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eunbee~ 2010. 7. 14. 12:10

'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늘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친구와의 만남이 잦지못한 내가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친구네 집을 찾았습니다.

 

 

일산아파트를 마다하고 낙향하여

이렇게 아담하고 고풍스런 집을 지어서 아기자기 살고 있어요.

이 집은 내친구의 낭군님이 어릴 적에 살던 집을 개조했답니다.

 

 친구들이 오면 편안하게 쉬며 놀다 가라고

사랑채를 따로 마련했지요.

사진속의 또 다른 내친구는 집구경을 함께하며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영문학도인 이 친구는 지금도 영어교사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나는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산뜻하고 부드러운 매너와 에티켓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약간 높은 뒷뜰에서 보니

한옥의 운치가 돋보이네요.

 

 앞마당 한켠엔 맑은 소품들이 정겹습니다.

 

 여인네의 鄕愁~장독대.

장독대에서 친구네 간장 된장 고추장을 점검합니다. 하하하

 

 이집 부부의 금실을 가눔하는 솟대는

담넘어 먼 곳을 향해 꿈을 키우며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네요.

우리가 놀렸습니다.'아내는 낭군님만 바라보고, 낭군님은 먼 곳에 마음을 두고 있다'고요.^&^

 

 친구랑 나랑 어렸던 날에도 마당끝에서 피어나던 채송화가

오늘은 우리에게 먼 옛날을 그리웁게 해주네요.

채송화만큼 순수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의 미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없습니다.

늙으막에는 친구의 깊은 정이 더욱 살갑습니다.

 

 뒤란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뒷산 너머 아득히 번져오는 푸른하늘

그리고....

우리의 옛시절처럼 피어오르는 구름 한 점.

 

50년 세월이 어제런듯 합니다.

그러나...

세월은 참 많이도 쌓였습니다.

 

 

 내 친구집은 어디인가!!

 

오늘 마침내 나는,

내 친구집 안뜰에서 이렇게 세월을 헤아리고 있네요.

 

 대문을 바라보니

내친구가 저 문안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줄 것만같아.

세상을 떠도는 나를 기다려 줄 것만 같아.

 

오늘도 동네앞 느티나무 아래에서 나를 기다려준 내친구.

언제나 오늘처럼...

그렇게 할 것만같아.

 

 기다리다 지치면

마루에 앉아 문밖을 바라보겠지.

 

오랜 친구란 이렇게 따스하게 가슴에 품을 수 있어 좋습니다.

 

 백년 가까이 됐을 이 집터에

옛집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서 이렇게 예쁜 집을 지은 내친구와 그녀의 낭군님이

고맙습니다.

우리에게도 나눠주는 행복이니까요.

 

 고추밭에 다녀온 이집 마님 내친구가 상차릴 준비를 하고 있네요.

유명작가의 작품인 앙증맞은 솟대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답니다.

 

 이집 주인양반은 서예가이며 교수님이시며

우리학교 선배 님이십니다.

동문 선후배가 결혼을 해서 이토록 알콩달콩 깨소금으로 한세월을 변함없이 살고 있지요.

 

대들보에 새겨진 글씨는 주인양반께서 직접 쓰셨답니다.

 

 

친구를 위한 사랑채에는

고가구가 호박을 이고 있어요.ㅋㅋㅋ

숙식을 완전히 따로 할 수 있는 사랑채는 친척 친구 나그네를 위한 행복나눔의 상징입니다.

 

 

졸리운 모습으로 착하게 누워있는 먼뎃산이 시름겨운 마음을 유혹하고

누마루에 앉으면 담넘어 건너다 뵈는 앞집 기와지붕이 운치있고 정겨워

하루 온종일 하릴없이 앉아 망상에 싸여 있어도 싫지않을 풍경. 

 

 내친구는 이렇게 예쁜 집을 지어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내친구집은 어디인가....

50년 묵혀 찾아온 내친구 집은 바로!! 이렇게 멋스러운 곳에

어여쁘게 있었습니다.

 

내친구랑 내선배님이 어여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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