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se.Theatre

Parc de Sceaux의 [나비부인]

eunbee~ 2011. 6. 5. 03:27

 

 

늘 산책을 가는 쏘공원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 공연이 있다는 것을 무대설치를 할 때부터 눈여겨 봐뒀지요.

첫날 첫공연을 보려고 완전무장(야외 심야공연이니 추위에 대비한^^)을 하고 저녁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OR석이 포함된 20가지의 칵테일과 샴페인이 나오는 저녁만찬이 작은성에서 있다기에

우리도 城에가서 만찬을 즐긴 후 오페라를 보는 우아함을 누리자고, 작은딸을 꼬셨더니

만찬? 만찬은 나온다는 내용도 없고 칵테일과 샴페인이 나오는구먼. 210유로씩이나 각각 지불하고, 칵테일 스무잔을 다 마실 수도 없고

더구나 밖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보는 오페라는 싫어 라며 갈 생각도 없는 딸에게 한마디로 거부^^당하고 ㅠㅠ

혼자 중무장하고 쏘공원엘 갔다우.ㅠㅠ 에휴~ 내팔자야~

 

가서 보니 만찬은 오랑쥬리에서 있던 걸요? 쁘띠 샤토라고 하더니...에구구~ 그티켓 안사길 잘했네.ㅋㅋ

 

 

조금이라도 일찍가서 좋은 좌석의 입장권을 사려고 서둘러 왔어요. 그러나 이미 내가 노리고 갔던 OR석은 매진,

할 수 없이 Cat.1로 만족하는 수밖에...ㅠㅠ 아마도 OR석은 만찬 곁들인 티켓으로 매진되었나 봐요.

 

 

우리집 나비부인(레스토랑 이름이 '나비'라서 우린 마담버터플라이라고 자주 부릅니다)은

왜 '나비부인'을 보러오지 않는지...애석?해 하며, 로열석 구하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카프치노 한 잔으로 달래고, 공연장엘 들어섰지요. 족히 1500석은 될 듯한 좌석이 깔끔하게 놓여 있고

간결한 무대의 뮤직박스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음을 고르고...어디선가는 소프라노와 테너의 목다듬기^^ 소리도 들려 오고...

 

 

이 아저씨는 방석을 안고 왔습니다. 나는 겨울 판초를 들고 왔으니, 깔아도 되고 뒤집어써도 되고...ㅋㅋ

좌석 사이를 다니며, "방석 사요. 방석~ 프로그램도 있어요~"하는 아저씨도 다닙니다.

 

 

초만원입니다. 프랑스는 어딜 가도 공연장이 초만원입니다그려. 문화대국답지요.

좌석이 그렇게 많으니, 당일날 가서 입장권 구해도 되겠지...하는 그른 판단때문에 번번이 실망을 하게 됩니다.

OR -79유로.  Cat.1 -67유로. Cat.2 -57유로  Cat.3 -39유로.

야외의 미드나잇공연에 만만찮은 입장료임에도 초만원 사례입니다.

 

 

 

일본 개방의 문호였던 나가사키,

나가사키의 몰락한 집안의 딸은 15살의 어린나이에 게이샤가 됩니다.

그의 이름 초초(나비)상.

 

 미국해군장교 핑커튼이 이곳으로 오게 되고, 초초상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요.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이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지요,

존 루터 롱(미국)이라는 소설가는 나가사키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살았던 가족을 통해 이 슬픈 이야기를 듣게되고

그는 1858년 미국 어느 잡지에 '나비부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싣게 된답니다.

그소설을 어느 극작가가 연극으로 꾸미고, 그 공연을 보게 된 푸치니는 오페라로 만들었다지요.

푸치니는 그시대에 흥행의 귀재였답니다.ㅋㅋ

 

1904년 라 스칼라좌에서 초연, 완전실패, 다시 다듬어서 같은 해 브레시아에서 재초연 대성공.

2막 3장으로 된 '나비부인'은

'라보엠'과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힌답니다.

 

진실한 사랑을 하는 초초상과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핑커튼과의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만

스토리를 더욱 슬프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테너와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있기 때문이지요.

 

 

쏘공원, 바람이 몹시부는 봄날 저녁, '나비부인'의 무대는 막을 올렸습니다.

아홉시 반을 막 넘기고 있는 봄밤은 아직 환합니다.

