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심심풀이 땅콩 1

eunbee~ 2008. 6. 30. 15:27

아주 아주 오래오래~ 된 이야기.

 

어느날 우리는 세느강변에서 하릴없이 강물 위로 떠 가는 바토무슈를 보고 있었다.

시내 산책을 나왔다가, 세느강가에 앉아 유람선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 엄마가 그 옛날 파리에 처음 왔을 때, 어느 호텔에서 잤어?'

작은 따님이 물었다.

 

'몰라, 생각이 잘 안나네. 몇년 전까지도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딱히 가야할 곳도 없고, 다리도 아픈 우리는 오랫동안 거기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지나 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쉬임없이 지나가는 유람선 위의 관광객들도 바라보면서

들고 온 음식도 먹고....

그 때 내 눈앞을 지나가는 유람선 옆구리에 써있는 글씨!!

오메--반가운거. Hotel De Ville

내 머리 속에선 꼬마전구에  불이 반짝!

 

'얘, 나 그 호텔 이름 생각났어, 호텔 드 빌 이야. 12년 전에 내가 잤던 호텔....'

 

'푸하하하하~~'

두 따님들이 박장대소.

 

'왜 웃어. 그 호텔 맞어.'

 

'엄마, 시장님 방에서 잤어? 하하하하~'

 

'오텔 드 빌은 시청이야. 푸하하하~'

딸들은 배꼽 잡고 웃는다.

 

'오메? 그럴리가... 내가 묵은 호텔 이름이 그거 같은데...????'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핫~~'

세느강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리고 세월은 또다시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그러니까 내가 24년 전, 처음으로 파리에서 밤을 보낸 호텔은 S자로 시작되는

에펠탑 근처에 있는 예쁜 호텔이란 걸 묵은 사진첩에서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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