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가을이가 사는 곳

eunbee~ 2010. 7. 30. 19:54

 어제는 은비네 고양이 까비가 애기를 낳았어요.

애기고양이가 태어날 때, 은비가 두마리 낳을 때까지 까비곁에 있어 주었고

나머지 두 마리를 낳을 때는 내가 지켜 주었지요.

 

한 마리가 태어나고 그 다음 애기가 태어날 때까지의 intermission이 거의 한시간 씩이더라구요.

고양이 산실에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서 두 시간씩 기다리며 돌보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러면서,

오두막에 있는 가을이네 가족들을 많이 생각했지요.

자기들 혼자서 새끼낳고 기르고 집지키고....

 

미안하다는 마음에 가슴이 찡~해졌어요.

 

 

한국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6월말 쯤이라서

아직 자두가 익지 않았어요.

그로부터 겨우 열흘이 지나니  맛있는 자두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일 앞에 뉘, 그 뒤에 가을이, 그리고 가을이 낭군님 나그네.

내가 외출할 때면 항상 이렇게 온가족이 줄줄이 따라나서는데

그 중 뉘랑 가을이는 목숨걸고 따라옵니다.

내가 어디 가는 것이 싫어서 목을 매지요.

 

큰길까지 따라나오니 달리는 차 때문에 위험해서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가고....그 무더위에 씨름을 해요. 강아지들이랑 내가...

차를 타고 나가면 차속도에 맞춰 전력질주로 따라붙어요.

정말 안타깝고 눈물납니다.

 

 

 

매실이 이렇게 노랗게 익는다는 것을

올 여름에 알았다우.ㅋㅋ

두 해 여름을 오두막에서 지냈지만, 맨날 여행이니....아는 것이 없어요.하하

 

 

 

자두가 익어가는 계절.

은비오두막에 여름이 영글고 있는 시간들...

 

 

가을이는 이미 저만치 앞장섰어요.

어찌 어찌 달래서 두고 가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 대문앞에서 기다린다네요.

오두막 과수원을 관리하는 동생이 그 모습이 안타깝대요.

나는 더욱 안타깝고 미안하고 눈물 나지요.

 

 

 

 

내가 사랑하던 까망이가 남겨두고 간 남매예요.

까망이는 이번 한국에 갔을 때, 어디론가 사라진지 두 달째였어요.

멀리까지 내 목소리가 퍼져 까망이에게 들리라고 까망아~까망아~

목메이게 소리쳤지요.ㅠㅠ

 

검은 애에게 까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자기엄마를 추억해서...

베이지색 여자애는 사랑이에요.

이 오두막엔 사랑이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참 많아요.

이름 지어놓으면 그 누군가에게 입양을 가고...그래서 사랑이는 자꾸만 생겨요.

 

 

 

뉘는 가을이 딸이에요. 물론 사라진 까망이도 가을이 딸이였죠.

자기 엄마가 나를 그토록 좋아하니 자기도 내가 무척 좋은가봐요.

그러는 뉘를 가을이는 질투합니다.

강아지들의 질투심~ 대단하더라구요.

 

호기심 많은 뉘는 질경이천지인 마당에서 매일 저렇게

울타리너머 숲을 주시합니다. 그곳에서 뭔가가 움직이나 봐요.

다람쥐도 다닐테고, 들쥐도 다닐테고...

가끔 뱀도 나와요.

이곳은 시내와 붙어있는 그린밸트 지역인데 말이죠.

 

 

 

 

오두막 과수원에 날이 저물고

 

 

 하늘엔 저녁놀이 곱습니다.

 

 

내가 큰 여행가방을 차에 싣던날

가을이는 시무룩하니...슬픈 눈으로...

다른 때 같으면 뛰어올라 입을 맞추려 애를 쓸텐데, 마냥 시무룩한 표정으로,

힘없이 나를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이 너무 미안하고 슬퍼서

"잘 있어. 할머니 다녀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있어."

이말만 남겼어요.

물론 따라나오지 못하게 남동생이 쓰다듬으며 잡고 있었지요.

 

그리고 차를 몰고 서울로 가면서~ 가면서~

자꾸 자꾸 울었어요.

 

지금 쯤, 우리 가을이는 무얼 할까요.

많이도 그립습니다.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애절하게 사랑을 원하는 가을이~

늘 멀리 두고 떠나와서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내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기를...

 

전생에 가을이랑 나는

어떤 인연으로 살았을까요.

 

가을이가 사는 곳

그곳은 여기서 너무 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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