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MEMENTO MORI

eunbee~ 2008. 2. 26. 14:23

그제는

내가 너무도 좋아 하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미에르자의 4 周忌였다.

일생을 살면서, 한번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너무도 훌륭한 인품과 성격의 친구.

그를 암이라는 병마에 휩쓸려 잃어버린지 4년.

아직도 내 곁으로 명랑하게 다가와 이름을 불러 줄 것같은

늘 가까이 호흡이 느껴지는 사람.

그는 떠났지만, 나는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나 보다.

 

이 나이가 되니

한 시대를, 한 세대를 같이 살아 온 사람들이 자꾸만 떠나는 것을 겪는다.

사랑하던 사람, 그냥 이웃이던 사람,

좋아 하던 배우, 존경하던 학자,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주던 작가,지휘자, 무용가,가수,화가 기타 등등...

익숙한 사람들이 떠날 때면 허망함과 함께 체념이 자란다.

'저들도 가는데... 언젠가는 나도 갈테지.

그냥 덤덤하게 받아 들이고, 가볍게 떠나는 거야.' 하는 체념을 키운다.

 

죽음을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본 러시아 영화 '어머니와 아들'

고요로운 자작나무 숲

숲속 외딴집 병든 어머니의 침대 곁에는

햇볕 잘 드는 창이 있고...

 

롱테이크 촬영으로 매우 느린 영화였었다.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들

대사가 별로 없는 조용하고 느릿하게 전개되는 우울하지만 정갈한 화면,

빛/광선/이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표현되는,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등장 인물은, 청년이 된 아들과 어머니 외에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조용한 영화였다.

어머니가 떠나면  혼자 남겨지게 될 아들에게

어머니가 말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단다.

그것은 불행도 재앙도 아니야.

그저 너무도 슬픈 일이지.”

 

누군가는 말한다.

'삶이 슬픈 것은 혼자 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삶은 결국 혼자 살아낼 수 있는 것이기에 슬프지요.'라고...

 

죽음보다 더 무서운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런지.

각박해지려는 마음이 죽음을 생각할 때면 한없이 너그러워짐은

또 다른 체념일까?

 

죽음 저편 다른 공간에서

나와 미에르자는 다시 만날 수 있는건가?

죽음이란 걸 너무 빨리 맞이한 미에르자를 추억하며

늘 우리곁에 서성이고 있을 죽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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