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자전거와 함께

eunbee~ 2007. 9. 15. 16:45

 

자전거를 가지고 탄천으로 나간다.

잘 만들어진 자전거 전용 도로와 산책로가 붉고 푸른색으로 포장되어,  걷고 싶고 달리고 싶도록 시원스레 뻗어있다.

물오리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백로와 왜가리가 우아하게 수면위를 미끄러지며 물고기를 낚아올린다.  

성깔 못된 까치가 백로의 꼬리를 한사코 쪼아대며, 도망가는 백로를  쫓아가 귀찮게 하는  

재미있는 광경도 더러는 벌어진다.

붉은 포장이 되어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는 한강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레드카펫이다. 내 자전거에겐..

 

자전거를 타고 경쾌하게 달린다.

봄 가을  선선한 날에는 왕복 50Km를 달려, 한강엘 나간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전용도로 보다 못할 것없다. 

스트라스부르의 꺄날 옆 자전거길 보다 못할 것도 없다.

참 좋은 동네에서 참 즐겁게 살고 있음에, 시시때때로 행복감에 취한다.

 

 회색빛 물새가 날아가고 있다.

 

 

후두둑-- 생밤 한톨이 머리위로 떨어진다. 밤송이 하나도 떼구르르 구른다.

산책하던 아낙이 갓 떨어져 내린 밤송이를 발로 밟아 알밤을 꺼낸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한톨 떨어진 반짝거리는 알밤을 주워 깨물어 본다. 아--가을이다.

 

한시간쯤  달리면, 시경계를 지나 서울땅으로 진입한다.

서울 공항 옆을 지나노라면, 냇물은 그 폭을 한껏 넓힌다.

물은 잔잔히 흐르고 검고 힘찬 잉어는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고래처럼 뛰어 논다.

냇물 바닥이 깊지 않기 때문에 힘차게 꿈틀대는 팔뚝만한 고기들이 꼭 고래처럼 보여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물가에 앉아, 물무늬를 수놓으며 정답게 줄지어 헤엄치는 오리들을 바라보면서

정다운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혼자서도 이렇게 잘 논다고...

 

 

  

 

서울 공항을 지나 굽어진 길을 돌아서면 멀리 훼밀리 아파트가 보인다.

길 양옆으로 우거진 갈대며,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상쾌하다.

어느해 가을이었나?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를 설레게 하던 때가...

 

3, 40분을 더 달려 한강에 이른다.

강건너 무슨 마리나의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새우샤부샤부를 먹고 있겠지?  바라다 보인다.

물한모금을 천천히 마시며, 멋지게 은빛 물결을 가르는 요트를 본다. 윈드써핑도 한다. 멋있다.

나도 물에 뛰어들어 함께 줄을 당기고 싶다.

하늘과 강물과 바람과  그렇게 한참을 속살거리다가 일어선다.

다시 25Km를 달려 내 집으로 가야지.

 

 

 

 

사람들이 보글대며 사는 아파트 숲속으로 올라온다. 숨막히는 대형 건물들, 번쩍이는 유리창,

그속에 비친 마천루의 아파트, 쳐다보면 숨이 막힌다. 어느덧 해가 기운다.

도심속 높다란 건물 뒤로 해가 숨어든다.  힘없이...

오늘도 연무에 싸인 해는 치솟은 아파트의 기세에 눌렸나보다.

'자연'은 점점 그 힘을 잃고 있구나.

 

다시 펄떡이는 고래를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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