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 2012

트리니다드...아쉬움을 남겨두고

eunbee~ 2012. 2. 8. 20:40

 

 

트리니다드에서의 2박 3일 동안은 축복받은 날씨였다우.

카리브해의 찬란한 햇빛과 밤하늘의 영롱한 별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씨였지요.

그러나 트리니다드는 항상 이러한 날씨일지도 몰라요.ㅎㅎ

 

트리니다드 시내로 구경나갔어요.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박물관이라고 해요. 이젠 뭔뭔 박물관들은 귀찮아 졌어요.

카리브해의 푸른 바다와 따가운 햇살과 바람에 흔들리는 별빛만 봤으면 좋겠어요.

 

박물관 안에서 남들은 설명 듣는 시간, 나는 한귀퉁이 긴의자에 앉아 바닥에 흩어진 재를 보고 있습니다.

가까운? 들판에서 들판태우기를 하고 있나봐요. 연기냄새가 매캐하게 나며 검은 재가 바람에 날려와

박물관 바닥을 쓸고 다닙니다.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하며 재랑 재냄새를 맡으며 놀았어요.

 

 

박물관을 둘러보던 울따님이 내게로 와서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시내를 조망하자네요. 얼씨구나~ 그것은 해야지!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올랐습니다. 얼마나 좁은지 혼자 서 있어도 좁습니다.

교행이 되지 않으니 기다려야하고, 올라가는 사람 수를 제한해야하니 또 기다려야 합니다.

조금은 겁도 나고 조금은 현기증이 올만큼 거의 직각인 계단을 오릅니다.

"그래도 터키에서 트로이 목마에 오를 때 보다는 상황이 좋네~"라고 울딸에게 말했어요.

트로이 목마는 곧 부서질 것 같이 불안한 상태의 보잘 것 없는 것이거든요.ㅠㅠ

(트로이에서 그이름도 유명한 트로이목마를 보고 실망하던 내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얼마나 실망이 크던지..ㅠ)

 

아슬아슬 비집고 올라가니, 트리니다드의 시가가 보이고, 아름다운 기와를 얹은 고만고만한 집들이

눈앞에 펼쳐져 올라오기를 잘 했다고 행복한 심호흡을 했습니다.

 

 

 

길은 모두 이렇게 돌길이에요. 그래봬도 중앙선도 있어욤~ㅎ

나는 중앙선의 굵은 돌을 밟고 다녔다우. 이 돌길이 울퉁불퉁해요. 로마를 비롯한 유럽에서 보는 매끈한 돌길과는

사뭇 다르지요. 정겹고 아름답고 그리고...쬐끔 불편했어요.ㅋ

 

골목 끝 볕바른 곳이 마요르 광장이에요.

푸른 건물과 새하얀 건물들이 눈부신 햇살 속에서 내 눈을 뜰 수 없게 만들더군요.

잠시 동안 시력이 사라지는 새하얀 장님으로 만들기도 해요. 이런현상을 말하는 단어 까먹었어욤~ㅠ

 

마요르 광장옆에는 성당도 있고 넓직한 돌계단도 있고 뮤지엄도 있고...

그러나 난 사진이 한 장도 없어요.ㅠㅠ 그래서 트리니다드의 어여쁜 집들과 정겨운 골목을 찍으러

다시 가야할까봐요. 정말로 너무너무 아쉬워요. 왜 그랬을까요?

머릿속의 이 아름다운 트리니다드를 내 사진으로 볼 수  없다니...ㅠㅠ

 

 

 

트리니다드의 집들은 창살을 견고하게 해두었지요. 더운 날씨에 창문을 열어두어야 하는데

도둑이 무서워서 방범창으로 저렇게 창문마다 나무나 쇠로 창살을 만들었습니다.

집집마다 다 그래요. 창살너머로 밖을 내다보며 나그네에게 손 흔들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애잔스럽지요.

 

 

이집도 세를 놓으려나 봐요. 유치원생이 그린 비행기 그림^^이 있죠?

옆으로 긴 돌계단이 무척 이채롭고 아름다운 곳 모퉁이엔 이렇게 예쁜 건물이 시선을 끌었어요.

 

 

자그마한 이도시의 중심가 골목들을 이리빙글 저리빙글 돌고 돌아

다시 마요르광장으로 왔어요.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거든요.

우린 이렇게 틈만나면 헤쳐모여를 했다우.

 

 

트리니다드의 그 유명한 시장골목 풍경도 사진엔 없네요.

난 트리니다드에서 뭘했을까요. 에구구~  사실은 메모리칩이 달랑거렸다우.ㅠㅠ

시장엔 이런저런 물건들이 오롱조롱 작은 좌판 위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려요.

그 중에 제일 눈에 뜨이는 것은 손수 만든 식탁보와 냅킨들이에요.

하얀 식탁보들이 햇살 속에서 펄럭이며 얼마나 눈부신지요. 그리고 수틀을 들고 앉아 식탁보를 만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트리니다드의 시장풍경을 더욱 아름답고 정감있게 만들어 준다우.

 

 

사진속의 여인이 직접 수놓아 만든 식탁보를 하나 장만해 왔어요.

냅킨을 여덟개나 끼워 주더군요. 30cuc을 부르기에 25cuc이면 어떨까요? 했더니 담박에 '좋아요'였지요.

그래서 여인도 우리도 흡족한 마음으로 물건을 주고 건내받고 했어요.

