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600가지의 미소를 가진 엄마

eunbee~ 2011. 10. 10. 19:10

 

 

 

 

지혜라고는 약에 쓰려해도 없는 내가

가끔은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지혜롭게 늙어가기'란 말을 새겨보게 된다.

책에서, 티비에서, 학자들의 입에서, 그리도 자주 회자되는 '지혜롭게 늙어가기'란 대체 무엇일까.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지혜롭게 늙어가기란 어떤것을 말하는 것일까.

매우 피상적이고 이론적이며 말에 의한, 말 뿐인, 말로써 끝나는, 그 실체없는 뜬구름 같은 명제는 대체 무엇인가.

 

개인마다, 상황마다, 집집마다의 형편에 따라, 사회적 배경에 따라, 처해진 경우에 따라

가지각색의 적용방법과 이론이 다를 그 거대하고 정답없는 이슈를 누군들 명료하게 정의내리고

남들에게 권하고 말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보편 타당한 정의와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이라해도 말이다.

 

 

 

 

오늘 내 블로그 임시저장 주머니를 뒤적이다 보니 파리에 있을 때 저장해 둔

'Vieillir avec sagesse ; 삶의 지혜를 가지고 늙어가기'라는 제목으로

본문은 한 줄도 없는 공백으로 비어있는 하얀 백지상태의 임시저장공간을  만났다.

그때 역시 제목만 저장해 두고 딱히 정리해서 밝혀둘 내용은 찾아내거나 생각해 내지 못했나 보다.

 

 

 

 

두 주 전쯤에 블로그 친구 짧은이야기님을 만났다.

그때 짧은이야기님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들 딸들에게 항상 좋은 엄마로 환대받는 것은

어떤 비결에서 인가요? 많은 자녀들은 엄마라면 싫어하기도 하고 조금은 멀리하려고도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 늘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인터뷰하는 interviewer의 입장에 서 있는 그녀는 유능한 기자이다.

기자님의 질문에는 무언가 잘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문은 막힌다. 그리고 함께 온 '지온'이란 7개월이 채안된 아기를

잘 보살펴야 했던 상황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되질 못했다.

우리는 그냥 수다를 떨었던 분위기였으니...ㅋㅋ

그러나 차근차근 대답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해도 내 대답은 별 것이 아니었을 게다.

그냥 자녀들에게 요구(잔소리)하는 것 없고, 귀찮게 하지 않으려 애쓰고, 그들이 나에게 물질적으로 애쓰면

나도 반드시 갚으려 하고, 그들이 부담스러워(걱정)하지 않도록 나를 가꾸어 독립적인 태도와 현상을 유지하며

늘 자녀를 손님처럼 , 친구처럼, 귀한 보물처럼,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

 

 

 

 

손님처럼이란, 자식이라고 마구 대하지 않고 손님에게 대하듯 웬만큼의 예의를 차리는 마음으로 대하고

(나는 울 아드님이 온다고 하면 화장을 단정하게 하고 옷도 새로 갈아입는다.자연스러운 한도내에서)

친구처럼이란, 모든 일상에서의 활동을(일상, 취미, 이벤트 등등) 같은 눈높이와 같은 마음의 잣대로 이야기하고 나누고 즐기는 것.

귀한 보물처럼이란, 세상 부모가 자식에 대한 마음이 다 그렇듯이 나에게 가장 귀한 것은 자식이니 보물처럼 귀히 아끼는 절대사랑.

 

 

 

 

 

내 자녀들과 내 나이는 서로 귀한 줄 알고 어떻게 하면 서로 편한 사이가 될 수있는가를 스스로 알아질 나이들이다.

그러나 나와 내자녀들처럼 돈독하고 특별해 보이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의 바탕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세월이 많았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잔소리하고 압박하고 강요하는 것을 전혀 하지 않은

내 선천적인 욕심없음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하고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엄마는 600가지의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서러울 때 짓는 미소, 슬플 때 짓는 미소, 그리울 때 짓는 미소, 화가 날 때 짓는 미소

쓸쓸할 때 짓는 미소, 몸이 아플 때 짓는 미소, 무언가를 요구할 때 짓는 미소, 울고 싶을 때 짓는 미소...등등

 

 

 

기타 등등의 600가지의 미소.

울고 싶을 때도 슬픈미소로 울음을 대신할 줄 아는 엄마는 자식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죽는 순간에도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미소를 짓고 눈을 감아야 한다.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웠기에,

내 자녀들이 나의 딸들이고 아들이었음이 고마웠기에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떠나야 한다.

그 미소는 600가지의 미소 중 가장 마지막에 있게될 가장 아름다운 미소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승에 남아있을 내 귀하고 귀한 보물들에게

영원한 미소로 엄마가겨지도록...

 

 

 

사진 : 인사동에서,  작가'영희' 작품 전시회

 

 

지혜롭진 못해도, 내 자리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오늘도 보다 心身 건강한 엄마로 가꾸기 위해

600가지의 미소를 익히며 서로에게 귀해지려고 애쓰며 산다. 하핫!

내 자리를 아는 것도 지혜가 아닐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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