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강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내고향은 강과 산이 잘 어우러진 맑은 고장이다.
내 나이 열네댓 살 소녀시절
단짝 친구와 둘이 고향에서 이름난 강가로 가끔 소풍을 나간다.
높지막한 장소에서 내려다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모랫벌이 평화롭게 펼쳐있고
조용히 흐르는 푸른 강물이 휘돌아 나가며 작은 모래섬을 만들어 두었다.
그 작은 섬에는 버드나무 몇 그루가 詩처럼, 노래처럼, 하늘대며
그곳으로 건너가고 싶어지도록 정다운 손짓을 보낸다.
평온과 고요로움으로 강 가운데 떠있는 그 섬을 바라보며
단짝이랑 나는 소리맞춰 시를 읊는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 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소월의 詩는
단짝친구랑 나랑 함께 공부하는 교실 벽에
붓글씨로 쓰여져 길다란 족자로 걸린 시이기도 했다.
소녀가 자라 엄마가 된 시절에
단짝이랑 함께 읊던 시는 누구나가 부르는 노래가 되어
자주 내 귓전을 흔들고 갔다.
그 노랠 들을 때마다 내 마음속의 풍경으로 각인된 고향의 작은 섬이
마음의 강물 속에서 떠올라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내 마음 속 풍경.
하얀 모래섬으로 떠있는 작고 작은 섬,
버드나무 두어 그루가 손짓하는 섬.
밝은 햇살아래 반짝이며 누워있는 섬.
그 세월에 '그냥 읊던' 그 시를
그 세월에 '그냥 바라보던' 작은 그 모래섬을
이제는 가신 엄마를 그리며, 가버린 소녀시절을 그리며, 노래하게 된다.
.
.
여행을 하다가 내 마음속의 풍경을 닮은 마을을 만났다.
그 섬처럼 작고 가녀리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맑디맑은 가을 속에 누워있는 강마을이
내 안의 풍경을 길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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