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 2012

쿠바 내륙을 달려서...

eunbee~ 2012. 2. 1. 21:13

여행 사흘 쨋날

아침식사 후 호텔 라운지에서 간단한 하루일과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아바나에서 280km 거리의 내륙을 달려 남쪽 바닷가 도시 시엥후에고스로 갑니다.

 

 

가는 길은 시야도 마음도 평화롭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에 푸르디푸른 나무들이 우거지거나

하늘에 닿고 싶은 모양새로 쭉쭉 벋은 종려나무들은 바람에 몹시도 지척이고 있어요.

노란꽃들이 수 길로미터를 달리도록 흐드러져 한들거리고

풀을 뜯는 양 떼, 하얀소,검은소, 말...그리고 검은독수리들의 한가로운 비행...

뉴질랜드의 남섬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흡사한 기분입니다.

 

푸른나무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강줄기,

바나나 나무와 야자나무들이 우거진 대단지 농장들,

지평선과 맞닿은 구름, 붉디붉은 열매를 매단 길옆의 나무들,

차도를 지나가는 말탄 사람, 자전거...그리고 심심한 개의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

 

 

아바나를 떠난지 40여분이 지나면서부터 먼 산이 보입니다.

산!! 평야를 눈시리도록 보다가 만나는 먼 산은 무척 반갑습니다. 와~ 쿠바에도 저런 산이 있구나. ㅎㅎ

 

안내인은 무려 2시간을 쉬지않고 쿠바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을 합니다.

귀머거리인 나는 차창을 통해 쿠바의 자연풍광들이 건내오는 이야기를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듣습니다.

 

 

도중에 비가 살짝 내리더니 어느새 개었어요.

우리네가 그러하듯이 먼길 가는 도중엔 이렇게 버스투어를 위해 마련된 작은 농장이 있습니다.

커피와 각종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생리현상도 해결하고 눈도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는

쾌적하고 정겨운 곳입니다. 작은 연못엔 물고기가 헤엄치고 오리며 이름모를 새들과

옹기종기 심어두고 이름표를 새겨둔 각종 식물도 있네요.

 

 

너른 들판 아득히 끝도 없이 심겨있던 사탕수수 나무를 이곳에서 가까이 봅니다.

 

 

사탕수수나무에서 즙을 짭니다.

 

 

맛을 보려는 생각이 없는지 따님은 무심하네요.

호기심 천국 엄마가 사탕수수 원액을 맛보자했더니 기꺼이 한 잔 사줍니다요.ㅎㅎ 앗싸~~

 

 

한모금 마셔보니 무언가 가미가 된 듯도 하지만 매우 달디답니다.

따님에게 마셔보라 했더니 레몬을 넣었군 하더군요. 에잉~레몬즙 없이 순수한 맛을

보도록 하지 왜 그래~ 저사람들~ ㅋㅋ. 엄마는 불만입니다.ㅠ

 

 

쿠바에 와서 매일 그리도 많이 먹어대는 파파야 나무를 이곳 농장에서 발견했어요.

오홍? 네가 파파야더냐? 고마워 파파야~ 난 너를 먹고 산단다. 요즘~~ㅎㅎ

따님은 맛없는 그것을 엄마는 어쩜그리 싫증도 내지않고 아침마다 저녁마다 두 접시씩 비우냐고 하지만

뭐~별다른 과일이 없으니 파파야가 최고입니다요.

 

버스투어 코스인가 봐요. 버스투어를 광고하는 것일테구요.

 

 

다시 길을 나섰더니 귀한 논을 만났어요. 쿠바에도 논이 있다니...신기합니다.

논에 심겨진 어린 모를 보며 한국의 초여름을 생각했어요.

이곳에서도 모심기날 못밥을 지어서 머리에 이고 나올 것만 같은 것이...에혀~

 

눈에 익은 것이 가져오는 묘한 감정! 그것이 그리움이야 라고 중얼거렸어요.

 

 

그리운 건 그것 뿐만이 아니랍니다.

논두렁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이곳사람들은 여기저기 들판을 태우느라

무럭무럭 연기를 피워올립니다. 이것 또한 우리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잖아요.

 

 

지평선에 가 닿을 듯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을 저렇게 찍어 놓다니...ㅠㅠ 슬포요~

 

 

쿠바 내륙의 풍경들과 이야기 나누며 달려온 길은 어느 바닷가에서 끝이 납니다.

왕새우가 곁들여진 점심식사를 위해 해변 레스토랑으로 갑니다.

 

 

아바나에도 바다는 있건만...어쩜 이리 반가울까요.

푸른하늘을 안고 있는 바다가...먼 하늘끝 이야기를 싣고 달려 오는 바닷바람이...

가슴이 화악 뚫립니다.

금방 산이 반가웠다가 금방 바다가 반가웠다가....나그네 심정은 오늘 날씨만큼 변화무쌍하네요.ㅋㅋ

 

 

 

 

멀리 시엥후에고스 시내가 보입니다.

 

 

오른쪽 건물이 레스토랑,

그곳에서 왕새우를 포크와 나이프로 얌전하게 벗겨서 입에 넣고 교양있게^^ 오물거리며

식사를 하는 내모습을 보고, 옆에 앉은 '무슈 건달'께서 감탄을 합니다.

프랑스인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나의 테이블매너 실습장이지요.

'무슈건달'께서 포크와 나이프로 새우머리를 누르고 내게 묻습니다.

