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케냐의 나이로비에서는
제 5차 유네스코 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요리와 테이블 세팅, 식사 매너 등이 총망라된
'프랑스식 식사'가 세계 무형 문화제에 등재되었답니다.
한 나라의 식사법이 무형문화 유산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네스코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요리법과 식사법은 개인과 집단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사회적 관습' 이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인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식사를 소중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다네요.
지난 19일,네슬레 프랑스의 의뢰로 해리스 인터렉티브가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밥을 먹는 행위는 소중한 기쁨'이라고 응답.
한 끼 식사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한 시간 반 이상.
응답자의 78%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곳은 식탁'이라고 했답니다.
89%의 응답자는 '특히 가족 간의 대화를 위해서는 식탁에 둘러앉아야 한다.'라고 응답했고
82%의 응답자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 보다는 격식 있는 식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프랑스인의 하루 평균 식사시간은 130분,
영국인은 80분,
멕시코인은 62분,이라고 OECD의 통계자료가 말하고 있다는데
내 생각으로는 잘못된 조사인 듯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한 끼 식사시간만도 130분은 상회하지요.
단지, 바쁜 현대인의 일상속에서 끼니를 떼우기 위해 먹는 수준의 식사시간으로 통계가 이루어졌다면
수긍되는 바입니다만....^*^
큰사위님이 프랑스인이니, 큰딸네 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도 자주 있고,
사돈댁에 초대를 받아서, 정통 프랑스식 식사를 접할 기회도 일 년에 두어번은 있습니다.
초대를 거듭 받다보니, 이제는 슬슬 초대를 받아서 기쁨을 느끼는 것보다, 번거롭다는 생각에서
가기가 망설여 진다는 기분이 더 짙습니다.
그 이유는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하는데, 그 과정이나 소요시간이 얼마나 번거롭고 길고 긴 시간인지..
통하지도 않는 언어환경속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띄고 표정관리 해야죠,
테이블매너 지켜야죠, 복잡한 순서 지켜가며 셋팅된 포크와 나이프가 바깥쪽에서 부터 안쪽의 것까지
몽땅 테이블에서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먹고 썰고..... 비우고... 웃고 이야기하고 감탄도 섞어야하고....
아이구 내가 못살아~~
처음엔 사돈댁에서 초대를 하면, 좋아라 갔었는데, 해가 거듭되고, 초대받는 횟수도 늘어가니,
이제는 두 번에 한 번쯤은 사양을 합니다.
점점 불편한 식사시간이 싫어졌어요.
왜 그렇게 싫을까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세요.
초대를 받습니다.
저녁 여덟시 초대를 하면, 정각 여덟시에 현관문 앞에 가서 벨을 누르면 실례.
약속 시간보다 10~20분 정도 늦게 가는 것이 정석.-이상한 문화입니다.ㅎㅎ-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고,
맞이하는 사람과 초대받은 사람들이 문에 들어서면서, 한 사람 당 두서너 번의 비쥬를 나누며
반갑게~ 매우 반갑게. 정겨운 표정과 말로, 매우 친절하고 다정하게~ 인사합니다.
가족이 어디 한 둘 인가요? 그 가족들이랑 모두 입맞춤을 나누고 인삿말을 나누려면
나는 그 때부터 이미 혼이 반이나 빠져 나갑니다.ㅋㅋㅋ
쇼파에 앉습니다.
아페리티프-전식 또는 식전술을 말하나, 여기서는 식전술-가 나오고,
황홀한 촛불 아래서 식전술을 홀짝 거리며 끝도 없는 수다가 늘어집니다.
그러게요~ 그 이야기 내용을 몽땅 알아듣고 말참견을 함께 해도 지루할 판에, 알아 듣지 못하는 대화에
눈치껏 따라가고, 섞이고, 짧은 영어로 묻고.... 더 짧은 듣기실력으로 듣고 대답하고...
죽겠습죠. 그뿐인가요? 표정관리 해야죠. 우아하게.... 대한민국의 민간사절단다운 태도로. 푸하하~
거의 정신이 몽롱해질때 쯤,-- 내 정신만 몽롱한 거지만요.ㅠㅠ
입맛 돋우기로 짭쪼롬한, 간단하고 적은 양의 전식이 나오고,
이제 드디어 본식이 나옵니다.
테이블매너에 맞는 자세와 방법으로 먹습니다. 맛있다는 말을 연거푸하면서....
더러는 요리의 비법도 물어 가면서...ㅎㅎ
본식을 끝내면, 두 번째의 본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접시가 총 아홉개가 비워지는 식사에서는 본식이 두 번 나옵니다.ㅠㅠ
그러고 나면, 배 맛이 나는 소르베에 술을 부어서, 아롱아롱 멋진 작은 잔이 눈 앞에 도착합니다.
소화를 돕기 위한 것이지요.
이제 후식 차례입니다.
아니? 후식 전에 치즈가 나오죠.
몇몇 종류의 치즈 중에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조금씩 조각을 내어 접시에 담아 먹습니다.
그리고 후식. 후식도 가지가지... 그러나 거의 포화상태이니 한가지를 골라 먹어야죠.
다음~ 커피나 차 종류의 마지막 단계로 마무리.
휴~~~
그다음엔 뭘까요?
정신이 이젠 아예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린 상태입니다.
음식 바뀔 때마다 와인과 와인잔까지 바뀌면 더 정신이 없겠죠?
다행히 사돈댁에서는 서너 가지 이상의 와인은 나오지 않았으니, 그것만도 다행입니다.
일류 레스토랑에 가서 정통 프랑스식 식사를 할 때에는 음식접시가 아홉번 바뀔 때마다
와인도 따라서 바뀌고, 와인잔도 바뀐다니.....이들은 대단합니다.
게다가, 큰사위 아버님은 초대받아 간 집의 테이블 위의 중요 집기들이 은으로 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며, 아닐 경우엔 집에 오셔서 투정을 부리신다고 합니다.
격식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정식 집에가면 50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오는 걸 이네들이 본다면
놀라겠지요?
우리나라도 대단해~
한꺼번에 좌악~차려놓고, 부지런히 먹으니, 번거롭지도 않고...호호홍~
포스팅을 얼마나 주저리주저리 길게 했는지, 배가 고프네요.
저녁 6시 15분 전이면 아직 저녁 먹을 시간도 아니거든요.
그러나, 라면 하나 얼른 끓여 후루룩~ 쩝쩝~ 먹어야 겠습니다.
지금 상황처럼 출출하면, 번거로운 프랑스식 식사인
사돈댁 식사초대에 사양않고 얼른 달려 가겠습니다요~히힛.
세계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스식 식사'를 여러분들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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