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 2012

가재요리 먹으러...

eunbee~ 2012. 2. 2. 21:21

우리의 버스는 다행히 해가 지기전에 트리니다드에 도착했어요.

85km를 두시간 넘게 달려왔으니 결코 빠른 속도는 아니였죠? 도로가 막힌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인데

그처럼 느릿느릿 왔으니 프랑스 여행친구들의 투덜거림이 이해가 갑니다.

 

 

해가 저물고 있는 트리니다드의 바다빛은 이랬답니다.

지중해를 자주 보다가 대서양 카리브해를 보는 느낌은 거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섬세한 물빛보다는 거칠고 우렁차고 바람을 끊임없이 몰고 오는... 거친 남정네의 숨결 같았지요.ㅋ

 

 

호텔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짐정리를 하고 나오니 서쪽 지평선을 넘고 있는 해가 코코넛나무 사이로 보입니다.

얼른 3층 발코니로 올라가 황혼을 보다가 디카를 챙기러 다시 1층 방으로 갔다가 왔더니

어머나~ 해는 그새 이미 숨어버렸어요.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놀이 물든 바다를 찍었다우.

 

 

 

 

 

 

 

이차를 기억하시나요?

고물차 석 대에 나누어타고 Paladales(개인 메종에서 허가받고 레스토랑처럼 손님에게 음식을 파는 집)라고 하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가재요리를 먹으러 갈 때 타고 간 우리차예요.

찌그덕 땡그렁 깡통소리를 내며, 신나게 달리고 뒤뚱거리고 추월하고...흥겹던 그 차예요.ㅎㅎ

 

 

종려나무 잎으로 이엉을 만들어 덮은 작은 집에는 울퉁불퉁해서 그릇이 제대로 놓여지지 못하는

이어붙인 긴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이곳에 오게된것은 호텔음식이냐 Paladales에서의 가재요리냐를

다수결로 정해서 오게 된 곳입니다요.ㅎ 모두들 트리니다드에서의 멋진 저녁만찬을 기대하나 봅니다.

 

 

열여섯 명 분의 가재요리는 시간이 걸리나봐요. 한참을 기다리고...

나는 이곳저곳 살피며 사진을 찍고...ㅋ

 

밤에는 서늘해요. 그래도 명색이 겨울철인데... 버스에서는 더워서 에어컨도 켰지만요.

 

 

이집 벽에 걸린 그림이 인상적이에요. 멀리 있는 집에 갈 수 없는 나귀가 가엽고 외로워보여서

내가 데리고 왔어요. 내집이 쓸쓸할 때 이나귀를 풀어놓고 함께 놀려구요. ^*^

 

 

담배연기에 시름을 날리는 이여인들도 꿈을 꾸고 있겠지요.

보다 넉넉해져 보다 좋은 환경에서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게되는 소박한 꿈을...

 

머잖은 날에 그녀들의 꿈이 이루어지소서~

 

 

 

[아바나 클럽]이란 럼주회사가 타국과 합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럼주생산회사거든요. 쿠바가 자본주의의 원리에 휘말려 들고

그들의 논리에 잠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집 주방. 우리가 먹은 맛있는 가재요리는 이렇게 허술한 조리기구로 요리된 것이네요. 옆에는 접시 몇 개가 있을 뿐이었지요.

화덕에 숯불을 피워 요리했다고 이집 주인이 자랑?하며 숯을 꺼내서 보여주더군요. 내가 숯을 모를줄 알았을까?ㅋ

 

한참을 기다린 우리는 렁구스틴Langoustine을 먹을 수 있었지요.

각자가 주문한 와인과 맥주 또는 샴페인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바닷가재요리였어요.

내 접시의 가재는 살이 잘 발라져서 먹기도 좋고 맛도 그만이었지요.

(내가 아무래도 포크랑 나이프 사용에 능숙한 솜씨 자격증 소지자인지도...ㅎ)

따님은 애를 먹습니다. 가재를 먹는 것이 아니고 애를 먹고 있으니 뱃속은 허전...ㅋㅋ

가재의 살이 떨어져 나와주지 않으니 낑낑대며 애를 쓰네요.