내가 이렇게 먹는다면 이 새우가 킴스맘(나를 그는 여행내내 그렇게 불렀어요)의 가슴으로 튀겠죠?ㅎㅎ

나는'아마도'라고 대답했죠. 그는 손으로 새우머리를 용감하게 비틀고 새우껍질을 잔인하게

벗겨서 맛깔스럽게 먹습니다. 내가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라고 해줬죠.ㅋㅋ

거기에서 끝나지않고 그의 나에 대한 감탄은 옆테이블 일행에게까지 퍼져나갑니다.

킴스맘은 새우를 포크와 나이프로 벗겨 먹어요. 대단하죠?...이렇게 소문냈어요.

 

 

한국사람들의 섬세한 손놀림을 그들은 모르나봐요.ㅎㅎ

사실은, 내가 새우를 포크와 나이프로 벗겨먹는 것은 큰따님 시누이에게 배운 것이랍니다.

대부분의 프랑스사람들은 그 어느 음식을 먹더라도 직접 손을 사용하지 않잖아요.

왕새우 요리를 잘 하는 큰애 시누님에게 초대받아 가면

그 자매들이 매우 유연하게 새우를 벗겨먹는것을 보고 곁눈으로 익힌 것이에요.

실습은 두어번만 하면 우리네 손재주로는 금방 따라 하지요.

다만 '무슈건달'께서 그냥 마구마구 손으로 먹고 있을 뿐이었답니다.ㅎㅎ

자유로운 '무슈건달'의 성향은 식사하는 것에서도 드러나더라구요.

 

 

 

식사를 마치고, 나는 여행모범생 '교수님'을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배 안도 기웃거리고요.

울따님은 한가하게 앉아 먼 바다를 감상 중이네요.

 

 

 

레스토랑 바로 곁에는 아랍식 건축물 박물관이 있습니다.

아랍식 건물은 어디서 봐도 아름다워요. 안으로 들어가니 흑인미녀 아줌마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랠 부르고 있네요. 사람들이 그 여인의 사진을 찍느라 통로가 막힙니다.

 

 

 

우리 일행은 계단을 올라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 앉았습니다.

대서양의 바람은 늘 거칠게 불어옵니다. 마시던 칵테일의 플라스틱 빈잔이 바람에 날려 달아납니다.

 

 

 

울딸과 칵테일을 마시다가 모두들 옹기종기 앉아있기에

여기를 보세요. 치~즈~ 했더니 모두들 저렇게....ㅎㅎ

손을 든 '무슈건달'은 항상 유쾌하고 그의 입에서는 항상 짙은농담이 쏟아집니다.

울딸은 질색을 하지만, 귀머거리에겐 상관이 없지요. 일행을 항상 웃게 하니 마냥 즐거울 뿐이랍니다.ㅎㅎ

말의 내용을 듣지 못하는 것이 편할 때가 많아요. 그냥 보여지는 좋은 점만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내게 틈만나면 질문공세를 퍼붓는 '교수님'

빨간 티의 성격좋은 '안내인, 그리고 한 번 결혼한 후 사별과 이혼으로

이제는 도로미스가 된 마담과 호기심천국 무슈는 연인사이~

열여섯 명의 우리 여행친구들은 일곱 밤 여드레 낮을 즐겁게 즐겁게 사이좋게 살았답니다. 흐~

 

 

그들을 찍은 내게 '살찐 캐빈코스트너'(윗윗 사진의 오른쪽 남자)께서 내게 다가오더니 우리모녀를 찍겠노라고....

사진 찍기라면 천리만리 도망가는 모녀는 하는 수없이 이렇게...ㅋㅋ

김치~~~~~~!! 우헤헤

(한국에서 올때보다 무려! 3kg이나 무거워졌다눈...에구구~ 시방 다이어트 중 )

 

 

프랑스인의 패키지 여행스타일은 우리랑 많이 달라요.

나는 두 딸들이랑 그들이 결혼하기 전,이스탄불 여행을 프랑스인들의 패키지팀을 따라 나섰거든요.

그들은 모두 모여서 설명을 들어야 하는 꼭 필요할 때만 함께하고 하루중 대부분 시간을

각자'제맘대로 여행하기'시간을 준다우. 그래서 매우 편안하고 여유있는 여행이되지요.

개인 자유여행보다 나에게는 매우 좋은 스타일이에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안내하고...그리고 하루일정중 2/3는 맘대로 하세요 이니까요.

 

 

 

아바나의 광장을 돌아볼 때도 필요한 설명을 마치면 지금부터 한시간 후에 이장소에서 만나요~하니까

그 조그만 광장들을 느릿느릿 보며, 맥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그러다가 몇몇 곳을 돌아보고는 다시 '오후는 자유시간입니다. 각자 알아서 호텔로 가세요.

지금 호텔로 가실분만 버스에 오르세요.'입니다. 앗싸~~ 참 좋지요?

그렇기 때문에 일행이 함께 다닐 시간도 별로 없어요. 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 함께 있는 시간이지요.ㅋ

그들은 '개인적'인 것을 매우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여행에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해야하는

한국적 패키지와 한국적 정서가 빚어내는 불편하거나 불쾌함은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유머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답게 잠시 함께 있는 시간엔 웃고 그리고 마시고...

호텔라운지에서도, 잠시 함께 모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도, 바에서 음료를 사서 마시고 앉아있어요.

그 짧은 시간에도.... 그래서 결국은 시간에 항상 늦어요. 약속시간 잘 못지키는 프랑스인들. 에구구~

 

우리모녀를 포함한 열여섯 명(부부 일곱커플과 함께 한 여행이 참 좋더군요)은

흐르는 물처럼 순조롭고 따스하고 정겹게 그리고 무슈건달의 짙은 농담으로 늘 웃으며

쿠바의 여기저기를 다닙니다.

이제 수다는 이만 마치고 시엥후에고스 시내 구경을 나서봅시다요. 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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