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외출

eunbee~ 2010. 9. 12. 03:02

 2010. 9. 10 아침

햇빛이 너무 찬란해도 집에 가만히 앉아 있고 싶지 않다.ㅋㅋ

눈부신 햇살의 유혹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무작정 나갔지롱~

메트로를 잡아 타고 파리시내로...하핫

 

 

여름철에 관광객이 많은 줄 알았더니, 웬 걸...

온 세상사람들이 온세상 참새들을 한 마리씩 품에 안고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모이기로 약속이나 한 것 같다.ㅋㅋ

 

비둘기 한 마리.

길 잘못든 기분이 드는 나처럼 멍하니 '여기가 어디야?'하는 표정으로 있네?

 

 

아저씨~

머리위에 비둘기 응가 떨어져유~

마나님이 높은 데 올라서서 사진 찍는 모습에 팔려 비둘기 응가도 아랑곳 않는다.

저 오동통한 마나님이 그리도 사랑스러우세요?

 

 

 '사랑보다 더 슬픈 게 정이라며....'

함께 해온 세월이 곧 그들의 사랑인 것을...

 

 

에라잇~

걱정해 주는 이 옆에 없는 나는 하늘에다 대고 막샷이나 눌러 본다.

 

 

이건 또 뭐얌?

파리의 중심점에 누가 동전을?

트레비분수에다 동전 던지는 것은 봤어도 이건 또 처음이네그려~ㅋㅋ

 

관광객들답게 이 것 찍느라 모여 있는것을 나는 뭔 '비얌이야~비얌~

비얌 먹고 힘내. 애들은 집에 가~ '하는 약장수가 왔나? 하면서 들여다봤더니,ㅋㅋㅋ

 

어느 사람은 동전을 던지고...사진도 찍고...캬~ 진풍경이다.

오늘, 누가 맨 처음 시작했을까? 이곳에 동전 던지는 일을...

사람들이란...ㅉㅉ

 

이동전을 누가 어쩌나 보자.

 

 

아니나 다를까. 집시 여인 두 명이 다가오더니 굵은 동전을 골라서 들고 간다.

프랑스 사르코지정부가 루마니아 집시들을 강제 퇴거, 강제 추방 시키고 있던데

이사람들은 겁도 없이 모아진 동전을 건져 가네.

 

그 어디서라도 발붙이고 잘 살아야 할텐데...

가엾다.

 

 

노트르담 성당 앞은 나의 파리산책 출발점이다.

오늘은 어디로 튀어볼까... 궁리궁리~ 두리번두리번~

 

전에는 없던 여행자를 위한 안내소가 성당 앞에 마련되어있네? 어디 한 번 가 볼까?

좋은 생각이 나려는지?

안내소에서 지도 하나 빼들고,

"이거 공짜예요?" "에스파뇰라예요?" "아~~뇨?"

"그럼 어디서 왔수?" "한국에서. 그 이름도 영광스런 한국!! 들어나 봤나?"

내게 묻던 청년, 웃으면서 지도 하나를 건낸다.

받아들고 봤더니, 오메? 한국어로 쓰여있는 관광지도~ !!!

"대단해~"외쳤더니

한국말로 "안녕~"이랜다. 와하하하 나도 "안녕~"했다.

 

 

지도는 보지도 않고,-보려고 얻은 건 아니니까, 뭐-

 천천히 걸어서 작은다리를 건너 생쟈크길을 따라 팡테옹쪽으로....

큰따님이 공부하던, 박사공부하느라 땀빼던 소르본느에나 가 보자 하면서...

 

소르본느대학 앞에는 웬 문지기가 떡하니.

"여기 들어가면 안돼요?" "무슨 일로요?" "그냥요" "안되는데요~"

그럼 말고...

길 건너 그늘로 걸어서 팡테옹으로 올라간다. 한국여인네들은 역시 그늘을 사랑해.

소르본느 건물이나 한 방 찍자.

 

큰따님이랑 그 언젠가 이 근처에서 와풀인지 크랩인지 먹던 생각이 난다.

큰따님~ 곁에 있어도 늘 그립다. 월급쟁이 직장이 왜 그리도 바쁜지 얼굴 볼 새도 없네.ㅠㅠ

 

 

'이 노인도 젊은 시절, 그 어느날엔가는 소르본느의 교정에서 빛나는 청춘을 노래했을지도...'

인생은 알 수 없는 거야.

그래서 그 누구의 인생이든, 그 어떤 삶이든 고귀하고 거룩한 거야.

그가 소르본느에서 공부를 했던 안했던...

 

아직도 꿈이란 걸 가슴속에 담고 있을까?

저 노인의 오늘 저녁이 편안해야 할텐데... 할아버지 편히 주무세요. 잘 때만이라도 편안히.

 

 

파리의 수호성녀 쥬느비에브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걸어 내려온다.

오호라? 이건 어원이 어디서 온 거얌?  바로 한국?

[가자 마자]

재밌다.

 

 

[가자 마자]를 만나자마자 안으로 들어 가 봤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싸주기도 하고, 앉아 먹기도 하는 '만들어진 음식'을 파는 집.

ㅎㅎㅎㅎ  가자마자 먹을 수 있기는 하네.

 

 

[가자 마자]에서 무얼 살까..하다가

과일가게에 들어가서 바나나를 샀다. 공원에서 먹으며 책 읽으려구.

요렇게 한적한 공원 찾아 냈다.

벤치는  높은 곳에 서너 개. 중간 높이에 두 개. 맨 아래에 두 개. 아담하네.

 

 

저사람들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벤치, 나는 중간 위치에 있는 벤치,

그러다가 햇볕이 더 좋을 것 같아, 저기 비어있는 벤치로 가서 책을 읽고, 바나나를 먹고...

살살 졸음도 오고, 햇볕은 따스하고...

눈비비며 한참 동안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눈을 들어 아래를 보니,

맨 아래 벤치에 앉은 남자 둘이 와인 두 병, 맥주 두 캔, 쥬스 한 팩, 그리고 중국음식인 듯한 면발을

일회용 포크로 길게 건져 올리며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갑자기 나도 잡채가 먹고 싶어서

벌떡 일어났다.

 

은비엄마 레스토랑에서 잡채를 가져오라 하던지, 내 손으로 비빔국수를 맛있게 만들어서 먹던지...

침 넘어가는 것을 해결 봐야 겠다고...ㅋㅋㅋ

정말정말 먹고 싶었걸랑.^&^

 

어제, 찬란한 햇빛이 파리로 불러낸 내 외출은

침 흘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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