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프랑수아 할아버지

eunbee~ 2008. 7. 3. 11:02

은비네 학교 앞 건널목은 도로 폭이 좁다.

대형차 한 대가 지나가기도 버거운 넓이의 좁은 일방통행 길이다.

그 길의 건널목에는 아침 저녁, 벨포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교통 안전을 돕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커다란 덩치에 고집스럽고 강직한  표정의 얼굴을 가진 프랑수아 할아버지.

콧수염을 기르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헐렁한 쟈켓 자락을 펄럭이며

정해진 시각에 틀림없이 나와서, 어린이들의 길건너기를 도와준다.

덩치가 하도 커서, 그 좁은 길에 프랑수와 할아버지가 탁구 라켓 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교통 신호 푯말을 들고 팔을 벌리면, 교문 앞 도로가 꽉 차는 느낌이다.

 

그 할아버지는 벨포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교 시간을 즐겁게 해 준다.

보호자와 함께 교문앞으로 가는 어린이 하나하나를 반가운 얼굴로 유쾌하게 웃음 띄우며

이름을 불러준다.

그 많은 어린이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참으로 경탄스럽다.

어린이들에게 뿐만이 아니고, 보호자에게도 찡긋 윙크하며, 언제나 정답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

이 학교의 등하교 시간은 10분 만에 완전히 마쳐진다.

/물론 점심을 집에서 먹는 어린이를 위해서 10분간, 점심을 마치고 학교로 다시 오는 시간에 10분,

그리고 오후 하교할 때는 4시 30분부터 10분 동안, 6시부터 10분간 교통안전을 도와 준다./
 

정각 아홉시에 교문은 닫혀지고, 지각을 한 학생은 교문에 설치된 비밀 코드를 눌러

교무실인지 수위실인지에서 허락을 받아야 교문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교문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만 개방되며, 그 외에는 그 어느 누구라도 허락없이

교문을 들어 설 수 없다. 교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으며, 어린이들의 안전한 학교 생활을 돕는다.

프랑수아 할아버지는 등교시간이 끝나는 아홉시 정각이면, 건널목에서 50m 쯤 들어가는 골목길로

들어가서, 교문을 닫는다.

교문 앞에서 어린이들을 맞이하던 여자 교장선생님도 들어가고 나면, 늦게 도착한 어린이와 학부모는

발을 구르며, 교문에 장치된 코드를 서둘러 누르고 있다.

어디서나 지각생들의 표정은 재밌다. 어린이도 학부모도 울상을 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아침잠이 모자란 듯 보이는 어린이들은  눈꼽을 간신히 뗀 피곤한 얼굴로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건널목에 와서 선다.

프랑수아 할아버지는 잠에서 덜 깬 표정의 어린이를 반가운 목소리로 크게 이름을 불러 준다.

어린이는 그제서야 반짝 빛나는 눈을 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다.

'봉 쥬~ 프랑수와~'

그러면 프랑수아 할아버지는 또 한번 더욱 정답고 힘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내 준다.

'봉 쥬~ 은비~'

'봉 쥬~ 마농~. 악셀~. 브르노~.'

아침 등교길이 명랑하게 울려 퍼지는  인사로 즐겁다.

어린이들은 프랑수아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하루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또 하루의 공부가 끝났음을 확인한다.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오늘,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한댄다.

어린이들은 할아버지를 위한 선물을 들고, 마지막 정다운 인사를 받으며 등교를 한댄다.

오늘 아침, 작은 따님의 메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나는 너무나 쓸쓸해 졌다.

왜 내가 쓸쓸해 지는 것일까...

잔다르크 거리, 벨포 초등학교 앞에서 매일 두번씩 만날 수 있었던, 책임감 강하고, 유쾌하고

우람한 나무처럼 듬직하던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사라진다는 것이, 어찌하여 나에게 쓸쓸함으로

전해져 오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 거리에서도 교단에서도 사라져 버린다.

은비네 학교 앞 좁은 건널목에서 등하교 시간을 안전하고 즐겁게 해 주던 프랑수아 할아버지의

모습도 이제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래도록 거기에 있던 사람이, 그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프랑수아 할아버지,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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