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오두막으로 달려갑니다.
따라오려고 그리도 애쓰던 가을이를 떼어놓고 떠나던 날의 미안함과
다시 만날 반가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얼마나 변했을까...얼마나 힘차게 뛰어오를까...
나를 만나면 기쁨에 겨워 온과수원을 한바퀴 뛰어돌고 오겠지...
가을이와 가을이 가족을 만날 생각에 가슴두근거리며 오두막으로 갔지요.
안개비 속에서 가만히 미소짓는 꽃들과 숲속에서 우는 뻐꾸기소리가 나를 반깁니다.
대문에 들어서면서 '가을아~ 가을아~'불렀습니다.
내 찻소리를 벌써 잊은 건가?
내 목소리를 잊을리는 없지? 잠시 어디를 간건가?
'가을아~ 가을아~' 소리높여 부릅니다.
오두막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을이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저만치서 콩이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녀석은 나를 잊었나봅니다.
다가오다가 다시 슬금슬금 달아납니다.
'콩아~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콩이는 풀숲을 헤치고 저만치 가버립니다.
콩이가 아닌가? 나도 콩이의 모습을 잊은 건 아닌가? 어렸을 때의 콩이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언덕으로 들어서니, 자두는 붉게 익어가고, 온 과수원에서는 과일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비맞고 떨어진 낙과들이 향기를 뿜습니다.
그 어디서도 가을이의 모습이 나타나주지를 않습니다.
'가을아~ 가을아~'
짬이나면 과수원을 돌보는 동생이 웬일로 오늘은 이시간에 과수원에 있습니다.
가을이는 지난 3월 어느날, 자기가 늘 잠자던 평상 아래에서 고이 눈감고 있더랍니다.
앓지도 않았는데, 그냥 어느새 하늘나라로 가버렸더랍니다. 며칠 눈에 보이질 않기에 찾아 봤더니
자기 잠자리에 고이 누워서 깨어나지 못할 잠을 자고 있더랍니다.
그 얘길 듣는 내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고, 뒷머리가 찡~울렸습니다.
그것은 슬픔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가벼운 표현입니다.
그렇게 깊게 깊게 사랑하던 우리는, 간다는 기척하나 전하지 못하고 가야만했고,
잘가란 말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보내버렸습니다.
보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들의 그 애틋한 사랑을....
가을이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한동안 들여다 보고 앉아 울고 울고 또 울며 가을이를 불렀습니다.
미안해서....보고 싶어서....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뉘도 없고, 사랑이도 없고....
콩이닮은, 콩이라고 불러도 내게 와주지않는 녀석만 홀로 과수원 풀숲을 쓸쓸하게 다닙니다.
그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떠난지 꼭 1년. 그시간들은 우리에겐 너무 길었나 봅니다.
그럴리 없는데...정녕 그럴리 없는데...그리도 건강하고 우렁차던 가을이가...
그리도 어여쁘고 사랑스럽던 뉘가... 아직도 어린 사랑이들이....
다음날 다시 오두막엘 갔습니다.
찻소리가 나면 반갑게 달려와 내게 뛰어오르거나, 대문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가을이 모습은 더 이상 볼 수없습니다.
가을이가 없는 줄 알면서도 또다시 소리높여 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내 눈앞은 흐려져 빗물과 섞입니다.
언제나 나보다 앞장서서 걷던 가을이와 그가족이 없는 오두막은
더이상 지난날의 내오두막이 아닙니다.
가을이도 뉘도 내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그렇게....
가 버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보고싶어하고 미안해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가을이는,
그도 슬퍼서 슬퍼서 울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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