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 2012

헤밍웨이가 사랑한 술집

eunbee~ 2012. 1. 29. 06:35

 

 

올드 아바나의 랜드마크로 대변되는 대성당 광장Plaza de la Catedral에서

한귀퉁이를 돌아 벽에 그려진 귀족들의 모습을 보며 몇걸음 옮기면

아바나에서 유명한 길 오비스뽀 거리Calle Obispo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거리는 늘 복작대며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웅성대고

어디선가 쉬임없이 들려오는 라틴음악에 취해서 걸어야 하는 즐거운 길이지요.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서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10여분을 걷다보면

이길 끝 또다른 길모퉁이에 플로리디따Floridita라는 바 겸 레스토랑을 만납니다.

 

 

바로 이곳이 헤밍웨이가 그토록 자주 들려 쿠바의 칵테일 다이끼리Daiquiri를

마시던 바입니다.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했다지요.

"내 다이끼리는 플로리디따에 있지."

 

 

어느날 오후 자유여행시간에 큰딸과 나는

헤밍웨이가 사랑하던 다이끼리를 마시기 위해 플로리디따엘 갔답니다.

 

실내는 어둑하고, 나그네를 맞는 술집양반들은 그냥 무심한 미소 한 번 지어주고는

덤덤합니다. 매우 바쁜가봐요.ㅎ 오히려 야단스럽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각인데 이미 사람들은 홀을 메웠습니다.

안쪽 자리를 찾아가니 멋진 커튼 속에는 또다른 공간이 아담하게 있더군요.

유명한 레스토랑의 명성에 맞게 공간이 넉넉합니다.

우리는 깊숙한 안쪽보다는 떠들썩한 넓은 홀이 좋아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어요.

 

 

역시 이곳에서도 기타와 봉고와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마라카스로 이루어진

아프로쿠반 리듬이 넘실대는 쿠바전통음악의 선율이 마음을 한껏 부풀립니다.

 

 

먼곳에서 온 나그네들은 리듬에 몸을 맡기는가하면

어느 금발의 모녀는 연주자들 앞으로 나가서 춤을 추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분위기는 자유롭고 마라카스의 가벼운 리듬이 실내가득 흘러넘쳐 누구나가 흥겹습니다.

 

 

한 쪽 벽에는 피델 카스트로와 헤밍웨이의 정다운 사진도 있고...

(이때까지는 사이가 좋았네요.ㅋ)

 

 

정면 왼쪽에는 헤밍웨이의 흉상도 있어요.

그 앞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아저씨는 체 게바라의 모자와 수염을 닮았더군요.ㅎ

 

 

음악이 바뀌었습니다.

쿠바음악에 흔히 쓰이는 악기와 아프로-쿠반 리듬은 물러나고

바이올린과 피아노까지 동원한 연주에는 마라카스를 흔드는 여인의 노래가 애절했습니다.

 

 

다이끼리 한 잔에 6 cuc.

헤밍웨이 얼굴까지 찍힌 메뉴판입니다.

 

아바나에서 30분쯤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면 헤밍웨이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방한

'헤밍웨이 박물관'이 있지요. 몇 년전엔 그곳도 방문했는데, 이번엔 생략입니다.ㅠ

 

 뿐만아니라 '노인과 바다'의 모티브가 된 해변마을 꼬히마르,

암보스 문도스 호텔, 라 보데기다 델 메디오와 플로리디따 등은

헤밍웨이를 찾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랍니다.

 

[ 사람들은 아바나를 말 할 때 왜 헤밍웨이에 열중할까?

그가 없어도 아바나는 충분히 멋있고, 가치있고, 얘기꺼리가 많다.

주객이 전도 된듯하여, 내가 심통이 좀 났다. ]

2007년 12월에 처음으로 아바나를 방문한 내가 그때의 감상을 포스팅한 것을 옮겨왔다우.

 

헤밍웨이는 쿠바를 그토록 사랑하고 그곳에서 헤밍웨이 문학의 주요작품 특히 노벨문학상을 타게된

영향을미친 소설 `노인과 바다` 등 몇몇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으나

이념적인 문제로 카스트로 혁명 이후 쿠바로부터 추방을 당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얼마후 우울증으로 권총자살을 하게 되지요,

 

추방당한 헤밍웨이는 죽어서도 쿠바를 찾는 관광객들의

그의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쿠바인들에게 보탬을 주고 있습니다.

 

내따님과 나 또한 헤밍웨이 소설에 심취했던 옛 기억으로

그가 자주 찾던 술집(Bar)을 찾아가서

그를 만나듯 그가 마시던 술을  마셨습니다.

.

.

 

아바나에는 헤밍웨이가 사랑하던 술집 플로리디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다이끼리 한 잔 마주하고, 헤밍웨이 소설 속의 거센 파도와 청새치와  산티아고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난끝에 가져온 뼈만남은 청새치를 바라보는 `노인 산티아고`의 심정을 헤아립니다.

 

그리고...

또...

그것이 인생이란 걸...

 

한숨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