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에서 지내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라디오와 친구가 되는 시간들도 불어납니다.
어제밤에는 천둥 번개가 한차례 우주쇼를 벌이더니
소낙비가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고, 마루에 누워 빗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대니 소나기맞는 나무들이 정신줄을 놓고 흔들립니다.
라디오의 이야기들과 창밖의 풍경들이 썩 잘 어울립니다.
먼 시절,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우리집에 처음으로 라디오를 장만하던 날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상념과 함께 라디오를 듣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
어머나~
이 오두막엔 비가 오는 날이면 정전이 잦다네요.
어디엔가 누전현상이 있나봅니다.
부엌 쪽으로 나가 두꺼비집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돌아왔습니다.
끊겼던 라디오 소리가 다시 들리니, 내 맘이 편안해 졌습니다.
밤새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고 잤습니다.
라디오는 잠도 안자고 잠자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들려줍니다.
참 고마운 친구.
아침엔 라디오 볼륨을 더 높이고, 축축해진 카펫을 걷어내고 뽀송하고 폭신한 비닐장판으로
바꿔 깔았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을 헤엄치는데도 귀에는 계속 라디오 소리가 들려옵니다.
음악을 들려주네요.
이문세씨가 진행하는....
노래를 들으며, 이런 생각했어요.
'저 사람은 참 건방지게 노랠 부르네.'
가수 이름이 누군지 확인 안했지만, 꼭 이문세풍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건방지게 노래하는 그 누구...
'어머~ 정말 비장하게 노랠 부르네. 조용필이잖아?'
'저 애들은 뭔 노래를 저렇게 요염하고 귀엽게 부른대? 한참 가볍구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그냥 노래가 아니더라구요.
분석력을 조장하는 맛거리도 함께 주더라구요.
라디오 볼륨을 다시 낮췄습니다.
푸른숲으로 변한 우리 오두막 주변이 제법 숲다운 숲입니다.
그곳에 노랑새가 한마리 아까부터 날다가 앉았다가... 눈과 귀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노랑새는 참새보다 한참 크고 비둘기보다는 작은새네요.
꾀꼬리인가?
라디오는 이렇게 귀와 맘을 통해 소통을 하며
눈과 맘을 또 다른 세상으로 열어 놓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매우 너그럽고 편리한 매체입니다.
라디오를 곁에 두고 사는 어제 오늘들.
형언키 어려운 향수와 느슨함과 한가함을 만끽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의 나날입니다.
라디오.
참 고마운 친구.
'오두막과 라디오' 정말 잘 어울립니다.
숲으로 향한 문은
반 쯤 열어두고,
내 마음은
반 쯤 닫아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