고 그녀는 말하지만 나는 그녀를 잘 안다.

 

부처님 오신날 전날에 가서 절 일을 봐야 한다고 했으니, 먼여행으로 피곤했을 나에게

2박3일 동안을 절에서 부처님 오신날의 행사에 바쁠 것이 뻔한 곳에 가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나보다.

그녀의 낭군님이 여행에서 돌아온 날 저녁식사 함께 하자 할 때 다음으로 미룬것이 잘못이었나 보다.

내가 많이 피곤해 하는 줄로 생각 하고 있었겠지.

우린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다가 때로는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때로는 아쉬워하기도 한다.

 

'나도 갈래~'라고 말할 걸. 에효~

부처님 오신날에 한국에 있게되는 기회도 내겐 소중한 기회인데...

그러나 처처가 법당이요. 내 마음이 일어나는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일진데

내일날에 부처님 계신 법당엘 들른다한들 어떠랴.

 

 

** 사진은 모두 '법정스님의 의자'를 방영한 KBS방송에서 빌린 것**

 

 

오늘 오후에 길동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절에 가서 2박3일 잘 하고 왔다고... 그랬구나.

나도 가고 싶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서로 아쉬워하게만 될테니...

왜 이렇게 향내나는 그 법당에 앉지 못한 부처님 오신날이 아쉬운걸까. 이상도 하다.

 

해저문 거리를 한참 걷다가 이제서야 들어왔다.

다 마셔버린 커피도 살겸, 향내나는 법당이 그리운 마음도 달랠겸.ㅎ

 

산책을 하며 '遷化'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가끔 생각해오던 그 '천화'

 

'법정스님의 의자'나 다시 한 번 더 봐야겠다.

 

밖엔 반달이 희미하게 떠 있더니

어느새 가느다란 빗방울이 오는듯 마는듯 솔솔 내린다.

 

 

2012. 5. 30.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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