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정원,공원

Le Pere Lachaise 1

eunbee~ 2010. 10. 4. 05:12

 지구상에는

죽은 이들을 위한 축제를 벌이는 나라도 있다.

'망자의 날'이라고 해서....

 

프랑스에서도 '모든성인의 날'이라해서, 聖人들만 기리는 것이 아니라

묘지를 찾아 고인을 기리는 날이 오늘로부터 한 달 뒤에 온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죽은 이들을 위한 산책을 하는 날이다.ㅋㅋ

 

 

메트로 3호선 페흐 라셰즈 역에서 내려 출구로 올라 가면

길 건너 긴 돌담이 있는 곳이 바로 페흐 라셰즈 묘지이다.

 

 

묘지 입구에서 묘지 안내 지도를 구입했다. 2유로짜리 동전 한 닢을 건내기는 했지만

가당찮게 비싼 금액이다. ㅋㅋㅋ

"일본인이에요?"  "아뇨~ 한국인이에요. 영어판으로 주삼~"ㅠㅠ 

한국말 지도는 아직 없나 보다.

한국어 지도 없는 것은 괜찮은데, '일본 사람이에요?' 이런 말이나 안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 자질구레한 일본인으로 보여? 그들 보다는 제법 길쭉한 내가? 흐흐~

 

 

10년 전 어느 여름날, 아들과 며느리랑 함께  왔던 길을 더듬으며

천천히 묘지 산책을 시작한다.

페흐 라셰즈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라는 말에, 어느 여행자는 거부반응을 일으키던데

나는 그냥 내가 본 중에 제일 아름다운 묘지를 산책한다.

 

 

은비가 서너 살 적에 아빠,엄마, 할머니랑 이곳에 와서 보더니

"엄마~ 엄마가 죽으면 나도 꽃을 가지고 올게~"라고 말해서 우리 모두가 웃던 날도 추억하면서...

 

 

그러고 보면 나는 세상을 다니며, 여기저기 이나라 저나라의 묘지를 제법 많이 찾아 다녔다.

우리는 왜 그 바쁜 여행중에도 묘지를 찾는 것일까?

이곳도 벌써 세 번째.

 

 

공원보다 아름답고, 기도 보다 엄숙하고 숙연해지는 페흐 라셰즈~

 

묘지를 산책하는 것은

여느 공원 산책에서 느낄 수 없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나는 이런 시간을 좋아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리골레타 묘지에서의 뙤약볕이 잉잉대는

정신 혼미해져 오는 느낌과는 달리,

이곳은 보다 친근하고,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라서 좋다.

가을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있거나, 꽃과 기념물들이 많이 놓여있는 묘지는

대부분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나는 지도에 발자크의 묘지에 동그라미를 그려 두고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이미 사람들은 이렇게 단체로 가고 있군.ㅋㅋ

 

 

발자크.1799.5.20-1850.8.18

프랑스의 소설가.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51세의 짧은 생애동안 100 여 편의 장편소설,

여러 편의 단편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꽁트를 남긴 거장.

 

 

오늘은 거장을 기리기 위한 어느 소박한 사람의 마롱을

받으셨구나.

 

 

인간희극,으제니 그랑데, 고리오 영감, 사촌 베트,골짜기의 백합, 마법가죽.루이 랑베르,

사라진 환상, 세라피타, 미지의 걸작 등 하루에 40잔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는 발자크는

그곳에 그렇게 있었다. 나에게는 돌 조각품 흉상으로....

 

 

저 건축물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일까...

왠지... 높아서 슬프다.

 

 

이곳엔 추모객들이 많구나.

누구일까?

Allan Kardec이라고? 생소한 이름인걸~ 교육자요 철학자라는데....

어느 여인은 그의 흉상 어깨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무어라 중얼거린다.

