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길' 산책 구간의 짙푸른 싱그러움을 반의 반도 옮겨
놓지 못한 사진이 안타깝지만, 내 기억과 마음 속엔 그대로
새겨져 있으니 위안 받는다. 아들이 특별한 목적으로 사용하던
근사한 사진기를 내게 선물해서 여기 올 때 가져왔건만
무겁고 복잡하여 버거우니, 서랍 속에 모셔둘 밖에 없다.
걷는다는 것,
멋진 일이다.
숲 길,
가끔 사르륵대며 잎사귀를 구르는 빗방울 소리,
풀잎에 맺힌 은구슬이 변덕 많은 해에게 보내는 고혹적인
눈웃음, 나무 내음, 풀꽃 내음, 초록 싱그러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가는 숨어 버리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낯선 작은 공원에서 뛰어 노는 금발의 어린 아기들
웃음 소리... 이 모든 것은
걷는 이에게만 몇곱으로 안겨 오는 아름다움이다.
때때로 숲을 흔들고 지나가는 거친 바람,
'바람은 나무에게 목소리를 선물 하네?!'
언뜻 든 생각이다.
오만 생각 중 하나이지만.
지수화풍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렇게 걷기를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
그보다 더 좋은 무엇이 있으랴.
살아있음은, 그래서 즐거운 많은 일은
걷기에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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