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07

아 ! 마추픽추

eunbee~ 2008. 1. 3. 18:45

마추픽추. 너무도 귀에 익은 지명이라서, 내 귀에는 '남산'이라는 단어처럼 정다운 그 늙은 봉우리.

차라리 '와이낫 픽추'라는 이름이 더 흥미를 끈다.  그래 올라 가 보자.  늙은 봉우리는 얼마나 늙어 있고,

젊은 봉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젊어 있는지, 가서 보자.

 

2550m 높이의 산에 있다는 그 곳을 오르기 위해 우리는 버스를 탔다.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높은 산과  절벽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곡예 운전을 하며  20분 쯤을 달렸더니, 마추픽추 입구에 도달했다.

 

여행 내내 럭키한 날씨만을 만났던 우리는 마추픽추에서도 역시 럭키!!

준비해 간 우비들은 다시 곱게 접어 가방에 넣고, 가뿐가뿐 또는 허우적허우적 마추픽추를 만나러 간다.

 

 좁은 돌 계단을 몇번째인가 오르락 내리락하고, 바위 위에서 우아하게 기다리는 예쁜alpaca를 만났다.

 

 

 다시 돌계단을 숨가쁘게 오르니, 와~ 저 산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봉우리들. 구름들...

까마득한 저 아래 계곡은 이 사진으로는 실감을 낼 수 없구나.

 

 

 잉카인들이 살았던 돌벽 마을을,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계속이어지는

continue 라는 사인을 따라, 도무지 끝이 날 것같지 않은 수많은 돌계단을 따라 오르 내렸다.

정상에서는 맑던 날씨가, 산 허리를 휘감고 있던 구름들이  어느새 비가 되어 주룩주룩...ㅠ

 

 이 곳에서는 구름이 금새 비가 된다.

젊은 봉우리/와이나 픽추/는 부끄러운가?  비구름속에 감춘 얼굴을 영영 보여 주지 않는다.

 

 저 아래 계곡에는 우루밤바강이 흐르고... 그들은 왜 이 높은 땅에서 살았을까?

 

 신대륙 발견 이전의 도시라고 하니...

 

나는 눈 아래로 보이는 석벽으로 남은 옛 도시에 숨결을 불어 넣어, 그 때를 상상해 본다.

이츄라 불리우는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질긴 식물로 이엉을 엮어 지붕에 얹고,

연기 피워 올리며 도란도란 살았을 그 사람들. 연회색 빛깔 이츄 이엉은 산바람에 하늘하늘 날리고,

라마를 몰고 돌아 오는 어린 소년은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구리빛 아버지의 억센 팔을 닮고 싶어 했겠지.     

산처럼 소박하게, 산처럼 우직하게 살았을 그들.  어쩌면  태양과 가깝게 있으려고, 또는 태양으로

다가 가려고, 이 높은 곳에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몇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한 사람 잉카인이 되어 본다. 어디선가 긴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르는 듯, 나를 깨우는 듯,

잉카의 소년의 목소리로 내 귓가를 스친다.

 

 산 꼭대기~ 꼭대기 망루옆으로 인디오 소년이 숨차게 올라 온다.

내 귓가를 스친 소리는 그의 한숨이었을까?

 

 계단식 논과 밭.

 

 태양의 아들이라고 믿었던 그들, 잉카인. 이 돌문의 이름도 태양의 문.

 

 해가 자기의 길을 이탈하면, 영영 돌아 오지 않을까봐, 그들은 매년 동짓날에 이 돌기둥에

 태양을 매달아 두었단다.

인띠와따나 라고 불리운 태양을 매 둔 기둥. 나도 그렇게 순수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진다.

순수는 끝내 우매함이었을까?

 

 이제는 구름속에서 이렇게 빈 터로만 남아 있는 그들의 흔적을 뒤로 하고, 

나는 드디어 전설같은 옛 도시 속에서 밖으로 나왔다.

비에 흠뻑 젖어, 그리고 잉카의 넋에 흠뻑 취해서.

수없이 반복되어지던 CONTINUE 가 SALIDA 로 바뀌었을 때.  속세로 낙향 한거다.ㅋ

늙은 봉우리가 얼만큼 늙었는지도, 젊은 봉우리가 어떻게 젊어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한채...

 

산 아래, 오글보글 세상 중생들이 사는 땅으로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 내 테이블 옆 자리엔

여기저기 세상 여러곳에서 제각각 떠나와  이곳에서 만났음직 한,  

한 무리의 젊은 이들이 희희낙낙 즐겁게 얘기하고 있다.

 "너는 언제 마추픽추에 갈거니?" 

백인 청년이 내게 말을 건낸다.

 "나?  나는 벌써 다녀 왔어, 아침에 올라 갔거든."  

 "아니 벌써?"  

 "그래, 버스타고 갔단다."  

 "?? 우하하하~~ 그 곳엘 버스로?"  

그래 너희들은 이해가 안 갈거다.

내 자신도 그곳을 버스로 갔다는 사실이 참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세뇨리따, 우리 사진 한방 찍어 줄래?"

"나는 세뇨라야, 멋지게 웃어라. 치~즈, 김치~ " 

이렇게 길위에서  만난 나그네 끼리는  히히덕 거리며,

여행의 즐거움을 스스로들에게 배가 시킬 줄 안다.

 

산 위에서 느끼던 전혀 쓰잘데 없는 그 허망스러움은 싸~악 지워 버리자.

언제나 그렇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돌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어김없이 떠 올랐으니까.

 

 이 꼬불꼬불 한 길을 걸어 올라 갔어야 했는데.....

내가 식당에서 만났던, 스페인에서 캐나다에서 미국에서.. 왔다던 그 젊은 이들은 그날 걸어서 올랐을까?

빌려 온 사진인데, 누가 찍은 걸까? 마추픽추로 오르는 하이램 빙엄 로드가 맞나? 모든게 궁금 만땅.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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