굉장한 업적을 남긴 사람인가?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온통 불어와 영어뿐이다.에궁~

Spiritism의 창시자라는데....뭔 소리인지...ㅠㅠ

아뽈리네르를 찾아 가던 길에 만난 이분. 내겐 아리송한 분이얌~ㅋㅋ

그러고 보니 이분의 탄생일이 오늘이네, 10월 3일.ㅎㅎ 1804년에 태어나서,1869년에 잠드셨단다.

 

따님에게 배워서, 덧붙여 설명함 ㅋㅋㅋ

알랑 카르덱은 심령술의 창시자. 묘석 지붕에 새겨진 글의 내용은

"태어나고,죽고,다시 태어나고 그리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흉상을 어루만지던 사람들이 많았군. 그 흉상을 매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네.ㅋㅋ

 

 

그 이름도 정겨운 아뽈리네르~

'미라보다리 아래 센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뭐 이런 詩로

우리와 만난 시인.

 

 

아~ 마르셀 프루스트!!

여기에 계셨군요.

내아드님이 중학생일 때, 어버이날 선물로 내게 선물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들을  또 생각나게 하는 프루스트 씨. 고맙습니다. 내아들을 통해 그 책을 제게 선물해 주셔서....

1871.7.10-1922.11.18  소설가. 수필가. 비평가.

 

 

화장하는 건물Crematorium과 유골안치소Columbarium이 있는 커다란 건물.

장례식도 거행되겠지.

 

 

10년 전, 아들은 엄마에게 이사도라 던컨의 묘를 찾아 주느라 이곳엘 왔었다.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불리우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현대무용의 개척자, Isadora Duncan!!

Toe슈즈를 벗어던지고, 타이즈를 거부하며, 그리스식 의상을 입고 맨발로 춤 추기 시작한 그녀.

 

 

틀속에 갇힌 고전발레의 기계적인 테크닉에서 벗어나, 건강한 신체와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깊은 정서에서 우러나오는 춤을 추며

고전음악이나 교향곡 조차도 춤추는 사람의 감성으로 해석하며 춤 추던 현대무용의 선구자.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니스에서 목에 둘렀던 스카프가 자동차 바퀴에 감겨 질식사를 했다는,

생전에 두 아들을 잃은 그리 행복한 일생을 보내지는 못한 자유로운 영혼의 현대무용의 어머니!

 

 

그를 찾아 우울한 분위기의 Columbarium에 와서,

계단을 오르고, 그의 이름이 적힌 까만 돌 판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10년 전 그날도, 무용을 한 시엄마와 춤을 추고있던 며느님이 함께 이렇게 했었지.

세월~참 빠르다.

 

 

던컨의 묘소 앞 계단에 앉아

화장하는 건물의 돔과 길게 솟은 검은 굴뚝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함에 젖는다.

 

이사도라 던컨!! 맨발로 자유롭게 춤을 추던 선구자.

세상을 무대로 훨훨 날며 춤 추던 그녀가

이제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조용히 지난 세월을 반추하고 있겠지.

인생은 이렇게 무상한 것이련가.

 

 

이곳 유골안치소에는-C구역- 마리아 칼라스, 막스 에른스트도 잠들어 있다는데,

그냥 발길을 돌리자.

 

 

유골안치소를 나와,  회랑을 돌아서 하늘을 본다.

화장장의 검은 굴뚝이 높이 솟아 있어, 하늘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높이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 갔을 영혼들의 마지막 인사를 상상하는 내 마음 속에

검은 구름 한자락이 스치운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들을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과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을까?

 

Crematorium을 돌아 나오던 어느 여인도

검은 굴뚝을 올려다 본다.

이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며 저 곳을 보고 있을까.

 

나는

내가 보고 온, 지나쳐 온, 비석 곁에 누워있는...

잊혀져 가는 사람들을 묵상하며

공원같은 묘지를 산책한다.

 

묘지에서의 산책은, 기도보다 간절하며

명상보다 깊은 사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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