 

긴 대나무를 연상케하는 가느다란 막대기에 작은 불을 매달아, 일본의 분위기를 연출한 무대는,

조명으로 효과를 낸 먼산과 구름과 때때로 피어오르는 안개...달...하늘 그리고 바다를 아련한 수묵화처럼

잘 표현했습니다. 싱그러운 숲 속 샤또 앞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는 더없이 깊은 감흥을 안깁니다.

 

 

테너는 어쩜 그리 노래를 잘 부르는지요. 기가 막힙니다요~

우리나라 소프라노 가수 문수진 씨는 왜 또 그리 목소리로 연기를 잘하는지요.

'어느 개인 날'을 부를 때엔 눈시울이 젖어왔습니다.

 

뚜쟁이가 부잣집 남자를 중매하려 할 때에는 어찌나 목소리 연기가 실감나던지, 자막을 읽을 수 없음에도

이야기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니까요. 역시 우리나라 음악가들은 세계적이얌~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어느 개인날'을 가끔 듣는 나는, 마리아 칼라스보다, 내눈앞의 문수진씨에게서

더 감동스런 느낌을 전해 듣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우. 그 건 봄밤 야외오페라공연 분위기가 감동스러움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더구나 이곳은 '나의 쏘공원'이 아니던가요! ^*^

 

 

결혼...사랑...그리고 애닲은 이별까지 이어진 1막이 끝났습니다.

20분 간의 인터미션에는 따끈한 차를 마시러 많은 사람들이 노천카페로 갑니다.

 

먼 하늘가에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노을에 마음을 적시우고,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와 간간이 어둠 속을 나르는 새의 날갯짓을 바라보며,

나 또한 먼먼 하늘 속을 날고 있습니다.

 

 

핑커튼이 초초상의 곁을 떠난지 3년,

사랑하는 낭군이 하마나 돌아 올까...매일 기다리고 있는 초초상은 그의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스즈끼에게 듣는 초초상은 꼭 돌아온다는 믿음 속에

아름다운 아리아 '어느 개인날'을 부르지요.

봄 밤의 나부끼는 바람을 타고,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선율은 밤하늘 속 저멀리 날아 오릅니다.

 

 

동그랗게 예쁜 등을 긴막대기 끝에 매달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은 무대 가득히

등으로 채웁니다. 마치 작고 둥근 등들이 둥둥 떠다니는 듯 연출 했지요.

뱃사람들이 부르는 허밍코러스를 이무대에서는 게이샤들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비추이면서

매우 작은 소리로 부릅니다. "허밍코러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허밍코러스의 무대를 환상적으로 연출하다니...

나는 그여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피치카토pizzicato주법으로 연주되는 도입부부터, 천천히 그리고 조그맣게 허밍이 시작될 때 이미 내가슴은 콩닥거리더니

게이샤들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은은히 울려오는 허밍코러스의 부드럽게 퍼지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이 건 순전히 '내영혼의 안식처 쏘공원'에서의 공연 때문일거야~ 흐흑

난 어쩌면 전생에 *콜베르의 연인이었는지도 몰라~ 흐흑.

 

*콜베르 : 루이14세 때의 재무장관이며 이샤토(쏘공원의 그랑샤토)의 주인양반.ㅋㅋ

 

막은 내리고...

이날의 프리마돈나 문수진씨가 무대인사를 나오자, 온 관중은 환호와 박수와

그리고 발 구르기까지 동원하며, 브라~보를 외칩니다.

열다섯 살의 초초상보다는 너무 나이먹은 소프라노이지만, 그녀가 노래불러 감동을 안겨준 것은

스토리를 너머 더욱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우리의 문수진!! 브라~바~!!!

 

 

자정을 막 넘기고 있는 시각에, 우리는 '나비부인'에게 마지막 환호를 보냈습니다.

 

 

 

6월 7월 9월, 열 군데의 공연이 프랑스 여기저기에서 계획되고 있습니다.

 

 

하현달이 바다 위로 두둥실 떠 있을 몽셍미셸에서의 공연은 얼마나 환상적일까요.

ㅠㅠ~ 가고 싶네요.

그러나 그 때는 은비네가 이사를 해야한답니다.ㅠㅠ

 

자정이 넘은 시각에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오는 동안

허밍코러스를 음음음~~음음음~~흥얼거리며, 무대감독이 누구인지 참 맘에 든다...찬사를 보내고

테너와 소프라노에게도 끝없는 브라보를 보냈습니다.

 

은비메메 요즘 이렇게 바쁘답니다.

롤랑-가로스 테니스 응원하랴,

오페라 보러 다니랴~

호홍~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