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내 안의 풍경

eunbee~ 2011. 10. 22. 13:56

 

                                                   화양강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내고향은 강과 산이 잘 어우러진 맑은 고장이다.

내 나이 열네댓 살 소녀시절

단짝 친구와 둘이 고향에서 이름난 강가로 가끔 소풍을 나간다.

높지막한 장소에서 내려다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모랫벌이 평화롭게 펼쳐있고

조용히 흐르는 푸른 강물이 휘돌아 나가며 작은 모래섬을 만들어 두었다.

 

그 작은 섬에는 버드나무 몇 그루가 詩처럼, 노래처럼, 하늘대며

그곳으로 건너가고 싶어지도록 정다운 손짓을 보낸다.

평온과 고요로움으로 강 가운데 떠있는 그 섬을 바라보며

단짝이랑 나는 소리맞춰 시를 읊는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 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소월의 詩는

단짝친구랑 나랑 함께 공부하는 교실 벽에

붓글씨로 쓰여져 길다란 족자로 걸린 시이기도 했다.

 

소녀가 자라 엄마가 된 시절에

단짝이랑 함께 읊던 시는 누구나가 부르는 노래가 되어

자주 내 귓전을 흔들고 갔다.

 

그 노랠 들을 때마다 내 마음속의 풍경으로 각인된 고향의 작은 섬이

마음의 강물 속에서 떠올라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내 마음 속 풍경.

하얀 모래섬으로 떠있는 작고 작은 섬,

버드나무 두어 그루가 손짓하는 섬.

밝은 햇살아래 반짝이며 누워있는 섬.

 

그 세월에 '그냥 읊던' 그 시를

그 세월에 '그냥 바라보던' 작은 그 모래섬을

이제는 가신 엄마를 그리며, 가버린 소녀시절을 그리며, 노래하게 된다.

.

.

 

여행을 하다가 내 마음속의 풍경을 닮은 마을을 만났다.

그 섬처럼 작고 가녀리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맑디맑은 가을 속에 누워있는 강마을이

내 안의 풍경을 길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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