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정원,공원

Le Pere Lachaise 3

eunbee~ 2010. 10. 5. 17:54

 

 

페흐 라셰즈 묘지는 언덕이라서 오르내림이 심심찮게 이어진다.

그러한 입지조건은 묘지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 길이 있어

시야도 트이고, 산책이 지루하지 않아 좋다.

물론 무덤이나 비석들도 층을 이루니 배치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묘지를 돋보이게 한다.

길도 좁은 길, 넓은 길,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 구부러진 길... 다양하다.

지도를 잘 읽으며 다녀야지, 미로같은데에서 헤매기 십상이다.ㅋㅋㅋ

 

 

넓은 길로 내려오다가, 다시 좁은 골목을 접어 들고,

더러는 묘석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와, 경사진 길에서 아래로 한참을 내려오니

저만치 쇼팽의 무덤이 보인다.

두어 번 보았기에 이번엔 생략할까? 하다가, 그래도 이 묘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기억에 남겨둔 쇼팽의 무덤을 지나칠 수 없어 다시 찾았다.

 

 

하얀 대리석의 소녀상이

그의 달콤하고 섬세한 음악처럼 다소곳한 표정으로 아름답게 앉아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소녀가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악기인가 본데...

 

 

쇼팽의 무덤곁에는 사람들이 많고,

더구나 내가 도착하자마자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얼른 사진만 두어 장 담아내고 돌아 섰다.

 

 

Avenue de La Chapelle을 따라 교회당을 찾아 왔다.

샤펠 앞에는 장례식을 마친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있었다.

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상주인듯 보이는 검은 양복을 모두 단정하게 입고 있다.

 

 

나는 세 남자의 단정한 검은 옷 차림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는 계단을 올라

샤펠 안을 들여다 보았다.

희미한 조명의 예배당 안은 어둡고 침침해서 분위기가 매우 음산했다.

플래시를 터뜨려 한 컷 담았지만, 예배당의 분위기에 기분이...ㅠㅠ

 불을 환하게 밝혀 두면 좋겠다. 간결하고 단정한 대리석의 실내와 피에타가 잘 어울리는 예배당인데..

 

 

샤펠 앞 정원에서 잠시 마음을 조율해 본다.

쓸쓸한 가을바람이 내 볼을 스친다.

 

멀리~ 몽파르나스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언덕이기는 하네.ㅋㅋ

 

 

삶, 죽음, 영화로움, 비참함,

그리고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인생살이....

그러한 것들은 이곳에서는 분별이 필요치 않은 같은 선상의 일일 뿐이다.

시간들은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평등하게 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졌구나. 

 

 

들라크루아를 만나러 그의 앞에 당도했다.

묘지를 찾아 다니는 길이 인생길 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분되고 감개가 서리고

그리고 착잡했다. 하하

 

들라크루아 Eugene Delacroix. 1798.4.26 - 1863.8.13

프랑스의 가장위대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색채 사용법은 인상파 화가와

후기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낭만주의 화풍으로 그린 마지막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

 [ 들라크루아는 뛰어난 상상력, 날카로운 지성, 예민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19세기에 가장 이해받지 못한 예술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1850년 〈일기〉에

"아름다움은 발견되지만, 단 한번 특별히 정해진 역사적 순간에만 발견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뒤에 오는 천재에겐 너무 불행한 일이다"라고 썼다.

그가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그토록 많은 슬픔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일찍 태어나는 천재도 불행하다"는 말을 여기에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그의 천재성은 현대 예술의 섬세함과 비극적 측면을 미리 예시해 주었는데

그가 살아 있을 때 이런 면을 이해한 사람은 시적 직관력을 가진 샤를 보들레르뿐이었다.]

***

이상은 [브리태니커]에서 발췌한 내용임.


 

 

들라크루아 묘지앞에서 콧노래를 흥얼대며 데생을 하고 있는 여학생.

 

 

학생들은 묘지에 앉아 묘석들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묘지가 데생 공부 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나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곳 저곳에 앉아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들도 미술 데생 공부는 흉상이나 두상 등 조각상들을 보고 그려댔으니...ㅋㅋㅋ

이 장소에 온 것을 이해할 수 있겠네.^&^

 

 

 

 

저 학생도 그냥 앉아있는 것 같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ㅎㅎ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는

슬픔에 젖은 여인의 부조가 너무도 사실적이고, 옷자락의 흐름이 아름다워서

내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ㅋㅋ

흐느끼는 소리마져 들려 오는 듯...했지.ㅠㅠ

 

 

부부들이 묘지를 돌아보고 벤치에 앉아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묘지를 걷고 있는 많은 커플의 노부부를 만날 때마다  특별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묘지의 가을은 너무 빨리 깊어져 있었다.

검은 나무둥치를 좋아하는 내가, 나무의 아름답게 뻗은 검은 줄기들이 줄지어 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했지만, 쓸쓸하게 낙엽지는 묘지의 산책길은 우울하고 스산했다.

 

 

살아 가는 이들과

영면에 든 이들이 함께 있는 공간을 보니, 그 또한 착잡한 감상에 젖게 했다.

 

 

저 남자는, 묘지에 누워계시고  영혼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건가? ㅠㅠ

먼저 세상을 살아 본 저남자의 부모님은 '사는 건 그리 애태우며 살 일 만은 아니니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살다가 오라'고 부탁하실지도 모르겠다.ㅋㅋㅋ

 

 

묘지를 나오는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나온다.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낙엽이 가을 바람에 하나 둘...슬프게 지고 있는 묘지길을 그렇게 걸어 나왔다.

 

 

담장 너머 세상 밖은

여전히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생의 찬가를 부르고...더러는 비탄에 젖기도 할테지.

 

내일, 이 무덤에 묻힐지라도, 오늘은 오늘의 몫을 사는 거야.

잘 사는 것은 생에 대한 예의이니까!!!

 

 

***

묘비에는 예외 없이 시작과 끝을 일러주는 생몰연도가 들어 있기 마련이다.

오래전에 세워진 묘비에는 죄다 한자로 적었지만 요즘은 대개 아라비아 숫자를 쓴다.

그리고 태어난 날과 죽은 날 사이에는 으레 ‘대시(-·dash)’를 넣는다.

결국 그 대시 안에 그 사람의 삶이 응축돼 있는 셈이다.

짧든 길든 삶의 희로애락, 그 모두가 그 대시 안에 압축돼 있다.

사실 삶을 압축한 대시는 날마다 한 점 한 점 찍어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자기 인생에 작지만 지울 수 없는 점을 찍고 있다.

그 점들이 모여 우리 인생을 만든다. 때론 엉성하게, 때론 촘촘하게.

***

정진홍 교수의 글 중에서.. 이사람은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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