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엔 서너시간 동안 곤한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니 새벽 두 시를 넘고 있더군요.
자리에 누운채 창 밖 하늘을 보니, 하얀 별 하나가 반짝 반짝...
살짝 구름을 빗겨 서서 나를 내려다 보고있습니다.
반가움에 나도 눈을 반짝 뜨고 별을 바라 보았지요.
저 별은 나를 많이도 사랑하나보다..생각했습니다.
얼마나 간절한 그리움이면, 저토록 수십광년 너머의 세월을 뚫고
내게로 온 것일까...
맘속엔 이미 별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새벽 두 시에 서쪽 하늘에 홀로 뜬 저 별은 이름이 무얼까?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저 별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수십 광년의 인연으로 만나진 이 밤에, 아무말 없어도, 아무런 기척없어도
우린 서로에게 다가와 서로를 보듬고 있음을 알고 있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옆 방으로 왔습니다. 키큰 의자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한참을 별과 눈빛을 주고 받다보니, 구름속에서 달이 살그머니 나왔어요.
달빛이 가져오는 노을을 보셨나요?
지난 밤 달빛은 구름들에게 예쁜 색을 입혔습니다.
달은 구름속에 숨었다가 나오기를 몇 번 거듭하더니, 아예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열 이레 달도 수줍음을 타는 걸까요?
그러나 구름속에서도 빛나고 있다는 걸 온 누리는 알고 있지요.
환한 빛은 강물위에도 산골짜기에도 다리위에도 머물었으니까요.
간간이 양수교를 지나는 차들이 '터걱, 터걱'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이 깊은 밤, 저들은 어디를 가는 것일까요.
한밤중 길손들의 길을 밝히느라 가지런히 서 있던 가로등은 이가 빠졌네요.
양수리쪽으로부터 두개는 파랑등, 그리고 두개가 노랑등, 그 다음에 파랑등이 다시 하나.
그 다섯번 째의 파랑등이 점멸을 거듭합니다.
노랑등 열여섯개가 서 있어야 예쁘고 고른 이빨 같은데, 파랑 의치 세 개가 볼썽 사납더니
이제는 그 중 한 개가 아예 빠져 나가려고 흔들리네요.
양평군 사람들은 남양주 사람들 보다 가로등 관리에 소홀하나 봅니다. ㅋㅋ
새벽 네시가 지났을 것 같은 시각부터 창문을 반쯤 열어 두었습니다.
수종사에서 울려 올 종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입니다.
멀리 보이는 수종사에서는 불빛은 맑게 전해 오는데, 종소리가 울리질 않네요.
스님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졌을까요?
아니면 내가 듣지 못한 걸까요?
강건너 어느 산 속에서 우는 소쩍새 소리는 분명 들렸답니다.
이동네 저동네.. 먼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홰를 치며 우는 닭울음 소리도
자주 들려 옵니다.
수종사의 종소리를 기다리느라 잠을 못잔 나는 서운하기도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수종사 쪽을 바라봅니다.
불빛 하나가 밝은 빛을 내 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 옵니다.
스님이 종은 치지않고 어딜 가는 걸까요? ㅋㅋ
중생제도보다 더 시급한 자기제도에 빠졌는지도 모르지요.하하
다리 위의 노랑등 여덟개가 꺼졌습니다.
새벽 다섯시를 지난 것 같네요.
조안면 쪽의 가로등은 새벽 다섯시 경엔 눈을 감으니까요.
이빨 빠진 양수리쪽 가로등만 품위없이 졸고 있습니다.
나도 이제 밤새 앉아 있던 키높은 의자에서 내려와, 화장실엘 들러서 산책을 나가 봐야겠습니다.
여명이 몰려 오는 밖을 내다 보다가 아직은 컴컴한 실내의 카펫위를 걷자니, 더듬 거리게 되네요.
오메~~ 이게 뭐야?
깜짝 놀람과 동시에 입가에는 웃음이...
여름이가 어느새 몰래 누어놓은 응가를 내가 밟았나 봅니다.
불을 켜고 발바닥에 얌전하게 달라붙은 두개의 응가 덩이를 떼내고 씻었습니다.
카펫위엔 또 한개의 응가 덩이가 보호색을 하고 숨어 있습니다.
나의 8월 17일 새벽, 2 to 5는 재수 좋은 똥밟기로 끝났습니다.
은비가 빠리로 돌아가는 오늘, 우리 모두는 억세게 재수가 좋으려나 봅니다.
아침 다섯시 반을 넘긴 때, 양수교 위에서 본 우리 집과 뒷집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