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07

우루밤바의 예쁜 호텔

eunbee~ 2008. 1. 3. 11:18

험한 산 구비구비를 돌아, 쿠스코에서 우루밤바로 내려왔다.

깊은 골짜기와 높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는  안데스의 계곡을 달리는 낡은 버스는,

더러는 뒤뚱거리고 더러는 덜컹거리며, 나를 흔들어 댄다.

산맥의 흐름은  힘차고, 선연히 보이는 산줄기들은 강한 기세로 나그네를 질리게 한다.

하늘 높이 날아 오른 콘도르도 험한 안데스를 우리와 함께 넘고 있다.

산길을 달리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흥분이 함께 한다.

더구나 이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자락속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란....

 

산은 나무가 없어 그 속살이 훤히 보인다.

희끄무레한 속살과 거무튀튀한 빛깔을 내는 바위들,

그리고 힘차게 뻗어 내리는 능선들이 이리저리 힘줄처럼 흘러 내려,

안데스는 헤라크레스의 몸처럼 힘차고 강인하게 보인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길을 지나고,  깎아지른 절벽이 아스라히 보이는 계곡을 지나,

튼튼한 남성의 근육질 몸으로 서 있는 안데스 산맥을  더듬으며  내려온  우리 버스는

조용한 마을에서 그 발길을 멈췄다.

 

마을엔 사람의 기척이 뜸하고, 우리가 달려온 길은 외줄기로 뻗어 있어 더욱 외롭다.

사위가 조용하여 모두  이 마을을 두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 듯 고요에 잠겨 있다.

호텔 옆 빈 공간에 차를 세우고, 호텔 문을 들어섰다.

다섯 개의 문을 지나 들어선 안뜰에서는, 너무도 예쁜 꽃들이 우리를 맞이 하고있다.

야트막한 지붕, 

그 지붕위에 올려진 복을 비는 소 인형 두마리.

아치형의 기둥 위에 올라 앉은 소박한 객실들,

이리저리 미로처럼 좁은 돌 길로 이어진 별채의 객실.

잘 가꾸어진 정원의 꽃과 나무들.

가까운 산, 멀리 보이는 산, 더 멀리 보이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

호텔이라기 보다는 아주 예쁜 별장에 온 듯, 마음이 따스하고 포근해 진다.

 

이 곳은 삼 사백년 전에는 수도사들이 수도를 하던 수도원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호텔로 바뀌고

작으마 하던 건물은 한동 한동 늘어 나면서, 지금의 이 예쁜 호텔로 가뀌어 졌단다.

해질녘 이 집 안뜰 그늘진 꽃밭과 불빛 새어 나오는 작은 창문들은 몽환적인 풍경을 빚는다.

그리고 아침 해가 부드럽게 비칠 때, 영롱한 꽃들의 표정과 잘 어우러지는 소박한 호텔 정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내가 머무는 이층방  창문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먼 산 허리에 흐르는 구름은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좋은 예감처럼 다가오고

만년설을 정수리에 얹고 있는 설산은 저만치 아득히 서서 나를 기다린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구름의 흐름이 안데스의 표정을 바꾸어 놓고, 

그 모습들을  넋을 놓고 바라 보는 나는 꿈을 꾸는 듯  취해 있었다.

그 밤, 예쁜 우루밤바의 조그만 호텔은 포근히 나를 재워주었다.

 

안데스산 밑 고요로운 마을 우루밤바에 가면,

그림처럼 예쁘고, 내 별장처럼 포근하며,

산그늘 아래에서 끝없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Hotel Casona De Yucay가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객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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