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날의 봄볕은
애잔한 그리움처럼
엷디엷은 그림자를 뿌린다.
어느새
살구꽃 자두꽃은 낙화로 떠난지 오래
홍매화 향기가 연분홍빛으로 번지고 있다.
이름도 갖지 못한 검둥개 한 마리
가는 봄날을 물끄러미 바라 본다.
해질녘 풍경속에서는
모두가 서럽다.
많이 늙은 개.
봄처럼 포근한 얼굴위엔
세월 언저리에서 묻어나는 휴식같은 체념.
늙은 개는 시간을 재울 줄 안다.
내 生은
아침마다 봄처럼 피어나지만
나는 시간을 재워둘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