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조용해진 우리 집

eunbee~ 2010. 12. 7. 05:29

작은사위님이 열흘간 휴가를 와서 우리집은 사람 사는 분위기가 넘쳐 흘렀지요.

은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 모르고, 학교에서 돌아 오면

재잘거리느라 자기 아빠의 정신을 쏙 빼 놓습니다.

은비는 평소엔 말이 없는 편이거든요. ㅎㅎ.

 

은비가 학교에 가고 나면, 은비아빠의 피아노 연주가 가끔 방안 공기를 춤추게 하고

부엌 벽에 매달려 있던 전자기타는 잠에서 깨어나 딩둥거리며, 연주자의 멱따는 소리와 함께

온 아파트를 울렁대게 만듭니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아프리카 타악기를 두드리며 사위님의 멱따는 소리를 누르느라 애씁니다.ㅎㅎ

 

학교에서 돌아 온 은비와 아빠가 웃기는 영화나 만화를 보느라 높여진 볼륨과, 그들의 깔깔대는 소리에

매일 조용하게 지내던 나는 귀가 먹먹해지고, 머리가 띵~해집니다.

소리 고문도-소음 공해- 폭력에 가깝군요.ㅠㅠ

나는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더러는 산책 나가는 일로 해결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먹는 일에 골몰합니다.

은비도 은비아빠도 먹는 것 궁리해서, 사다가 나르는 일을 좋아하고,

매끼니마다 다른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도락의 경지에 가까워진 부녀랍니다.

열흘 있는 동안 이곳저곳, 레스토랑도 서너 번을 갔지요.

태산같이 나오는 해물요리집에도, 감질나게 나오는 일본 스시집에도, 베트남 쌀국수집에도,

거기다가 은비메메 생일까지 꼈으니, 매일 먹으러 다니다가 열흘이 가 버린 것 같습니다.

 

작은사위가 오면, 온 집안이 폭격맞은 집처럼 난장판이지만,

목욕탕 욕조가 반짝반짝~ 세면대도 반짝반짝~

반쯤 막혀서 답답했던 배수구들도 시원시원하게 좍좍~

화장실도 깔끔깔끔~ 반짝반짝~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왔으니, 온 가족이 좋아라 하지요.

 

언제나 그렇게 작은사위의 휴가는 끝납니다.

이번에는 근무지로 곧바로 가지않고, 한국을 가기위해 눈속을 헤치고 드골공항으로 갔답니다.ㅠㅠ

 

 

어제는 일요일, 썰물처럼 모두 가 버린 우리집이 다시 조용해진 날입니다.

화려한 세상에서 갑자기 초라한 세상으로 온 것 같은 허전함마져 들었답니다.

은비아빠는 서울로 가고, 큰딸내외도 자기네 집으로 돌아가고,

우린 다시 조요옹~한 집이 되었습니다.

 

 

일요일 점심엔 三代  세 여자가 앉아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쓸쓸하게,

저녁에도 삼대 세 여자가 앉아서 해물전을 먹었습니다. 처량하게.

갑자기 우리는 얼마나 가난해지고, 얼마나 외로워졌는지.... 훌쩍 훌쩍~

 

***

 

은비아빠에게 전수받은 똥Thon김밥 만드는 방법 올릴게요.

구미 솟구치는 블친님께서는 만들어 드셔 보세요.

 

 

참치 한 캔을 따서 국물을 짭니다. 참치만 보송보송하게,

양파 반 개 다집니다.

식용유 넉넉하게, 매우 넉넉하게, 참치가 잠기고도 남도록.

진간장 넉넉하게, 짜고 싱거운 건 집집마다 입맛대로.ㅋㅋ

설탕도 입맛대로,

위 재료를 센 불에 볶습니다.

차례대로 볶습니다, 기름, 간장, 설탕..위계질서 지키면서~ㅋㅋ

성격 급한 사람은 그냥 한꺼번에 몽땅 넣고 볶아도 무관함다~

기름기 간장기가 다 날아가 버릴 때까지, 참을성있게 볶습니다.

사진은 볶아진 참치.(허브나 깨소금은 입맛에 맞으면 넣으세요. 나는 넣고 작은사위는 안 넣슴)

 

 

물기가 하나도 없이 보송보송해 질 때까지 볶았어요.

3인분-김밥말이 여섯개-김밥꺼리 완성이에요. 쉽죠? 하하하하

김발에 올려서 단단하게 말아서, 썰어서 먹으면 돼요.

된장국을 엷게 끓여서 곁들여 먹으면 더 좋겠죠?

 

 

 

 

 

 

 

 

 

 

 

 

 

 

 

 

똥김밥 한 가지 더.

이건 더 쉬워요.

나는 쉽지않으면 안해요. ㅋㅋㅋ

 

캔참치를 물기 완전히 빼고

마요네즈에 비빈다.

김 위에 상추, 상추 위에 밥.

밥 위에 마요네즈 뒤집어쓴 참치,

돌돌 말아서 썰어 내면 완성~

 

아삭거리고 신선한 맛이 감돌아요.

은비는 이것을 더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기름과 진간장에 볶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거든요.ㅋ

은비엄마랑 나는 볶는 쪽이 더 맛있어요.^*^

 

이제,

우리의 처량하고 가여운 저녁 식탁 보실래요?

해물전,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와인(이 와인은 큰사위가 사 온 것이라 믿을 만한 품질의 와인^^)

 

 

모두 밥먹기 싫다고 축~늘어져 있는 걸, 해물전을 굽는 냄새로 식욕을 발동시켜서

이렇게 먹었답니다.

블친 님이 서울에서 날려보낸 생일축하 그림엽서는

가족이 모두 떠난 쓸쓸한 일요일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

 

우리는 어제.. 오늘..

잔치가 끝난 뒤의 허전함 같은 쓸쓸함 속에서 살고 있답니다. ㅠㅠ

 

가족은 꽁꽁 뭉쳐서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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