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저녁에...

eunbee~ 2010. 9. 6. 23:33

 2010. 9. 5. 저녁.

가벼운 산책을 할 때 자주 가는 길을 걸었다.

내가 안토니에서 제일 좋아하는 길.

 

 

 

저녁 일곱시 반이 가까워 오는 시각,

은비네 아파트 앞 정원을 지나

 

 

뒷정원도 한 번 보고

 

 

예술의 집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길을 건너 메트로역 앞에 있는 건널목에서 잘 익어가는 수수랑 이야기 나누고

 

 

한여름 동안에도 다 못 이룬 담쟁이의 꿈을 애달퍼하며 

 

 

길 건너편의 나무들에게서 오는 가을냄새를 맡고는

'세월은 잘 간다 아이아이~'를 불러재치며

 

 

휘적 휘적.. 시청앞까지 와서,

작은 연못에 드리운 부들을 본다. 잘 여문 갈색이 왜 저렇게 보일까...

물속에 잠긴 비행기 꽁무니에서 뿜는 기다란 흰줄 구름도 본다.

 

 

시청앞에서 꽃진자리에 맺힌 열매들과 놀다 일어서서

오래된 돌길로 접어들면, 언제나 나를 맞이하는 꽃들...땅에 뿌리박지 못한 예쁜꽃들..

그들도 빛을 잃어 가고 있네?!!

 

 

꽃 위로 터지던 후레쉬, 발광금지 명령을 내렸더니..

이런 담담한 그림이 된다.ㅎㅎ

 

 

이 애기들은 한 달도 넘게, 아니 한 여름 동안

이렇게 어느 집 샾 유리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니 한 개 빠진 여자애도 늘 저렇게 웃고 있다.ㅎㅎ 에구~사랑스런 것들...

 

 

내가 좋아하는 작은성당 옆집엔 불을 밝혔구나.

따스해 보인다.

 

 

그 집 앞엔 이런 꽃을 심었던데,

이렇게 져 버렸네.

 

 

꽃도 예쁘더니 꽃진자리도 멋드러졌구나.

 

 

이 집 앞에 서면, 집도 참 예쁘게.. 좋은 위치 차지하고 ..

쬐끔 부러워 진다.

많이 부러운 건, 이런 곳이 아니다.

 

 

다시 휘적휘적 걸어 내려와

안토니 메트로역 앞에 닿았다.

그곳엔 언제나 이동네에서 불을 제일 먼저 켜는 키큰 가로등이 늠늠하게 서 있다.

 

 

 밤이 자꾸만 안토니거리 가까이로 내려온다.

 

 

시장보러 한들한들~ 걸어서 하루에 한 번은 지나야 하는 저 길에도

밤이 내리니 더욱 예쁘네.

 

 

메트로역사는 유리로 되어있어서, 거울같은 유리는

안팎을 구별하지 못하게 저렇게 정신없는 모습을 쏘아댄다.

밤에는 더욱 심하군.

 

 

두 시간 전에 지나갈 땐 물줄기를 뿜어 올리던 분수도 잠을 자네.

예술의 집은 아직도 바캉스인가봐.

9월 14일에 문을 연대나 만대나....나 참!!

 

 

아홉시 반이 가까워 온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이랑 수다를 늘어 놔야지?ㅎㅎ

 

집에 들어오니, 나를 반기는 소리.

"껌껌한데 어딜 그렇게 쏘다니다 오시남?"

무사귀가가 반갑다는 말이겠지? ㅋㅋㅋ

 가벼운 산책길이 너무 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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