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며느리는 이번 연휴에
한국 3대 종찰을 순례하겠다며
길을 나섰다.
날씨 수상하지만 귀한 연휴이니 떨치고
나선 나들이 길.
예감처럼 그들의 순례길은 만만치 않은 듯하다.
승보종찰 순천 송광사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나는 법정스님의 작은 암자 '수류화개실'에 꼭 들러보라했다.
송광사는 내겐 특별한 인연이 있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절집이다.
山谷道人 황정견(1045~1105 송나라)의 시가
그 작은 암자 옆문 위에 적혀있다.
어느 해, 붓글씨 잘 쓰는 동료교사는
내가 좋아할 거라며,
황정견의 시를 액자에 넣어 선물로 주셨다.
어언 35년여가 흘러가 버린 세월이구나.
낙관도 흐릿, 흰 종이도 바랬군.

86 × 86
- 만리 푸른 하늘에
구름 일고 비 내리니
빈산엔 인적 없어도
시냇물 흐르고 꽃 피네 -
아들네는 송광사에서
공양간에 들른 사진만 보내왔다.
금강산도 식후경! 맞다. ㅎ

첫날은 송광사 둘러보고 해인사로...
"굿모닝 마덜!!
이번 여행은 우중 산사 체험이 되네~
해인사 진입로가 절경이야^^
법보종찰 가기 전 아침먹으러 왔습니다.
엄마도 즐하루♡♡♡"
"우중 산사 산책!
詩的 분위기~~^^
즐겁게 스며들기. ㅎ"
실시간 서로가 안부할 수 있는 좋은 세상.
해인사에서는 그나마 어설픈 사진일망정
한 장도 없네. ㅋ
절집 옆 고즈넉한 곳에서 평온한 밤,
깊은 잠에 들 수 있었겠다.
해인사를 둘러보고 그들은 아들이가 태어난 고향
진해로 갔단다.

오모나~ 안개비가 아슴아슴
47년 전의 시간들을 감싸 안고 있군.
어느 카페에서 바라본 진해 제황산이란다.
내 마음이 참으로...
아련하다.

2024. 10. 17 아들 손잡고 걷던 진해만
- 아들이 작성한 동영상에서 캡처-
바닷가도 거닐고 (지난 가을 몇 날을 아들과 나는
진해를 포함한 '옛집찾기' 여행을 했었지)
엄마랑 추억하던 곳곳을 아내랑 걸었겠지.
그 밤, 아들의 잠 속엔 어떤 꿈이 깃들었을까.
엄마랑 묵던 '진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한번 더 택했을까? 정말 포근한 곳이던데...
불보종찰
통도사에 들러서는 무려 석장의 사진.
그중 젤루 이뿐 눔으로 골라골라

우중 흐릿한 사진을 내가 폰카로 마술 부려
화알짝 웃는 홍매화로 변신시켰다.^^
이 봄, 우수 경칩 다 지나 정녕 봄이련만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으니,' 사진 사기 둔갑이라도...ㅎ
내 맘이 그래~~
아들은 3대 사찰 순례에 곁들여
옛 고향, 기억에도 거의 없는 탄생지^^를
사랑스런 아내와 돌아보고...
마무리 셋째 날 밤은
아내의 부모님이 계시는 속리에서
법주사 부처님께...^^
며느리 고향은 세상 복잡하고 맨날 시끄러운
광화문, 여의도, 옆뎅이 서울.ㅋ
- 통도사 홍매화는 이뻐서 한 번 더 -


- 봄맞이 마음가짐으로,
어제 내 집 앞에서 냥이 자매(?)-
***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3월 3일 오후 2시 18분. 원본 사진
우중 홍매화. 통도사에서 아들이가^^
( * 묵은 등록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