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잔뜩 흐리다.
바람에 묻어나는 습기와
습기에 배인 숲내음이 싱그런 아침,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나는 초록향기에 젖어 있다.
그때 은비가 눈에 익은 가방을 메고 거실에 등장한다.
오호?? 그 가방 눈에 익어~.
응, 엄마가 준거야.
오호? 이건 할머니가 40대 즈음에 애용하던 그 쌕?
그래? 할머니 꺼 였구나.
은비는 오늘부터 2주동안 띄엄띄엄 시험이 있다.
밤늦도록 공부하는 딸에게 즤엄마는 은비야, 일등
안해도 돼, 라며 은근한 응원 멘트 던지던데...ㅎ
30년쯤 묵었을 골동품 가방을 메고 시험 보러가는
은비의 모습에서 나의 40대, 작은딸의 20대, 손녀의
20대를 통시적 시선으로 감상한다. 무언가 뭉클... 스친다.
TOMBOY라는 브랜드 로고가 영문으로 새겨진
쬐끄만 가죽 쌕, 3대가 애용하게 된 작은 물건이 주는
그 어떤 향수.
현관문 나서서 저만치 가는 은비의 곱고 예쁜 어깨와
등에 매달려 흔들리는 오래된 백팩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30 여년 전의 내 젊은날의 그 아침 발걸음을 떠올려 본다.
***
메트로 시간에 맞춰 나가는 은비를 세워두고
사진 찍자할 수는 없는 일,ㅋ 학교에서 돌아오면 한 컷 날리자.ㅎ
우편물-소포-을 찾으러 자주 가야하는 아파트 관리실로
들어서고 있는 은비. 어제도 2박스 받아 오던걸? ㅋ
저 사진은
한 달 전에 찍힌 건가?
(오후, 은비는 하교하고... 톰보이 쌕을 찍어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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