내 랑구스틴은 '랑구스틴느(여자)이고, 따님 랑구스틴은 '랑구스트(수컷)인가 봐욤~헤헤

요리할 때 잘 구워지지 않으면 따님 가재처럼 애를 먹인다네요.

집에서라면 손으로 그냥 마구마구 헤집으며 뜯어 먹을텐데... 아뿔사~ 안타깝습니다.

요리의 진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살점은 나와주질 않고 시장끼는 한껏 수위를 높여오고...ㅎㅎ

 

 

따님의 랑구스트의 말썽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더 큰 일이 벌어졌다우.

내 옆에 앉아있던 연인커플 중 마담께서 마늘 알러지가 있는 걸 모르고..이집 가재요리에는 마늘이 듬뿍 들어 있었지요.

그녀는 마늘 냄새만 맡아도 알러지를 일으킨다는데, 냄새도 안맡고 한 입먹었는지...난리가 났지 뭐예요.

식탁이 따로 마련되고 마늘없는 가재요리가 다시 나왔어요. 저만치서 혼자 앉아 그녀는 가재를 잡습니다.ㅋ

연인은 마늘냄새 풍기는 자기앞의 가재때문에 외로운 식탁의 연인에게 갈 수도 없고...ㅎㅎ

따님과 나는 한국말로 이야기했어요. "배가 고프긴 했나봐. 냄새도 못맡는다면서 그걸 한 입 먹기까지 했으니.."ㅎㅎ

 

 

프랑스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매우 늘어집니다.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리지요. 나는 그들 중 누구라도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실례한다는 말을 남기고 마당 한쪽에 있는 현지인 젊은 커플에게 갔어요.

초라한 좌판에 보잘것없는 엑세서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10개월 전에 결혼을 한 이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이야기속에서 넘쳐나요. 여인은 매우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살사 스텝도 가르쳐 주고 나그네에게 자기네의 소망도 이야기합니다.

 그러더니 내 이메일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하기도 해요. 남편보다 한결 적극적인 그녀의 성격때문에라도 그녀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돈을 벌어서 집을 마련하고 애기를 낳아 남편이 만드는 악세서리점을 차리는 것이 그들의 꿈입니다.

그들에게선 그들의 소박한 꿈에 대한 강렬한 갈망이 읽혀집니다. 그마음을 읽고나니 내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왜 일까요. 현재에 놓여있는 그들의 알 수없는 막막함 때문일까요. 그들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내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들 앞에 놓여진 초라한 좌판 위의 물건이 나를 슬프게 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우리팀이 그곳을 떠납니다. 신혼부부는 길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고 흔들며...오래도록 서 있습니다.

우리는 올 때와는 다른 차를 타고 캄캄한 밤길을 더듬으며 찌그덕거리고 달립니다.

혹시 가다가 이고물차가 서 버리는 건 아닐까 염려하면서 전조등도 켜지지않는 차를 타고 어둠속을 달립니다.

앞에 가는 차는 미등도 없습니다. 이건 순전히 간을 조리게 할 작정들을 한 사람들 같습니다.

 

후유~~

호텔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별빛이 반짝반짝 나를 내려다 보며 웃습니다.

밤하늘의 맑은 별들을 보니 조금전의 내걱정이 부끄러워집니다.

 

어찌하여 나는 이 나이가 되었어도

순간순간의 모든 일에 담담해 하거나 의연할 수 없는 건지..에혀~

정녕 그럴 수는 없는 건지...

 

 

이 포스팅을 마치고 그들에게 이메일로 사진과 사연이나

보내야 겠다. 내수첩에 자기 메일주소를 적어주던 그녀가 몹시도 기다리고 있을텐데...

메일주소 묻더니..먼저 보낼 용기는 내지 않고 있네.^*^

그럼 내가 먼저...ㅎ 그러면 우린 오래오래 친구가 될지도 몰라~

 

'CUBA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리니다드...아쉬움을 남겨두고  (0) 2012.02.08
배급소에서  (0) 2012.02.06
Cienfuegos 산책  (0) 2012.02.02
쿠바 내륙을 달려서...  (0) 2012.02.01
Vinales의 아름다운 계곡을 찾아..  (0) 201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