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애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하조대로 왔습니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콘도미니엄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
명성콘도의 전용버스를 타고 생소한 콘도문화를 체험하며 연말년시의 파티로 최영섭악단의 연주와 함께 축배를 들며
축제의 밤을 보낸 날들을 추억하며 이 길을 갑니다.
그 때 중학생이던 큰딸과 함께 하조대라는 바닷가를 처음 왔지요.
설악산의 금강굴도 처음 오르고...추운겨울날의 철제사다리를 오르는 일은 쉽지 않던 기억이...
한계령...미시령...진부령.. 알프스리조트가 있는 흘리마을...동해 바다의 여러곳들은
가족들과의 추억이 참으로 많이도 서린곳입니다. 등산도 하고 해수욕도 하고 스키도 타고...
이 가을날에 나는 그날들을 추억하며 쪽빛 바다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바다 곁에 서면, 내땅에서의 추억과 함께
먼 나라에서 만났던 바다에 대한 기억들도 마음속을 가득채웁니다.
파리의 가족들과 함께 했던 그 많은 바다에 대한 추억들이...
스페인의 남쪽바다, 쏘렌토의 은빛물결, 아드리아해의 푸른바다, 브르타뉴의 뽀흐블렁,생말로, 몽생미셀,
아르카숑의 저녁놀 붉게 타는 수평선, 노르망디의 차르르~소리내는 몽돌해변,
대륙의 서쪽끝 까보 다 로카의 바람부는 해안절벽에서 바라보던
대서양의 파도 일렁이는 짙푸른 바다,
그리고...라스페치아와 다섯마을의 이야기..
지중해의 여러곳...
그 많은 곳에서의 가족들과의 추억들.
바다는 그러한 날들을 내게 불러 모으는 묘약입니다.
이곳은
며느님이 울아들과 연애할 때, 이 바다에 와서 난생처음 바닷물에서 수영을 해본다는 말에 놀란 내가
까르르 웃으며,(엄격한 엄마 슬하에서 자란 며느리는 그나이가 되도록 바닷물에 머리를 담그어 보지못했다네요.ㅋㅋ)
멀리 파리에 있는 딸들에게 보여준다고 캠코더로 찍던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울아들 군입대 바로 직전이니, 참으로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명성콘도가 그 이름을 한화로 바꾸던 말던 자주 와서 대포항으로 척산온천으로...
진부령의 알프스리조트에서의 스키나들이로 미시령을 넘으며 먹던 초당순두부 마을이며...
여름의 알프스리조트에서는 이른 새벽 진부령을 혼자넘어 어느포구(간성?)에 가서 해물을 사다가
자는 가족들 깨워서 해물탕 끓여주던 게으름뱅이 엄마의 부지런했던 어느 여름날의 추억.
어느해인가는 콘도에서 며칠을 묵을 때,
낙산사 홍련암에서의 낭만스런^^ 철야기도, 그리고 황홀한 일출, 아들이 철야기도한 엄마를 모시러^^
콘도에서 차를 몰아 낙산사로 오던 그 아침들의 기억...
이렇게....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먼 날들을 추억합니다.
바다는 내 여행의 모두이며,
내 추억을 길어올리는 대양으로 넘실대는 우물입니다.
낙산사에서 부처님전에 절을 올리는 엄마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으며
"엄마의 간절한 기원은 무엇일까"라는 멘트를 넣던 스무살 무렵의 아들 말소리가 지금도 마음에 맴돕니다.
사진 : 하조대 앞 바다와 고성 화암사禾巖寺
강원도 땅은 특별하게도 가족과의 추억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날들을 다시 만들어 내기엔 어려운 오늘들이네요.
직장일로, 타국으로, 바쁘고... 헤어져살고...
세월은 추억을 재현시킬 가능성을 점점 희박하게 합니다.
늙어가는 엄마는 그래서 그날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쪽빛 가을 바다는 많은 것들을 추억하게 하고 그립게 하네요.
바다 앞에 서면 늘 무언가가 끝없이 그리워집니다.
바다만큼 깊게 넓게 한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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