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chon '10

잔잔한 바다위에 뭇배는 떠나가고...

eunbee~ 2010. 5. 15. 06:07

 

 

 아르카숑에서는 배를 타고 대양과 만나야 합니다.

약속도 없었고, 비밀스런 밀회의 사연도 없지만,

청보리빛 눈으로 나만 바라보는 바다가 거기있음에

아르카숑에서는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항해해야 합니다.

 

 

바다품에 안기면

옛날 옛날 한옛날에 만난 적 있는 시인 이생진 님의

싯구가 가슴밑바닥에서 스멀대며 기어나옵니다. 

오늘도 나의 바다는 이미 취해 버렸군요.

**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

  

 

심해에 빠진 陽光은

사람살이가 다 그렇고 그러한데

무에그리 심란스러울 게 있겠냐고 칼날 같이 벼린 눈으로 흘겨봅니다.

나의 바다는 어쩌면 영혼을 저당잡힌 가엾은 神들의 무덤인지도 모릅니다.

**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적이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적은 없었다

**

 

 

나폴레옹 3 세께서 휴양을 오셨다던 아르카숑 앞바다에

오늘은 나폴레옹 2010 세 들께서 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그려.

榮辱이 함께 수장되는 무방비의 대양에서 한톨 먼지인 우리네 인생들이

영원을 살 것처럼 오늘을 탐합니다.

 

 

**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

 

**

눈을 감으면 보일 게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게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않는 진주로 살거다

**

 

혜화동 어느골목 어느카페로 시낭송회에 쫓아다니던 철없던 시절

황금찬이라는 사람좋게 생기신 시인도 만나고

조병화 님이신지 누구인지 기억도 안나는 몇몇 시인 님들...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읊으신 이생진 님은

내가 사는 곳까지 왕림해 주시기도 하셨고...

펄럭거리며 다니던 그 시절이, 이제사 생각하니 헛웃음을 싣고옵니다.

 

바다 앞에선 막막해지고

옛날 앞에선 부끄러워집니다그려. ㅋㅋ

 

 

다시 정신 가다듬고

가던 길이나 살펴 가야겠네요.ㅎㅎㅎ

 

아르카숑항구에서 배를 타면

'새섬'이라는 섬을 한바퀴도는 동안 마이크잡은 선장님이 쉴새없이 안내멘트를 날리십니다.

나야 뭔 말인지 영~  멀고 먼 안드로메다 별에서 울려오는 음악소리로 들리는 언어이지만

뱃전에 기대선 사람들은 열심히 고개를 돌려 촛점을 맞춥니다.

 

더 멀리 항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과 더 긴 시간을

내던지면 가능합니다. 하하하

새섬 도는 코스는 두시간 반. 더 멀리는 세시간 반짜리도 있으니까요.

형편에 따라 골라잡으면 됩니다.

바쁜 사람은 한시간 반짜리도 있으니 염려마세요.^+^

 

 

굴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설치해 둔 양식장이라네요.

뭔 양식장이 저럴까요?

빙빙 둘러서 푸른숲이 보이는데 그 모두가 몽땅 소나무숲입니다.

수백킬로미터의 만의 둘레는 물론, 이 지방 일대가 모두 소나무숲이니

때는 송화가루 날리는 봄철!!

어찌 되었을까요?

그많은 소나무꽃가루들의 난무가...

 

 

바로!! 이렇게 되었지요.

松花가 날아와 바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정말 신기하고 놀라워서 입을 아예 벌리고 있었습죠.  와~~~~~ 이렇게.ㅋㅋ

 

 

소나무가 얼마나 많기에,

송화가 얼마나 많이 피었기에,

바람은 얼마나 심심하기에,

송화가루는 얼마나 다정하기에

서로 헤어지지도 않고 대양을 함께 두둥실 헤엄치는지... 와~~~~

 

 

끝도 없이 송화띠를 만들어

대서양을 송화가루들의 스케치북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와~~~~~~

 

 

오늘은 바다에 취하고

소나무향에 취하고

소문난 아르카숑굴과 함께 마신  와인에 취하고

 

마냥 취한 포스팅을 끝냅니다.

 

이생진님의 詩 [그리운바다 성산포]를

푸른글씨로 일부 옮겨 놓았습니다.

한 때 즐겨 읽던 시인데, 지금 다시 읊조려보니 별무신통이네요. 시인께 실례!

나는 세월의 때가 너무 많이 묻었나봅니다.ㅠㅠ

 

저는 취해서 썼지만.

취하지 마시고 살펴 읽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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