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까비는 꽃띠

eunbee~ 2019. 4. 30. 22:27

 

 

 

 

2001년 4월 생, 까비.

모레 쉬르 루앙Moret-sur-Loing이 고향.

 

18년 전 8월, 이집 가족 모두

(엄마, 아빠, 은비, 할머니, 은비 돌봐주시는 분)

인터넷으로 선 본 은비 친구를 맞이하러

모레 쉬르 루앙엘 갔었지.

 

눈썰미 좋은 은비 엄니는 네댓 마리의 버마산 고양이들 중

친구랑 잘 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명랑한 아기를 그댁

마담이 안겨 주는 걸 마다하고, 헛간에서 혼자 조용조용 놀고

있는 덩치 큰 아기를 데려 왔다. 집에 온 그 아기는 <까비Kabie>

라는 이름을 선물 받았고, 은비의 친구이며 동생인 가족이 됐다.

 

까비는 늘 조용하고 과묵하며 건강했다.

가족들의 무릎 위를 엿볼줄도 모르고,

냥이다운 애교나 재롱도 모르는 얌전한 성격이었다.

열여섯 살이 돼서야 가족 곁에 와서 손으로 말도 걸고

얼만큼의 세기로 가족의 뒤꿈치를 물어야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놀 줄 모르니 살짝 물어야 된다는 걸 알리가 없었지.

그러는 까비를 보며, 이제서야 고양이 답군,하면서 좋아들 했다.

 

열일곱 살 2개월째 되던 초여름날,

난생처음 심각하게 병원엘 가게 되었다.

유선 종양 같다는 여의사의 판정에 온가족은 슬픔에 싸였다.

수술을 단념하고 정성으로 돌본지 이제 1년 가까이 됐다.

종양은 커져서 병원 출입은 잦고, 가족들의 슬픔도 커졌다.

 

그래도

음전하고 용기있는 (의사는 '까비는 우울한 성격이지만

힘있고 참을성 있어요'라고 말했다) 까비는 잘 견딘다.

밥도 잘 먹고, 할머니에겐 재워달라 말도 걸고, 한밤중에는

냐웅~울다가 봐주는 사람 없으면 참을성있게 할머니 곁에서

기다린다. 할머니는 곧 일어나 자기를 위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오두마니 앉아 있는 것일 게다.

 

할머니는 이집으로 올 때 각오했지. 까비를 위한 날들로 채우기로.

오던 날부터 그루잠을 자는 할머니는 그마저 기쁜 일이라 여기고,

피곤함 잊은채 까비와의 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꽃 피는 4월은

까비가 태어난 달,

까비는 방년 18 세,

꽃띠!

 

4월에 태어났다는 것만 아는 우리는 4월 마지막 날을

까비 생일로 정했다. 오늘은 한국에서 열흘을 보내고

돌아오는 은비언니도 만나는 날이네.

은비방에서 은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침대 위로 올라가 냄새 맡으며 찾던...

언니도 온다.

 

생일 축하해, 까비!

꽃띠답게 생생하자. 까비야!

 

***

 

사진;

 

방금 전, 생일꽃 단 까비.^^

 

한국에서 열흘을 보내는 은비.

 

그리고

쓰담쓰담 하기를 팔이 아프도록 해서 재워 둔

여느날들의 잠든 까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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