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
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
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
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유월이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냈다는데
내 유월은 늘 내 가슴팍에서 뛰다, 구르다, 혼절하고 말아
심심할새도 아득할새도 없는...
.
.
.
.
도라지꽃이
보리밭 두렁에 필 때
깜부기 뽑아
내 머리에 염색해 주던
그 지지배들은
모다 오데 갔을까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 오는 사람없어'
구성지게 노래하던 그 꼬맹이 머스매는, 또
어디서 노래나 부르고 있는지
내일은 6.25
그 다다음 해 쯤 국민학교에 입학한 우리는
천막 아래서 가마니 깔고 가갸거겨 배웠는데
아하, 참 많은 날들이 차암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
사진
라인강 지류의 유월 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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