쿠바에선 흥정을 잘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린 그냥 적당히 '심정적으로 바보만 면한다'는 마음으로

기분좋은 흥정으로 쿠바의 시장원리에 대처했답니다. ㅋㅋ

남들은 근사한택시를 10cuc에 타고 왔다해도 우린 택시도 아닌 엉터리 차를 타고 와서도

20cuc 달라하는 걸 15cuc으로 흥정하고(우린 비싸다는 걸 알고 있지만) 호텔 앞에 도착하면

팁으로 1cuc을 건내는 일을 잊지 않았답니다. 왜냐구요? 운전사도 우리도 행복하기 위해서...

우린 돈을 쓰러갔고,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적당한 흥정은 서로를 행복하게 하잖아요. 그렇잖은가요? 호홍~

 

 

이것을 보니 트리니다드의 시장골목이 눈에 선하고 이걸 만들던 여인의 푸근한 표정이 그립네요.

식탁보 없던 은비네 식탁에 이렇게 쿠바여인의 솜씨가 드리워졌어요.

나는 늘 트리니다드를 추억하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아름다운 거리와 집들의 사진은 없으면서, 아프리카리듬에 맞춰 춤추는 따님 모습은 있네요. ㅎㅎ

무슈건달 부부께서는 모두 뽑혀 나가서 신나게 흔들고 있습니다.(연두와 파랑 ㅋㅋ)

 

 

오후엔 호텔로 돌아와 수영하고 칵테일마시고 바닷가 바위에 앉은 외로운 새하고 놀고....

 

 

트리니다드에는 오후 4시 무렵만 되면 어김없이 먼 바다로 부터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옵니다.

대서양의 바람은 카리브해의 바닷물을 잠시도 잠재우지 않지만, 오후가 되면 한결 차가운 기운을 띠고 달려옵니다.

온종일 밖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저녁무렵이면 엄마를 찾아 뛰어들어 오는 것처럼

대양은 백파로 모습을 바꾸어, 해질무렵 집으로 찾아들며 칭얼대는 어린애마냥 뭍을 향해 철석입니다.

 

 

트리니다드의 행복한 2박 3일이 끝났습니다.

이제 아바나로 돌아가야 합니다. 먼길을 갈 채비를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섭니다.

먼길 떠날 땐 주머니엔 화장지를 잘 접어서 차곡차곡 소중히 넣어두어야 합니다.

화장실엔 화장지가 절대!! 갖추어지지 않은 쿠바의 바뇨Banos 앞엔 요렇게 어여쁘고 쉑쉬한 표시가 있습죠.ㅎ

주머니의 화장지는 이들을 만났을 때 매우 요긴하게 쓰입니다요. 잊지마세욤.^*^

 

 

쿠바의 황혼을 보며 어느옛날 인도여행 후에 '데칸고원의 황혼'이란 제목의 기행문을

어느 계간잡지에 기고했던 이야기를 울따님에게 들려주며, 인도 니란자강을 건널 때 박하잎을 따다가

나에게 주며 나를 엎고 건너겠다던  인도 어린이의 이야기도 들려 줬어요.

울따님은 여행내내 가난속에 놓여진 어린이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거든요.

 

 

페루 마추픽추에서 버스로 내려올때 산구비구비를 뛰어내려와 아랫마을에서

함께 달려온 버스와 굿바이 소년이 만나는 이야기를 들려 줄 땐 울따님은 눈물을 주루루~흘렸어요.

(굿바이 소년이라고 부르는 어린이들은 마추픽추 그 높은 곳에서 떠나는 여행자들의 버스와 함께

출발을 합니다. 그들은 산구비의 지름길로 뛰어 내려와 버스가 보이는 곳에서 굿바이~손을 흔들고

이렇게 하기를 마을 끝에 도착할 때까지 몇번이고 이어집니다. 마을에서 만나서 함께 했던 버스의 여행자들에게 팁을 받습니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택된 어린이들만이 권리를 갖습니다. 자리값 같은 것이죠)

 

캄보디아 어느 델타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함지박같은 것을 타고 여행자들이 탄 뱃전까지 와서

'원 달러!'를 외친다고 했더니 또 한바가지의 눈물을 주루루~~

이렇게 세상 이곳저곳에서 가난한 삶과 힘겹게 씨름하며 사는 어린이들 이야기는

울딸을 자꾸만 눈물 흘리게 했지요. "엄마 집엔 지금 집을 지키고 있는 에릭이 있단다. 그 애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데 월드비젼의 주선으로 나의 아들이 되었지. 난 에릭 외에도 네팔과 캄보디아의 딸들이 있단다.

조그만 보탬으로 여섯살 에릭의 앞날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기대하며 나는 죽는날까지 에릭의 엄마가 되어주려한단다.

눈물 흘리지 말고 우린 그들을 가족으로 보듬어 안고 무언가를 실천하자꾸나....."

이런 작은 일을 실천하게 된 것도 울아들 며느리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따라한 것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아바나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를 감격케하는 아바나로 돌아왔습니다.ㅎㅎ

 

 

 

트리니다드의 아름답고 정겨운 집들과 거리 사진이 없어

어디서라도 업어와서 올려볼까하고 인터넷엘 헤엄쳐 다녔으나 여의치 않아

아래 주소의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트리니다드의 사진이 없어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아래 주소를 올려 드리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좋은 사진을 만나게 되실 테니까요.

뿐만아니라 쿠바를 매우 자세히 여행하고 좋은 사진과 글을 담아오신 블로거의 방이니

쿠바 여러곳을 여행해 보세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uekang21&logNo=60152958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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